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후두둑...
떨어지던 빗방울은-
어느새
소나기가 되어...
샤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쏴아....
거리에 시원하게 쏟아진다.
'하필...이런 곳에서...!'
변변한 비 피할만한 상점 하나 없는 거리에서
윤아는 한참을 어째야 할까 고민한다...
그리고...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뛰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이미 옷이 비에 흠뻑 젖어...
비의 한기가
몸에 파고든다.
한참만에-
겨우 찾은 곳은
어느 오피스텔 1층 로비.
사람 좋아보이는 관리실 아저씨 눈치를 보며
윤아는
겨우 오피스텔 현관 가까이에 서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차가운 유리창에 달라붙어
입김을 호호 불며
장난을 치고 있던 윤아에게
낯익은 목소리가..들렸다.
"...너 동완이...집에 얹혀 사는 애 아냐?"
윤아는 흠칫하며
뒤를 돌아봤다.
슈퍼에 갔다 오는 길이었는지
큰 봉투를 든 보라색 머리카락의 남자....
...민우..오빠...
한 손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들고
민우는 윤아를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도대체...
여긴 무슨 일로 온거야?
그 꼴은 뭐야?
물에 빠진 새앙쥐처럼...
동완이는? 동완이는 어딨는데?"
윤아가 왔으면
필시 동완도 왔을거라 생각했는지
민우는 두리번거리며 동완을 찾기 시작했다.
"...아뇨...
저..혼자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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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커피믹스라도 마실래?"
"...예."
윤아가 추워보였는지
민우가 여벌 옷을 던지며 물었다.
"...옷-갈아 입어.
내 거라서 좀 크긴 하겠지만-
일단 옷 마를 때까지만이라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을 받아 들며
윤아가 오피스텔 안을 둘러보면서
감탄한 듯 물었다.
"이 넓은 집에 혼자 사는거에요?"
"으응..."
민우는 집이야 넓든 좁든 흥미없다는 투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그리고는-
"도대체 넌 어떻게 된거야?
그러니까-
혼자서 시내 구경을 나섰는데
비가 와서,
무작정 비 피하려고 찾아온 곳이 여기라고?"
"...아...예...."
따뜻한 커피를 홀짝 거리며
윤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동완이는?"
"...동완오빠...집에 계신데요....
친구분들이랑 반창회 한다구....
...그래서 제가 자리 비켜드린건데요...."
"지금쯤 열나게 찾고 있겠군."
윤아의 말을 듣고
민우가 픽 웃으며 중얼 거렸다.
"예?"
"...지금쯤 동완이가
걱정하고 있을거라고.
낯선 서울땅에
애를 혼자 보냈지-
거기에다 비까지 오니까 오죽 당황하겠냐...?"
민우의 말에
윤아는 씁쓸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아뇨....
찾을리 없어요....
...오빠...화 많이 났거든요...."
"....화가 나?"
민우는 습관처럼
담배를 피워물고는
익숙하게 담배불을 당겼다.
그리고
흥미있다는 듯
윤아를 응시한다.
"...화...무지 났어요....
저 때문에...
헤...제가 말 실수를 좀 했거든요..."
윤아가 헤헤거리면서
슬픔을 감추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이상하다...
머리가...어지럽다....
안색이 변한 윤아를 본 민우가
윤아에게 물었다.
"...왜 그래?
...너 어디 아프니?"
고개를 갸웃하며 윤아에게 다가온 민우가
윤아의 이마에 손을 대 보더니
하얀 이맛살을 찌푸렸다.
"...임마,
너 비를 얼마나 맞고 있었던거냐?
이거 완전히 불덩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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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나 아무래도-
밖에 윤아 좀 찾으러 갈까봐..."
아까부터 창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던 동완이
도저히 안되겠다는 듯-
지연에게 말하며
자리에게 일어섰다.
"...김동완?
-어디 가려고?!"
그런 동완의 결정이
꽤나 불만스러운 듯
신비가 표정을 찡그리며 물었다.
"왠만하면-
분위기 망치지 말고 그대로 앉아 있어....
....야...
...나 오늘 너한테 할 말 있단 말야..."
신비의 눈을 보며
한참 망설이던 동완이
이윽고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띠며
일어선다.
"...안되겠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들을게...."
그리고
지연에게 잘 부탁한다는 한 마디를 남기곤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엇갈리지만 않는다면...
버스정류장...쯤에 서 있으면...
윤아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동완은 우산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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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대백과사전 <85> - 동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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