올해 아흔한 살의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이 한 달 이상 공석에 나타나지 않아 그의 건재 여부와 행적을 둘러싼 의문이 이번 주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고 영국 BBC가 10일 전했다.
지난 9월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과 아프리카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 공석에서의 그의 모습이었다. 그가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연설에도 나타나지 않는데도 그리 놀랄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주 프랑스 파리 북부 빌레르 코테렛츠에서 열린 프랑스 식민 국가들 정상회담에도 빠지자 좋지 않은 풍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프랑스 주재 카메룬 대사는 그는 "건강한 몸으로" 고국을 떠났을 때 늘 머무르는 스위스 제네바에 체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소식통들은 7월과 8월의 빡빡한 외교 일정을 소화하느라 의료 돌봄을 받고 있어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 수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테오도르 오비앙 은구에마 적도기니 대통령에 약간 못 미쳐 두 번째로 오랜 재임기간을 자랑한다. 1982년 처음 집권해 지금까지 무려 42년 권좌를 지킨 독재자다.
이 정도로 모호하게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는 풍문을 잠재우기 어려웠다. 해서 결국 정부 대변인 르네 사디가 직접 나서 풍문들을 공식 부인하고 대통령이 "며칠 있으면" 귀국할 것이라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대통령의 개인 비서실장은 제네바에 함께 머무르고 있다며 대통령이 "아주 건강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대목에서 BBC는 카메룬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나라는 봉쇄된 차드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으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레이크 차드 주변의 지하디스트 폭력을 진압해야 하는 어려움에 더해 영어를 사용하는 지역들의 복잡하고 때로는 과격한 위기와도 씨름해야 한다. 이런 도전들에 응대하는 방식으로 비야 대통령은 무대 전면에 나서기보다 어떤 외교적 개입에도 나서지 않으며 국가 수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흔치 않은 통치 스타일을 보여왔다. 그는 아프리카 지도자 모임에도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고국에 있을 때도 그는 숙고한 연설과 조심스러운 톤, 개인적으로 개입하는 일에 거리를 뒀으며, 매일 정부 운영에 나서는 것이 아니었으며 기술적 대리인을 내세우고 총리들에게 권한을 양위하는 방식으로 임했다. 공적인 자리에 잘 나타나지 않아 수수께끼 대통령으로 통했다. 이에 따라 그가 죽었다는 소문이 때때로 나돌았다.
그러나 이런 로 키(low-key) 스타일 아래 1982년 처음 권력을 장악한 결단력을 감추고 있었다. 전임자 아무드 아히조가 자신을 그토록 후견했는데도 물러나게 하고 집권했다. 1990년대 초 아프리카 대륙에 민주화 바람이 거셌을 때 비야는 슬쩍 편승하는 척하면서 통제력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 시위의 열기를 빼는 개혁을 용인했다. 1992년 야당의 분열을 이용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제 7년 임기가 끝나는 내년 11월 대선에 다시 나와야 한다고 지지자들이 압력을 넣고 있다. 비평가들은 카메룬 국가 지도자들이 국가적 현안을 잘 다룰 수 있고 발전 기회를 탐사하고 더 많은 속도와 동력으로 진보할 젊은 세대에게 넘길 시간을 이미 놓쳐버렸다고 느낀다.
2016년에 영어를 쓰는 두 지역 남서주와 북서주 출신 교사와 변호사들이 영어 사용 권리와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시위를 벌였다. 비야 대통령이 제대로 재빨리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보안군과 무장 전사들이 대치하는 내전과 같은 과격한 대치가 벌어졌을 것이다. 해서 비야는 영어 사용 지역을 양해하고 현지 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하는 개혁 조치를 했다.
하지만 몇몇 카메룬 사람들은 일상적인 결정은 총리들에게 미루는 비야의 느슨한 통치 스타일에 흡족해 한다. 그들은 그의 역할을 상징적인 것과 거리를 둔 것으로 보고 입헌 군주와 비슷한 면모라고 본다.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는 종종 그를 만날 수 없으며 고향 마을이 있는 남부 밀림 지대에 있거나 좀더 좋아하는 제네바의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민감한 정치적, 전략적 결정을 내리곤 한다.
에투디 대통령궁의 권력 중심에 위치한 주된 게이트키퍼는 대통령실 사무총장인 페르디난드 은고 은고가 쥐고 있다. 비야가 흉중에 품은 것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내년 대선에 관한 의도와 잠재적인 후계자를 둘러싼 억측이 난무할 수 밖에 없다. 고위직 인사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로랑 에소와 르네 사디 같은 인물이 후계자군이라고 하는데 이제 그들 역시 젊음과는 거리가 있다. 지지자들은 또 대통령의 맏아들인 기업인 프랭크 비야에게 권력을 물려줘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는데 정작 그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이런 야망을 지니고 있다는 어떤 단서도 흘리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정치적 기성 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도도한 물결이 특히 젊은 도시인들 사이에서 목격되고 있어 권력 유지를 꾀하는 일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이웃 가봉에서는 알리 봉고 대통령이 지난해 군에 의해 축출됐다. 건강이 신통치 않았는데도 7년 임기를 더 보장하도록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세네갈 대통령 매키 살은 총리 아마두 바를 후계자로 내세우려다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아 그는 대신 젊은 개혁주의 야당 인사인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를 선택해야 했다.
비야와 그의 이너 서클은 그런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야운데와 두알라 같은 대도시들의 젊은이들과 중산층 정서를 우습게 여겼다간 큰코 다칠 것이라고 방송은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