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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코론 교도소 탈환
◦ 1만 1,000명 규모의 민관 합동 병력 투입
- 베네수엘라 정부가 갱단이 지배하던 교도소의 통제권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베네수엘라 북부 아라구아(Aragua)주에 위치한 토코론(Tocoron) 교도소는 최근 수년 동안 갱단의 지배 아래 있었는데, 정부는 토코론 교도소와 인근 지역을 갱단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전을 펼쳤다. 한편, 정부는 이 작전에 과거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시절 베네수엘라의 독립운동을 이끈 원주민 추장 카키케 과이카이푸로(Cacique Guaicaipuro)의 이름을 붙였다.
- 이번 작전에 투입된 인원은 무려 1만 1,000여 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정규군과 경찰을 포함하여 베네수엘라의 치안과 붕괴된 교정 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해 자원한 민간인 가운데서 정부가 엄선하여 훈련한 인원도 포함되었다. 또한, 정부는 작전 참가 요원을 무장시키고 장갑차를 비롯하여 다수의 군사 작전용 차량까지 동원하는 등 막대한 물량의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부었다.
- 베네수엘라 정부는 토코론 교도소 탈환 계획에 상당한 공을 들인 만큼 이번 작전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이번 작전은 내무치안부(Ministerio del Poder Popular para Relaciones Interiores, Justicia y Paz), 교정청, 그리고 군이 합동으로 기획했다. 또한 검찰로부터 작전 개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작전을 확실히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많을 노력을 쏟았다고 내무치안부는 강조했다.
◦ 작전 성공...추가 조치도 잇따라
- 내무치안부가 자신한 대로, 정부는 토코론 교도소의 통제권을 성공적으로 되찾았다. 토코론 교도소에는 ‘트렌 데 아라구아(Tren de Aragua)’라는 이름의 악명 높은 갱단 조직원 약 6,000여 명이 ‘수감’되어 있었는데, 작전 당일 베네수엘라 정부는 교도소 내에 거주하던 조직원 대부분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교정 당국은 작전 후 가진 브리핑에서 체포한 조직원을 다른 교도소로 분할 이감했다고 밝혔다.
- 이어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토코론 교도소에서 탈출한 재소자에 대한 추적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오랜 기간 갱단이 실효 지배하고 있었던 교도소였던 만큼 베네수엘라 교정 당국은 재소자의 출입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는데, 이번 작전 성공 이후 재소자 중 일부가 교도소 내에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일각에서는 트렌 데 아라구아 갱단의 우두머리인 엑토르 플로레스(Héctor Guerrero Flores)도 도주자 명단에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구체적인 도주자 명단을 밝히지는 않았다.
- 더불어, 베네수엘라 정부는 교정 당국이 통제력을 잃은 사이에 재소자가 불법으로 반입한 여러 물품 등도 압수했다. 내무치안부에 따르면 정부가 압수한 물품 중에는 에어컨, TV, 전자렌지 등 일반적인 교도소에서는 재소자가 사적으로 들여와 사용할 수 없는 전자 제품도 다수 있었다.
☐ 토코론 교도소는 어떤 곳?...베네수엘라 교정 시스템 실패의 단적인 예
◦ 수영장, 야구장, 동물원에 나이트클럽까지 갖춰
- 위성 사진이 공개된 토코론 교도소는 보통의 교정 시설이라기보다는 보통의 마을과도 같았다. 교도소 내에 감옥동(prison blocks)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수감자의 친인척이 거주하는 일반 가옥을 비롯하여 어린이용 놀이터, 수영장, 야구장, 그리고 동물원과 축사까지 갖춘 모습이다. 베네수엘라 정부에 따르면 갱단은 심지어 교도소 부지에서 나이트클럽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토코론 교도소 항공 사진 및 시설 위치>
출처: BBC, Runrun.es
- 실제로, 토코론 교도소에서는 화폐가 유통되고 나름의 경제가 형성되어 있는 등 교도소 바깥 사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수감자는 가족이나 애인을 불러 함께 생활할 수 있었으며, 트렌 데 아라구아 갱단은 토코론 교도소를 근거지로 마약을 유통하는 등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 다시 말해, 교정 시설이 되었어야 할 교도소가 정부의 관리 부재 속에 오히려 범죄의 중심지가 되었던 것이다.
◦ 경제난 속에 손을 놓은 교정 시설 관리
- 베네수엘라에는 이번에 탈환 작전의 대상이 된 토코론 교도소와 유사한 상황의 교도소가 더 있다. 대표적으로, 마가리타(Margarita) 섬의 산안토니오(San Antonio) 교도소로, 베네수엘라 교정 당국은 교도소 내 관리를 포기한지 오래이다. 교정 당국은 그저 수감 대상자를 섬으로 이송시키는 작업과 섬 인근에 무장 병력을 배치하여 섬을 탈출하는 재소자가 없도록 감시하는 일만 하고 있다.
- 이 때문에 산안토니오 교도소 역시 사실상 범죄자들이 모인 마을이 되었다. 산안토니오 교도소에 수감되는 재소자는 대부분 마약 범죄자이기에, 이곳에서는 마약까지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베네수엘라 교도소 중 다수가 교정 당국의 관리에서 벗어난 이유는 무엇보다 예산 부족이다. 오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수감자를 관리하고 그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대부분 상실했으며, 이에 수감자를 한 곳에 모으는 정도로만 교도소 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 선거를 의식한 작전인가...경제난과 치안 불안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 많은 중남미 지역 국가의 국민들이 그렇듯이, 베네수엘라 역시 유권자들이 정부에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와 치안이다. 반대로 둘 중 하나라도 유의미하게 개선하면 지지율 상승을 노려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범죄와의 전쟁 정책으로 대대적인 갱단 소탕에 나선 후 높은 지지율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 베네수엘라는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s Maduro) 현(現)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로 붕괴된 베네수엘라 경제를 회복시키려 하고 있지만, 다음 선거까지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려는 이민자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지금 상황에서 단기간에 정책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부문은 치안 개선뿐이다. 과연 이번 토코론 교도소에 대한 대대적인 작전이 붕괴된 교정 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에서 나온 정책인지, 아니면 선거를 의식한 이벤트가 될지는 앞으로 현 정부의 추가적인 움직임을 계속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France 24, Venezuela sends 11,000 troops to retake gang-run prison with pool, disco, zoo, 2023.09.20.
BBC, Tocorón prison: Venezuela regains control of gang-run jail with pool and zoo, 2023.09.21.
teleSURtv, Venezuela Launches Security Operation in Tocoron Prison, 2023.09.20.
Aljazeera, Venezuela takes control of gang-run jail, ‘dismantles’ Tren de Aragua, 2023.09.24.
CNN, Venezuela regains control of prison where inmates built swimming pool, restaurant, 2023.09.24.
Photos, A look inside Tocorón, Venezuela’s gang-run prison that mined bitcoin, 2023.09.25.
Eyewitness News, A member of 'Citgo 6' shares survival story after spending years in foreign prison, 2022.10.18.
Dialogo Americas, Venezuela and Nicaragua, Most Corrupt in Latin America, 2023.03.31.
The World, What is behind the seizure of Venezuela's most-notorious prison?, 2023.10.04.
[관련 정보]
1. 베네수엘라, 갱단 장악 교도소 탈환 위해 병력 1만 1,000명 투입 (2023. 9. 22)
2. 베네수엘라, 2022년 망명 신청자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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