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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흐르는 물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 낭송 이계진
그 여자네 집
김용택 (낭송 : 이계진)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어느 날인가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 살까지 살던 집
(『그 여자네 집』.창작과비평사. 1998) (사진 : 다음 낭송시에서 가져 옴)
----------------------------------------------------------------- 아내, 그리고 `그 여자네 집`
언젠가 아내가 학교에 왔다. 아내는 내가 맡은 2층 2학년 교실에 오더니, 창문 밖으로 펼쳐진 앞마 을, 앞 강, 그리고 앞산을 보고는 감탄을 했다. 참 좋은 곳이다. 당신은 참 좋겠다. 사계절이 나날이 변하는 아름다운 병풍 안에서 사니 얼마나 좋을까. 당신은 복 받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아내만 그러는 게 아니다.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 내 아내와 똑같은 말을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교실 창문들 중 제일 오른쪽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오른쪽을 보면, 작은 시냇물 하나 건너 작은 들이 있다. 그 작은 들이 시작되는 곳에 여자들 젖무덤 같은 산이 하나 평지에 돌출되어 있는데, 그 산은 들 끝에 조용하게 자리 잡은 마을을 절반쯤 가리고 있다. 그리고 그 산이 가릴 듯 말 듯한 까만 기와집 한 채가 있다. 그 집이 내 시에 등장하는 ‘그 여자네 집’이다. 다. 시 속에는 그 여자네 집과 그 부근의 풍경이 그려져 있고, 연애시절 그 여자와 나의 일화들이 담 겨 있다. 저기 ‘그 여자네 집’이 보이네.” 하며 ‘그 여자 네 집’을 가리켰다. 부러야 것구만!” 하며 나를 보고 웃었다. 이처럼 나는 우리 교실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꼭 ‘그 여자네 집’을 보여주곤 한다. 아니다. 우리 집을 가려면 ‘그 여자네 집’ 앞을 지나지 않고는 다른 길이 없다. 어느 봄날, 나는 아내 와 함께 ‘그 여자네 집’ 앞을 지나고 있었다. 에 살구꽃이 겁나게 피어부럿그마잉~ 진짜 좋다!”하며 아내를 바라보았더니, 아내는 한참을 생각하 다가 “저 놈의 살구나무를 베어부러야지.”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그 여자네 집’에 있는 은 행나무, 감나무로 아내를 놀렸다. 그럴 때마다 은행나무, 감나무는 아내 입으로 베어져야 했다. 전화가 왔다. 민세가 전화를 받더니, “엄마, 여기 ‘그 여자네’ 감나무 있는 데야.” 하며 곧 전화를 끊 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빠, 엄마가 나 전주 오면 죽인데.”였다. “왜?” 하자, “엄마가 우리 어디 오냐고 해서 내가 ‘그 여자네’ 감나무 있는 데라고 했거든.” 우린 크게 웃었다. 가 아내더러 “여보 ‘그 여자네’ 어머님이 지나가시네. 내려서 인사라도 허고 가야지.” 그랬더니 아내는 눈을 흘기고 내 어깨를 꼬집었다. ‘그 여자’ 어머니에 대해서는 ‘이 여자’도 어떻게 해코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러기를 몇 번, 어느 날은 또 그 어머니가 지나가시길래 아내를 놀렸더니 “참내, 그런데 저 어머니는 ‘그 여자’를 왜 낳았데.”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아무래도 그 말이 옹색한지 혼자 머리를 젖 히고 크게 웃었다. 여자네 집’을 보며 아내를 놀릴 것이다. ‘그 여자네 집’에 눈이 오고, 살구꽃이 피고, 은행나무의 은행 잎이 노랗게 물드는 한 말이다. 다. 어느 날은 이 놈의 길을 저 뒷산 너머로 내야 한다고까지 했지만 절대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자네 집’이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안심될까. 인입니다. 그의 시는 한 편의 정갈한 풍경화를 보듯 따뜻하고 편안하며 애틋한 정이 흐르기로 유명합니 다. 시집으로 「섬진강」 「그 여자네 집」 「그대, 거침없는 사랑」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그리 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섬진강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사랑시를 쓰게 한 시인의 추억이 알알이 밴 산문집 「정님이」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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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흐르는 물
첫댓글 사랑스런 추억을 새롭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