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의 추억
동지 섣달 긴긴 밤
애태울 게 없지
시름 설움 슬픔
들들들 갈자
냉수 한 사발 마시고 나면
가만가만 가라앉으려니
일그러진 가슴에 퍼담아도
고분고분할 게다
도토리든 상수리든
한숨까지 섞어가며
어머님이 맷돌 앞에서
그리 하시지 않았더냐.(졸시 '묵 쑤는 밤')
오늘이 동지라 한다.
밤이 제일 긴 날이라니
내일부터는 점점 낮이 길어지리라.
내 어린시절
사내들은 남의 집 골방에 들어앉아
투전판을 벌였지만
내 어머니는 맷돌 앞에 앉아
밤새 갈아대셨다.
그건 팥죽을 쑤잠도 아니요
요즘 좋아하는 도토리묵을 쑤잠도 아니요
그저 알곡을 늘여 먹으려는 심사였다.
들 들 들 물을 붓고 갈아 끓이면 양식이 늘어나니까.
사내들은 이집저집 드나들며 투전판을 벌이고
남의 집 색시를 엿보던 이야기나 하면서 킥킥 거렸지만
내 어머니는 그렇게 호구지책에 매달려 밤을 샜던 거다.
그래야 절약된 보릿쌀 한 됫박 퍼내어 장에 가시니까.
내일부터 날씨가 좀 누그러지리라 한다.
쌓였던 눈도 누그러지겠지.
그러면 묵 쑤던 손은 빨래터를 찾아가야 했으니
내 어머니!
첫댓글 동지하면 그핕죽 근디 지는 죽이 싫어서 밥달라 떼쓰곤 했더랫는데 것두 한때일뿐 이젠 떼써볼 엄니도 누님도 없으니 허합니다
그렇습니다.
다 옛날 이야기죠.
저도 죽이나 보리밥은 질색이었어요.
오늘 팥죽을 사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원 두명이 자신의 마눌이 만들었다하면서
내게 주더군요 직원들 모두 앉아 조금씩 나눠 먹었는데
맛도 맛이지만 그 안에 담긴 훈훈함이 더 맛나게 하더군요
선배님의 글을 읽으면서 어머님의 팥죽을 생각하며 그리워 합니다
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빌어드립니다^^
그래도 가까이에 그런친구가 있어 흐뭇했겠네요.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저는 서울에 살아서 그랬는지
투전판 떠도는 어른들도 보질 못했고
맷돌질하는 어머니들도 못 봤습니다
아주 가끔씩 어쩌다가
녹두 갈아서 빈대떡 부치는 건 봤지요
어머님 생각이 간절하시겠습니다
청솔님은 한양의 귀공자였으니
모를 수밖에요.
오늘 아내가 팥죽을 가져와 잘 먹었답니다
어느새 동지가 오다니 ! 이제 곧 새해가 되겠지요
모두 좋은날 되세요
이제 봄도 머잖았지요.
올해는 애동지라
팥죽을 안 쑨다고 하네요
해마다 사서 먹었는데 어제 팥설기떡으로 대신 했답니다
동지의 추억 어릴때 할머니 엄마 가 맷돌로 팥 갈던거 생각 나네요
애동지 중동지 노동지
그것도 잘 가리시는 안단테 여사님^^
울 동네는 팥죽 파는 곳이 없어
피자로 대신 했습니다
ㅎㅎ
현대인이시니까요.
저는 그런 광경을 보지 못해서
공감이 안갑니다.
그래서 세대차이를 부르짖는가봅니다.ㅎㅎ
저는 동지때마다 시어머님이 한밥통씩 주는
팥죽 처리하느라 난감했습니다.
제가 죽을 싫어하여 모든죽을 거의 안먹기때문입니다.
팥죽만 며칠동안 먹던 남편
이제 그것도 추억이 되었습니다.
어린시절 아마도 모두 죽을 싫어했을겁니다.
부군께서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잘 드셨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