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칼럼-CEO 힐링포엠 (22) 인지부조화의 심리구조
잘못된 선택을 끝끝내 버티는 마음:
모순의 합리화와 인지부조화의 함정
How Healing Emotional Wounds: Cognitive Dissonance
(월간현대경영 2023년 5월호)
인지부조화의 심리구조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1957년에 발표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에 따르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 우리는 인지부조화 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 모순을 합리화하려 든다.
왜 우리는 굳이 변명까지 꾸며대며 자신의 상황을 그럴싸하게 합리화하려고 할까?
매일 소란과 소동으로 골치 아프게 만드는 아이들을 그래도 예뻐하는 우리의 심리는 무엇일까? 정신병원이나 다름없는 회사에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어떻게 우리는 매일 사장과 동료들을 친절하게 대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답은 바로 우리 자신 안에 있다.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가 있다. 그는 담배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흡연이 건강을 해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이렇게 대립하는 생각들이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생각이 조화를 이끌어낼까? 물론 담배를 끊어야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편해져’, ‘담배를 피우면서도 90살 넘게 산 사람들을 알아’ 따위의 핑계를 내세우며 생각의 조화를 꾀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런 식으로 둘러대면서 계속 담배를 피우며 인지부조화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더라도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거기에 들인 시간이나 돈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행동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다.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
어떤 일에 투자한 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그것에 해당하는 가치를 높게 매기는데,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부른다.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게 되면, 사람들은 흔히 싼 게 비지떡이지 하는 표현을 쓰면서 투자한 노력을 정당화한다. 어려운 기준을 통과해 인기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은 드물지 않게 자신이 택한 학문이 무척 흥미롭다고 말한다. 사실은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원치 않는 학과를 선택했음에도 말이다. 매몰비용의 오류는 현실과 충돌하는 자신의 생각이나 기대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인지부조화’의 전형작인 현상이다. 부부관계와 자식만큼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것도 없다. 남편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부인이지만, 그녀는 이혼하는 대신 그 동안의 투자를 생각해 마음을 바꿔 먹는다. ‘그래도 최소한 기댈 어깨라도 있는 게 낫지 않겠어.’ 이로써 부인은 다시 평온을 찾는다. ‘자식이라는 게 어쩜 저리도 속을 썩일까? 그래도 내 새끼라 그런지 저렇게 예뻐 보이니 참을 수밖에.’ 이런 식으로 부모는 속상한 마음을 달랜다.
직장의 상사와 동료를 두고도 똑 같은 일이 벌어진다.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이제 와서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잘못됐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번 인지부조화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다. 인간은 어느새 문명의 달콤함에 빠져들고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에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뜻밖의 능력이 있다.
이왕 태어난 김에 열심히 살아갑시다.
원종섭 박사
“치유의 인문학’ 강사/ 제주대 교수/ 영미시 전공 교육학박사/ Wenatchee Valley College, Washington/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PT 한국시치료연구소 시치료 전문가/
‘치유의 인문학’, Healing Poen 대표, 문화예술평론가 한국예술비평가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