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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졸업산행 (대티고개-몰운대)
2010. 12. 5. (일) 영상5~15℃
꼭지와 산거북이 셋이서
일출 07:17 / 일몰 17:12 / 음력 10.30
'낙동정맥' 드디어 410km 그 대장정을 마치고 몰운대에 섰다 <사진 : 산거북이>
▣ 구간별 산행기록
08:25 대티고개 -산행시작-
09:07 우정탑
09:43 괴정고개
10:03 군부대
10:20 장림고개
11:10 가구골목
11:40 다대고개(신다대A 105동)
12:10
응봉 봉수대12:34 롯데캐슬A
13:17 몰운대
14:00 다대포
-산행종료-총 산행거리 및 시간 : 13.7km / 5시간35분(휴식 포함)
▣ 정맥종주거리 : 산행거리 13.7km / 누적정맥거리 412.8 km
대티고개→3.2←괴정고개→2.0←장림고개→2.4←다대고개→1.3←아미산→1.2←홍치고개→2.8←몰운대→0.8←다대포입구 = 총13.7km
▣ 총 누적거리 : 439.5 km (접근거리 포함)
▣ 교통(무궁화) : 동대구역 06:00 / 사상역 07:26 (소요시간 : 1시간30분 / 6,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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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처럼 빠른 걸음
06:00 꼭지와 무궁화열차에 몸을 실었다. 태백구간을 지날 때 통리역과 석포역에서
기차를 이용하고 이번이 세번째다. 꼭지와 함께하기 위해 마지막 구간을 짧게 남겨
놓았는데 마침 산거북이님도 졸업산행을 함께 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대간을 졸업한 후에는 그 길이 너무 좋아 남진으로 한 번 더 해야지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낙동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2009.6.28. 푹푹찌는 무더위속에 매봉산을 내
려선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낙동도 졸업이라니 세월도 빠르지만 우리가 걸어온 발
걸음도 강물처럼 여유하면서도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열차는 단골정차역인 삼량진역사를 빠져나간다. 이곳을 지나면 바로 부산이다. 차창
에는 어느덧 찬란한 아침빛이 스며든다. 낙동의 마지막 아침, 사상역에 내리니 이미 산거북
이님 내외가 마중을 나왔다. 부산에 들어서면 늘 그의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해 이렇게
신세를 지곤한다. 오늘도 지난번과 같이 내외에게 잡혀서 사상역 근처 유명한 돼지국밥
집으로 향했다. 멀리서 온 산꾼에게 아침을 굶기지 않으려는 그의 배려다.
낙동과 대간에 대한 이야기들, 그가 요즘 푹 빠져있는 저녁운동과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
들이 당연히 화두가 되었지만 무리한 달리기에 대해서는 절제가 필요하다는 제수씨의 충고
와 항변이 이어졌다. 약간은 무리가 따르더라도 자신을 몰입하여 한동안 푹 빠져보는 것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중독증(?)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08:25 우리는 들머리인 대티고개에서 제수씨와 헤어져 몰운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마루금은 횡단보도 건너편의 강서할인마트를 끼고 좌측으로 오르면 된다. 흔히 달동네
라고 불리는 곳이다.
대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좁고 경사가 급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니 차량은 물론
리어카조차 진입할 수가 없다. 사람사는 동네에 리러카조차 오를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서 달동네의 불빛은 밤이면 아름답게 빛난다. 영혼이 쉬고 있기 때문에...
길이 어딘가 두리번거리면 전봇대에서 어서오라며 정맥리본이 팔랑거린다. 어떤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이리갈까 저리갈까 망설여진다. 그때 하얀 벽면이 "이쪽으로 가세요." 하며
화살표를 그려보인다. 우리는 그들이 지시한대로 걸음을 옮겼다. 선답자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언덕을 올라서니 아랫동네가 환히 보이는 양지바른 텃밭 울타리에 피마자(아주
까리)가 한창 익어가고 있었다.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피마자를 도회지에서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어릴적 피마자 열매을 따서 껍질을 벗겨 손등을 문질렀던 기억이
난다. 피마자는 기름을 짜고 약용으로 쓰기 위해 주로 비탈진 밭둑에 심었다.
가끔은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의 벽화와
바다를 향한 탁트인 풍경이 달동네의 그늘을 지워주곤 한다. 곧이어 작은 고갯길을
만났다. 이곳이 어쩌면 예전의 까치고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산거북이님에
의하면 1910년경 이곳에 화장터가 있었고, 잦은 제례로 버려지는 젯밥을 먹기위해
몰려드는 까마귀와 까치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군락을 지은 사방오리나무 숲길이 인상적이다. 낙엽이 땅위에 누워 행복해 하는 것도
있지만 잎과 열매가 초록색으로 새로 돋는것도 있고, 잉크빛으로 익어가는 열매도 있다.
어쩌면 이것은 오리나무가 군락을 지어 살아가게 된 방식인지도 모를 일이다. 경사가
꽤나 급해 길은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까치고개를 올라서면 만나는 공동묘지 <사진 : 산거북이>
한 산객이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앉아있는데 그 모습이 엄숙하다. 행여
방해가 될까 조용히 그이 옆을 지나려는데 우리의 뒷모습이 산거북이님 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오늘 하루종일 우리의 뒷모습을 담으며 말없이 따랐다. 시내를 통과
하는 까다로운구간을 위해 지도를 한웅큼 복사해서 가끔 펼쳐보는 그의 눈길은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사뭇 진지했다. 안내를 위한 그의 책임감 때문이리라.
덕분에 우린 주위 풍경에 취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걸음만 옮기면 되었다.
죽은자의 침묵을 딛고 산자의 발자국소리만이 무덤가 잔디위에 사박거린다. 우리도
죽으면 저 무덤처럼 채 한 평도 되지않는 공간속에 갖힐 것이 아닌가. 낙동의 시작이
그러했듯이 인생 또한 찰라와 같은 순간의 일이니 하루하루를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
묘지 우측으로는 낙동강물이 바다에 몸을 섞는 다대포가 시야에 들어온다.
드디어 낙동의 끝 몰운대도 멀지 않았다. 어찌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자신과
타협하지만 않는다면 시작 그 자체가 온전한 완성일 수도 있다.
부산의 상징 용두산공원탑도 보인다. 예전에 가까이서 볼 때는 웅장하고
굉장히 커보였는데 지금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차라리 초라하다. 그 주변에는
영도대교와 남포동,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송도해수욕장... 부산의 역사이기도 한
대동맥이 움직이던 곳이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
<우정탑>
탑의 유래를 알 수 없지만 쌓아놓은 크고작은 돌들, 그 흔적만큼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곳이다. 돌탑을 지나 20여m 갔을까 꼭지가 갑자기 우측으로 내려선다.
"능선으로 바로 가야지 그쪽은 하산길이잖아?" 그러자 꼭지는 이쪽에 리본이 붙어
있다고 했다. 정말 우측으로 정맥리본이 총총하게 붙어있었다. 가끔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때도 있다. 아무생각없이 능선따라 직진하면 알바하는 곳이다.
수산물냉동창고가 몰려있는 감천항이다. 굴뚝이 여러개 보이는 곳이 옛 화력발전소라고 한다.
괴정고개 가는 길은 이곳 삼경슈퍼를 기준으로 U턴하듯이 빙 둘러야 한다.
마루금에 대형아파트와 학교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정맥은 괴정(감천)고개 옥천육교를 건너 우측길을 택해 산으로 붙는다.
마루금은 군부대로 이어진다. 능선으로 가도되고 임도따라 진행해도 서로 만나게
된다. 철조망을 우회하여 좌측길로 리본따라 내려서면 아파트놀이터가 나온다.
<장림고개> 사진 : 산거북이
자동차정비공업사와 부일냉동, SK주유소가 있는 곳이다. 길은 SK주유소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산비탈에는 공사가 한창이라 길이 없다. 그냥 능선을 가늠해 치고오르니
철조망이 나타났다. 정맥은 철조망 우측의 열린 문으로 빠져나가 능선으로 붙는다.
봉화산 쉼터에서 잠시 휴식하고 햇살이 따스한 오솔길을 내려서니
어마어마한 가구단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제부터 수수께끼같은 미로속의 길찾기가 시작된다. 마루금은 전면에 보이는 건물 뒤쪽
산능선이 정맥길로 짐작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면을 향해 뚫고간다해도 건너편에는
높은 옹벽이 가로막고 있어서 내려설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좌측으로 돌고 돌아 우회해야
한다. 이곳에서도 고정관념을 버려 산길로 붙지말고, 아주머니들이 가르쳐주는대로 리본이
지시하는대로 따르면 삼환아파트102동앞으로 내려서게 된다.
그러면 성공이다.
전봇대에 붙은 리본을 놓치면 엉뚱한 길로 빠진다.
탈색된 노란 벽면의 동서식당,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골목, 담모퉁이마다 쌓아놓은
자루들... 그들은 조용히 우리를 환영하며 길을 안내하는 것 같았다. 공장폐기물이나
쓰레기 하나 나딩굴지 않은 깨끗한 길, 주변에 늘어선 공장건물들이 낡고 초라하게
보였지만 그들은 이곳의 터줏대감처럼 당당했다. 그러나 휴일이어서 그런가 어쩐지
삶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쓸쓸함은 왜일까.
저 아래에서 건너편 산쪽으로 붙으려하니 한 아주머니가 보시고는 아래쪽
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그분들은 이미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있었다.
드디어 <삼환아파트 102동> 앞이다. 길은 제대로 내려온 셈이다. 다음은
신다대아파트 105동을 목표로 저 아래 도로따라 가다가 육교를 건너면 된다.
신다대105동으로 이어지는 육교, 이곳이 다대고개로 보인다. 육교를 건너 105동
우측으로 붙으면 아미산 등산로 안내판이 반긴다. 아미산은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다.
아미산 들머리
이곳은 소나무가 울창한 전형적인 해안가 숲길이다.
<아미산 응봉봉수대>
아미산 정상에는 응봉봉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몰운대 바다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낙동강하구가 시원하게 잡히는 조망이 좋은 곳이다. 날씨가 맑으면 거제도 연안과 대마도
까지 감시할 수 있다고 하니 군사적 요충지임에는 틀림이 없다. 응봉봉수대는 조선 중종25년
(1530년)에 설치된 전국 5로봉수대 중 하나란다. 한낮에 여기서 연기를 피우면 양산-경주-영천-
안동-단양-충주-광주를 거쳐 최종 집결지인 서울 남산봉수대에 도착한다고 한다.
봉수대에 올라섰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몰운대 앞바다와
낙동강 하구도 지척이다.
아미산을 내려와 롯데캐슬아파트단지를 지나면 이제부터는 마루금을 가늠하기 힘들다.
바다를 끼고 그냥 몰운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낙동강물도 이제는 흐름을 멈추었다.
태백의 영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1300리를 달려온 그 힘찬 흐름도 피곤한 듯 바다품에
안기며 깊은 잠에 빠졌다. 물결조차 일렁이지 않는 고요만이 산객을 맞이한다.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대'>
<낙동의 종착지 몰운대>
꼭지와 몰운대에 선 기념으로... <사진 : 산거북이>
그리고, 다대포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서 410여km에 이르는 낙동정맥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산거북이님이 축하연을 위해 예약한 몰운대 입구 허름한? 할매집으로 향했다. 그가 소개한
집이라면 아마도 예사집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간판도 제대로 없고 옥상에 얹힌 노란
물통에 페인트로 써놓은 '할매집'메뉴판이 장관이다. 태백에서 달려오면 낙동정맥 가장 끝에
있는 식당이라면 믿을까? 식당을 향해 좁은 골목을 들어서면 다대포항이 온 가슴으로 안겨든다.
여기서도 선입관은 버려야 한다. 허름한 식당이지만 맛은 기가차기 때문이다.
빌딩처럼 늘어선 아파트숲이 보잘것 없는 할매집과는 대조적이다. 테이블은 바다가 훤히
보이는 노천에도 있지만 우린 추워서 안으로 들어갔다. 여름에는 안밖으로 앉을 자리가 없다고
했다. 좁은 실내, 작고 아담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이곳은 갓잡아온 자연산잡어만 취급한다고
했다. 새꼬시 회맛이 쫄깃하고 담백했다. 삶은 문어, 구수한 장어해장국에 하루의 피로가 다
녹아내리고 하산주 소주 한 병에 행복이 넘쳤다. 이 자리를 빌어 온 종일 함께하고
축하해준 산거북이 아우님과 제수씨께 감사를 드린다.
<낙동 졸업장>
<대티고개 - 몰운대 산행지도> / 출처 : 사람과 산
ㅡ 끝 ㅡ 감사합니다.
첫댓글 지나간 긴 시간도 정말 한걸음인 듯 느껴지겠지요.
대간에 이은 낙동정맥의 완료. 그것도 혼자 힘으로 이동하고 맥을 이어가신 노고는
산과 함께 한 인생의 가장 빛나는 성취라 생각됩니다.
그 마지막을 함께한 저도 영광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