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14) - 경관이 아름다운 곡성 지나며 투표하다 - 명량해전 승리의 길 기행록(4)(앞록- 입면 28km)
기차길-국도-자전거도로가 나란히
3월 4일(금), 아침 7시에 압록을 출발하여 곡성읍으로 향하였다. 강바람 서늘하고 물흐르는 소리 고요하다. 한 시간쯤 걸으니 가정역 부근, 야영수련장이 웅장하고 암벽체험 시설이 이채롭다. 차량통행이 뜸한 건너편 길 두시간여 걸은 후 기차길, 국도, 자전거길이 병행하는 반대편길에 들어서서 한 시간여 더 걸으니 곡성읍이 가까원진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섬진강자전거마을, 남한에서 고유어종이 가장 많이 서식한다는 섬진강침실습지, 대규모로 조성하는 군립공원 등 볼거리가 많구나!
16km쯤 걸어 곡성읍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서둘러 군민문회관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로 향하였다. 투표소에는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줄지어 대기중, 지역주민이 아닌 이들을 따로 챙겨주어 빨리 투표를 마치니 홀가분하다.
줄 서 있는 투표소
투표소 근처의 식당을 찾아 점심을 들고 군청 앞의 이순신 수군재건로를 담은 표지물을 살핀후 다음 행선지인 옥과로 향하였다.
곧장 읍내를 벗어나 통행이 한산한 옛 국도를 잠시 걸으니 순창쪽에서 흘러오는 섬진강 물줄기의 청계동로 큰길로 정어든다. 오랜 동안 광주에 살면서도 몰랐던 길, 순창을 지나며 자주 접했던 섬진강 물줄기가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강줄기와 주변 골짜기가 아름다운 국도를 두 시간여 걸으니 경치좋은 길 끝이라는 지점에서 순창과 옥과로 가는 갈림길에 이른다. 옥과 방향으로 한 시간여 더 걸으니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정자 함허정, 이곳을 살피는 동안 반가운 이가 승용차에서 내린다. 초창기 대학교수 시절의제자가 최근 옥과의 큰 사찰주지로 부임하였는데 오늘 옥과에 이른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왔다.
어느덧 오후 4시 반, 이곳까지 28km 걸은 터라 걷기를 종료하고 일행과 함께 승용차에 올라 옥과로 향하였다. 옥과 외곽의 사찰에 도착하니 저녁 공양시간, 사찰음식으로 저녁식사를 가름하고 스님 방에 앉아 향기그윽한 차를 마시며 한 동안 담론을 나누었다. 평소의 좋아하는 지론, 청출어람을 되새기며 중진 스님으로 일가를 이룬 옛 제자의 성숙한 모습이 뿌듯하다. 숙소까지 전송한 후 숙비까지 결제하고 떠나는 발걸음에 감사와 미안함이 교차한다. 부디 취임할 때 기원한 메시지대로 불자는 물론 나라와 사회에 큰 공덕 배푸시라.
중진 스님이 된 제자와 함께
* 걷기 막바지에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휴식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살피다가 이를 긴 의자에 놓고 나왔다. 몇 발자국 걷는데 갑작스런 경적을 울리며 버스가 멈추더니 혹 스마트폰 정류소에 놓고 가지 않느냐고 묻는다. 황급히 돌아서 폰을 챙기며 안도의 한숨, 어떻게 손님도 없는 정류장을 지나며 폰이 놓인 것을 발견하였을까.
그대로 지나칠 수 있을텐데 일부러 멈춰서 친절하게 알려주었을까.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인생을 아름다워라.
# 베낭에 노트북을 지참할 수 없어 pc 방 등에서 기행록을 작성하여 송부하였는데 오늘은 불가능, 폰의 노트에 기록한 것을 전송하니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