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날
사람은 누구나 이 땅에 태어났기 때문에 누구나 생일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생일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이 이 땅에 보내주신 날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이 땅에 태어났으면서도 자기가 언제 태어났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또는 태어난 날짜와는 상관없이 호적에는 생일이 틀리게 기재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각자마다 다 사정과 이유가 있다.
어쩠거나 생일 날짜가 일치 하지 않더라도 이 땅에 태어난 것은 분명하기에 비록 정확하지 않더라도 생일은 소중하고 기쁜 날이다.
그래서 가족은 물론이요 또한 주위사람들은 모두가 태어난 날을 축하해 준다.
나 같은 경우는 나의 태어난 날과 호적에 있는 날짜가 다르다.예전에는 일상에서 필요한 서류는 모두 가족을 등재한 등기부 등본 또는 개인에게 필요한 등기부 초본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등기부 등본에는 한 가정에 살고 있는 가족은 물론이요 거주하는 동거인도 모두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만 있으면 모든 서류에 가족관계와 동거 관계가 입증되었다.
그런데 나는 해군에 입대하기 위해서 신청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나의 주민번호에 뒷부분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태어난 본적지에 가서 주민등록번호 뒷부분을 정정했다. 그리고 주민등록번호 끝자리는 태어난 곳을 표시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또 생년월일도 잘못 되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동안 사용하고 있던 등기부 등본과 초본에 태어난 날이 호적하고 달랐다.
그 당시에 집안에 계시는 큰집 아저씨에게 출생신고를 부탁했는데 아저씨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나보다 1년6개월 늦게 태어난 손아래 고모를 출생 신고 하려 가서보니 나의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을 것을 보고 신고했는데...
면사무소 직원이 말하기를 너무 늦게 신고 했기 때문에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니까 벌금을 내지 않는 날짜로 사정해서 신고했다고 했다.
아마도 아버지가 계셨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인데 아버지는 그 당시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나중에 그동안 사용해 왔던 생년월일을 정정하려 했지만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포기했다.
반면에 집사람의 아버지인 장인어른은 가족모두를 정확하게 태어난 날을 양력으로 신고해서 나처럼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사람은 장인어른을 시대에 앞서가는 확실한 사람이라고 늘 이야기 했다.
7월13일인 오늘은 집사람이 태어난 날이다.
나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처가 집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생일상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모두가 어렵게 사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생일상이라고 해야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려준 미역국에 고기반찬 해주는 것이 전부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생일날은 특별한 날이기에 부모님의 관심 속에서 맛있는 반찬이 올라온다.
집사람은 막내이기에 생일을 맞이하면 장모님이 정성을 드려 끓여준 미역국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와 결혼하고부터는 제대로 미역국을 먹지 보지 못했다.
집사람은 아침 잠이 많아서 내가 출근한 후에 일어나기 때문에 미역국은 물론이고 아침밥도 함께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집사람의 생일날이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미역을 불려놓고 손수 미역국을 끓여 보려고 해 보지만 그리 쉽지가 않았다. 지금에야 인터넷이 있어서 유투브 영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 되지만 그때는 그럴 수 없기에 할 수 없이 아침에 자는 사람을 깨워서 물어보면 애쓰는 내가 대견스러웠는지 자기가 알아서 해 먹을 테니 빨리 출근하라고 하며 마무리는 자기가 하겠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음식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다. 결국 자기 생일날 미역국은 자기가 끓여 먹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생일케익과 약간의 돈을 봉투에 넣어 축하했다.
집사람은 내가 선물해 주는 것보다 차라리 봉투를 주는 것을 더 좋아했다.
여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민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혼 초에는 주위에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사다 주었지만 집사람의 취향이 조금 남달라서 선물보다는 차라리 봉투를 주는 것으로 선택했다.
그 때 우리는 강동구에 있는 둔촌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하루는 집사람에게 이벤트를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사람 생일날 아파트에 태극기를 게양 했다. 집사람의 생일을 국경일과 같은 등급의 경사스러운 날이라 생각하고 아침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출근했다. 그리고 퇴근해서 집에 들어 왔더니 집사람이 난리 났다.
동네 아파트 주민들이 남편이 혹시 제헌절(7월17일)을 착각했는지 국기게양을 했다고 하면서 이야기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태극기를 바로 내렸단다. 그리고 나서 오늘이 제헌절도 아닌데 왜 태극기를 게양했냐고 물었다.
그래서 당신 생일이기 때문에 국기를 게양했다고 했다. 그리고 남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집안에 국경일처럼 경사이고 기쁜 날이기 때문에 게양했다고 하니 창피하다고 하면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속으로는 좋아했던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가 아파트에 사는 동안에는 계속적으로 집사람 생일날 국기를 게양했다.
그 이듬해에 아파트 동네 사람들이 또 묻기에 남편의 이벤트라고 이야기 했더니 모두 부러워했단다.
그리고 평일에 부인 생일이라고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니면 못한다고 하면서 자기들도 남편에게 이야기 했더니 미쳤냐고 하면서 어떻게 마누라 생일날 태극기를 게양 하냐고 하면서 닭살이라고 했단다.
오늘 갑자기 그때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지금 생각하니 나도 닭살이 나올 만도 하다.
그렇게 생일은 나에게는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그때는 내가 용감했던 것 같았다.
나는 우리 가족의 생일은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소중한 생일날의 주인공인 집사람은 오늘 이곳에 없고 해 같이 빛나는 천국에 있다.
벤쿠버에 사는 아들가족이 12일에 들어온다기에 미역국을 한 냄비 끓여 놓았다.
물론 손자가 미역국을 좋아한다고 해서 끓이긴 했지만 사실은 집사람 생일에 맞춰서 아이들과 함께 먹으려고 많이 끓였다.
아이들 가족은 오후에 돌아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13일 오늘은 집사람의 생일이다.
아침에 남은 미역국을 혼자 먹으면서 지난날의 일들이 주마등 같이 지나갔다.
지난날의 추억은 아름다운 것 같다.
설령 살아오면서 불편함과 다툼이 있었어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이며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모두가 지나고나니 한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혼자 미역국을 먹으려니 눈가에 이슬이 맺힌 듯이 촉촉하다.
여보! 생일을 축하 해....^^
첫댓글 여기서는
태극기와 캐나다기를 같이 걸으시지요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소박한 축제지요.
헌데 지금은 태극기든 캐나다기를 걸어도 반겨줄 사람이 없어 애잔합니다.그러나 따뜻한 마음은 하늘에도 전해 질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