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초산장 이야기 1395회) 찜통더위 속에 핀 꽃들
2025년, 7월 4일, 금요일, 맑음
아직 장마가 더 남은 줄 알았는데
벌써 끝나 버렸단다.
장마가 1주일도 계속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짧게 끝나다니!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간 아쉽지 않다.
2박 3일 먹을 것을 챙겨 들고 산장에 들어왔더니
백합이 화사한 꽃을 피워 나를 반겼다.
아이고, 이런 폭염에 꽃을 피우느라 수고 많았구나!
달걀을 햇볕에 놓아두면 익을 판인데
꽃을 피우다니 정말 대견스럽다.
다른 꽃들도 나에게 보라고 화사하게 빛났다.
사람들은 덥다고 아우성인데 식물들은 제 할 일을 하고 있구나!
나는 이런 식물들은 보며 더위에 강해지려고
어지간하면 선풍기조차 안 튼다.
우리 집 에어컨은 거미줄이 쳐 있을 거고. ㅎㅎ
앞으로 점점 더 더위질 테니 더위를 참는 연습도 필요하다.
채소밭을 둘러보니 이런 염천에 오이가 몇 개나 열었다.
가지도 주렁주렁!
그걸 보니 기쁘기는커녕 마음이 짠했다.
이런 더위에는 안 열어도 좋으니 너희들도 좀 쉬거라.
토마토에 열매가 달렸을 때는 위로 치솟는 줄기도 꺾어줘야 한다.
여태 한 줄기로만 키우는 것은 알았는데
열매가 달렸을 때는 더 자라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삼철한테 배웠다.
그렇게 했더니 큰 열매가 많이 달렸다.
새가 쪼아 먹어서 못 하도록 한랭사를 쳐놓았다.
그물 속에서 토마토가 풍성하게 익어간다.
햇볕이 좀 설핏해진 뒤에 수중모터를 돌려
밭에 물을 주었다.
너무 가물어서 다들 지쳤다.
화분에도 물을 주었더니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저수지가 앞에 있어서 물 주는 건 문제 없다.
나 대신 모터가 일해주니 참 고맙다!
지난 번에는 철마에 있는 한윤갑 농장에 갔다.
그전 주일에는 범초산장에 왔고,
또 그 앞 주일에는 주삼철 농장에 갔으니
세 농장 순례를 한 셈이다.
한윤갑 농장에서 내가 제일 부러운 것은 머위다.
머위천국이라고 명명할 만큼 머위가 수두룩하다.
다른 것 다 제쳐놓고 머위만 봐도 흐뭇했다.
한윤갑은 친구들을 위해 블루베리도 따 놓고
머윗대를 잘라놓기도 하고
오가피, 꾸지뽕, 헛개나무 같은 약재를 한 봉지씩
나누어 주었다.
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려고 마음 쓰는 것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나도 배워서 저렇게 해야지.
영화 <645>를 보았다.
어느 군인이 로또 추첨권을 주웠는데
이게 1등에 당첨되자 가슴이 벌렁벌렁한다.
책 속에 끼워 놓고 틈만 나면 들여다 보다가
바람이 불어 이게 북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 당첨 용지를 놓고 남과 북의 군인들이
다투다가 협상 끝에 반씩 나누기로 한다.
코믹한 설정이 재미있었고,
로또 종이 하나를 갖고도 남과 북이 대화를 하는데
다른 분야도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앞으로 경색된 관계를 회복하고 통일까지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더위도 잊었다. (*)
첫댓글 이 더위에도 꽃도 피어주고 푸성귀들도 힘내서 자라주고요
시원한 한주 보내세요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