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편집국장 -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8년째 지속되는 제주사회의 갈등은 제주도의회 구성지 의장에게는 풀어나가야 할 제주 현안이 아니었다.
구성지 의장은 8일 의장 취임 100일째를 맞아 “제10대 도의회 출범 100일 성과와 과제”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구 의장은 제주사회의 시급한 현안으로 “특별법 제도개선, 카지노 문제, 영리병원 문제, 신공항 건설, 중국자본 문제, 노형 드림타워 등 난개발 문제”를 열거했다.
구 의장이 밝힌 제주도의회의 과제에는 제주해군기지와 관련된 내용은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구 의장은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강정마을회가 협의해 검토하고 있는 진상조사를 놓고 “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제주지사가 해군기지건설에 대해 사과한다면 갈등의 해결이 아닌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대안 제시 없이 ‘딴지’만 걸었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는 논평을 내고, 이는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의 부당성을 가리려는 행위이자, 해제 절차가 부당했었음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고,그 논평이 제주지역 언론을 도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구 의장은 “진상규명조례 제정과 관련해 도가 의회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아 의회도 선뜻 협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옹색한 변명이자 회피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제주사회의 가장 첨예한 갈등 현안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대해 도의회가 적극 앞서 나서는 게 당연하고, 제주도정의 사전협의가 없었다면 이에 대해 따져 묻고, 또 나름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게 도의회의 당연한 권한이자 책무임에도 불구하고,엉뚱하면서 설득력 없는 변명이나 내뱉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강정마을회는 구 의장의 발언에 강력 반발하며 구성지 의장의 이런 ‘딴지걸기’을 볼 때, 진상조사를 실시하더라도 제주도내에서 있었던 사실조차 제대로 기술할 수 없는 진상조사가 될 우려가 있으며, 결국 그렇다면 진상조사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구 의장은 갈등 해소가 아닌 갈등 격화를 초래한 것이다.
어떤 이는 구성지 의장을 향해 마을 이장 또는 안덕면장이나 할 감 밖에 안 되는 사람이 어쩌다 도의회 수장이 되어 이런 행태를 보이는지 한심스럽다는 비난을 보탰다.
2009년 12월 제주도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던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날치기로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안이 통과되자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해군기지 건설 반대 단체들은 도의회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특히 해군기지 절대 반대를 외치던 구성지 의원이 앞장서서 안건 가결을 시킨 것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당초 해군은 서귀포시 안덕면의 화순항을 해군기지 입지로 지목해 추진했지만, 지역주민들이 반대에 부딪쳐 새로운 입지를 물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구성지 의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안덕면 주민들을 대변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다가 결국 강정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놓고서는 표리부동하게 날치기 선두에 선 것을 말하는 것이다.
겨우 자기 지역구나 챙기는 이런 표리부동함을 볼 때, 도의회 수장으로서는 한참 수준 미달이며, 동네 이장이나 면장 감 밖에 안 된다는 비난이다.
구 의장은 “제10대 도의회 출범 100일 성과와 과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민을 하늘같이 받드는 의정”을 강조하며, “순자는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두둥실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라고 역설했다”며, “우리 도의회는 이런 순자의 가르침대로 도민을 하늘같이 받들며, 도민이 주인이 되는 도의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 또한 표리부동한 자의 교언영색에 불과하다는 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은 얼마 전 2009년의 ‘날치기’ 사건을 회상하며 “구성지 의장이 나를 보면 부끄러운지 피해. 그 사람만 아니라 도의회 자체를 믿을 수가 없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회는 구성지 의장을 향해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며 아무런 대안도 없이 비판만을 내세우는 정치인은 제주도의 미래에 아무런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 이런 정치인이 도의회 의장으로 있는 한 강정마을의 갈등은 해소될 수 없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해가 거듭될수록 깊어질 것, … 더 이상 강정마을에 상처를 주지 말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도의장직과 도의원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가기를 권한다”라는 등의 분노에 찬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생존을 위해 삶을 바쳐 8년째 저항하며 처절하게 고통 받는 강정마을 사람들이 눈에 밟히지 않는 이가 제주도의회 수장으로서 자격이 된다 할 것인가? 나는 면장은커녕 이장 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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