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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홍 목사의 발언을 보도한 <뉴스앤조이>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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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홍 목사님, 목사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목사님의 이번 '이라크 파병 유익' 발언에 많이 놀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목사님은 '해양세력'론과 '대륙세력'(중국-러시아)론을 말씀하시면서 우리나라가 살 길은 '해양세력(미국 등)에 줄을 서는 것'이라고 하셨지요?
언젠가 집회에서 "역사적으로 보아 우리나라가 해양세력에 줄을 섰을 때는 흥했으나 대륙세력에 줄을 섰을 때는 그렇지 못했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이번 '이라크 파병' 주장도 이러한 목사님의 평상시 견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목사님의 견해는 우선 '미국의 영향권'내에서 공부하고 이를 피부로 체험해 온 많은 학자들이나 외교 전략가들의 견해와 상당히 일치하기는 하지요. 그러나 질곡의 한국 현대사, 특히 미국 편향의 한국 현대사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폐단을 지적해 온 일단의 다른 학자들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합니다.
폐일언하고, 그동안 목사님을 따르고 목사님의 하시는 일이 우리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에 귀하다고 여겨 기도해 온 사람들 중 하나로 감히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해양세력'에 줄을 서야 한다?
"우리나라가 융성하기 위해서는 해양세력에 줄을 서야 한다"는 목사님의 오랜 주장은 적어도 '의(義)'와 '선(善)'의 문제를 다루는 성직자로서 할 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 해양 세력에 줄을 서야 한다"는 주장은 당장의 국가이익을 챙겨야 하는 정치인들이나 할 얘기라는 것이지요.
적어도 성직자라면 "올바른 세력에 줄을 서야 한다"고 말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요? '올바른 세력'은 때에 따라 '해양세력'도 될 수 있고 '대륙세력'도 될 수 있겠지요?
목사님의 주장은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미국을 등에 업고 살아야 우리에게 득이 된다"는 현실논리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영적 사대주의'를 벗어나 소위 말하는 성서적 기준에서 세상에 방향을 제시하는 목사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백보 양보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라크 파병'을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주장하시려거든 이에 대한 성서나 신앙고백 차원의 설득력이 있어야 될 터인즉, 과문한 탓인지 목사님의 주장에는 이 부분이 잘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라크전과 관련하여 목사님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목사님이 다녀오셨다는 쿠르드 지역 밖의 세상이 이라크전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정녕 모르고 계시는 것입니까? 이라크전은 이미 미국 안팎에서 '부도덕한' 전쟁으로 낙인이 찍힌 전쟁입니다. 오일을 위해서건 테러방지를 위해서건 이라크 민주화를 위해서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순 억지' 전쟁이 이라크 전쟁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은 '대량살상무기'도 '이라크-알카에다' 연결도 허위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미국 조야에서는 단지 정치공세 차원을 벗어나서 부시-체니-럼스펠드로 이어지는 네오콘 그룹에 대한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고 국제적으로도 부시 대통령과 미국의 이미지는 형편없이 구겨졌습니다.
그나마 이라크 민주화의 명분도 대량 폭격으로 수많은 부녀자들이 죽어 나가고 천인공노할 포로학대 사건으로 사그라지고 말았습니다. 민주화를 이루겠다고 침공해 놓고는 반민주적인 방법으로 생사람을 잡아 온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부도덕한 전쟁에 '손을 담그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무조건 혈맹으로서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파병한다는 것은 '조폭'들의 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의리를 지킨다'는 것은 개인이건 국가건 명분이 옳아야 빛이 나는 것이겠지요.
'선교'를 말하기 전에 가슴을 쳤어야 하는 한국 교회
마지막으로 목사님의 '이라크 파병' 주장 가운데는 이라크를 통해 이득을 챙기겠다는 세속적 '잇속'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우선 이라크 선교에 대한 '잇속'을 말하고 계시는데요, 이는 잘못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한국교회는 선교라는 '목적의식' 때문에 선교 대상자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평상시 이라크인들의 고통과 고난에 대한 아픔의 나눔 없이 '선교의 문이 열리고 있다'며 눈에 불을 켜는 것에 저는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최소한 이라크 선교를 말하기 이전에 우리는 "미국, 그러면 안돼! 못써!"라고 소리부터 쳤어야 할 것입니다. 이라크 땅 곳곳에서 '아벨의 신음소리'가 들리고 있는 마당에 선교라니요.
한국교회는 이라크 선교를 말하기 앞서 미국의 불의를 말리지 못한, 미국의 불의에 동조해 온 우리의 가슴을 쳐야 했습니다. 선교 대상자에 대한 '사랑 없었음'과 불의에 항의하지 못한 우리의 '불의함'에 대한 회개가 선교에 앞서 먼저 할 일이 아닌가요?
우리는 북한 선교를 말할 때도 이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지요. 거칠게 말해 일반 세속 논리에 휩쓸려 북한을, 북한의 형제들을 마구 두들겨 패는 말과 행동을 하다가 어느 날인가 '예수 믿으세요'를 외치고 있는 것이 북한선교 아닌가요?
이러한 선교는 백날 해봐야 하나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 없으리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믿는 자가 먼저 화해를 청하고, 회개할 게 있으면 회개하고 나서 선교든 전도든 해야겠지요.
목사님, 지금 우리는 국가든 교회든 '잇속'을 챙겨야 할 때는 지난 것 같습니다. 잇속을 챙기다 망가진 정신세계를 회복시켜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옛날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빽'없는 사람들의 친구로 살면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셨던 '김진홍 목사님', 하늘로부터 받은 인간의 고유한 권리를 군화발로 짓밟던 유신정권에 목을 걸고 항의했던 그 '김진홍 목사님'은 어디로 가셨나요. 목사님, 도대체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