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계절
최 병 창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말이나
손해 보고 판다는 말은
믿지 말라는 말이라 했으니
본전도 안 되는 장사라는 말은
지금까지 무수한 알을 품고도
거두지 못한 일들을
뒤틀리듯 잊어버려야 하는 것
가끔씩 사실 아닌 사실을
사실이라고 우기는 입안의 혀
손해를 보지 않았음에도
꼭 손해를 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낮보다 깊은 밤이
밤보다 더 어둠일지 모르는 일이라고
이제 시작은 절반도 하지 않았으니
꿈을 꾸도록 자극하는 것은
사악한 악마 탓인가
잡았다 놓았다가 다시 잡아도
오늘 하루는 네가 왔으니
입 밖으로 뱉지 못한
예정되지 않은 말들을 당연히
궁금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
얼룩 고양이 한 마리
피사체 하나 없이
빛나지 않은
기도처럼 납작 엎드려있다.
< 2002. 04. >
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