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갱시기를 아시나요?” >
- 文霞 鄭永仁 -
내남적없이 어려웠던 시절, 긴긴 겨울이면 아침은 느지막하게 먹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은 일찌감치 먹는 것이 다반사였다.
우리 집에서는 아침밥을 각자 조금씩 남겼다. 남긴 밥을 모아서 점심이면 김치를 푹푹 썰어 넣고 물을 많이 부어 김치국밥을 끓여서 요기하였다.
우리 게에서는 그것을 ‘끓인 밥’이라 했다. 경상도 쪽에서는 그것을 ‘갱시기’라고 하나 보다. 아마 6.25 동란 후 먹었던 ‘꿀꿀이죽’이라 할 수 있다.
밥 한 그릇을 끓이면 갱시기 세 그릇 정도 되었다. 그나마 갱시기로 점심을 때울 정도면 괜찮은 집이었다. 태반 점심은 굶었다.
라면, 피자, 와플, 아이스크림을 먹는 신세대는 상상도 안 되는 끼니였다. 갱시기를 먹었던 세대와 라면이나 피자를 먹는 세대와는 천양지차이기에 마치 두 개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세대와 신세대에는 서로 건너지 못하는 강과 같다. 거기에는 소통 이해라는 다리가 놓여져야 하는데 말이다.
나는 죽을 아주 싫어한다. 어렸을 적부터 속병을 앓고 약골이라 툭하면 흰죽을 물리도록 먹었다. 그래서그런지 죽은 호감이 가지 않는다. 다만 녹두죽과 콩죽을 빼놓고서는…….
입맛은 어렸을 적부터 길들여지는 것이다. 맛과 냄새까지.
지금 아이들에게 걸쭉한 갱시기를 끓여주면 아마 짐승이나 주는 것이라고 칠색팔색할 것이다.
두레반에 주욱 둘러 앉아 김치국밥인 갱시기를 먹던 시절, 그리움. 코를 훌쩍거리며 왜 그리 콧물은 떨어지는지……. 그 당시는 비만이 있을 수 없었다. 보리밥 같은 것을 많이 먹어서 밥통이 뽈록하데 늘어난 배장군만 있었다.
지금은 너무 잘 먹고 잘 입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알전구에다 구멍난 양말을 끼고서 깁던 어머니를 지금은 그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화로에 죽 들러 앉아 이를 잡던 모습은 돌아갈 수 없는 한 장의 추억 사진일까?
첫댓글 갱시기~ 참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제 고향은 상주~ 유년시절 할머님이 어머님이 끓여주시는 갱시기 많이 먹었답니다. 죽 종류를 갱시기 하고 했던 것 같아요. 김치 갱시기 거기에 콩나물과 그 당시엔 덴뿌라라고 했던 어묵(지금과는 천양지차가 있는 뼈가 막 씹히고 좀 시커먼 것 ^^) 아니면 북어를 푹 울쿼서 그 묵물에 혹은 멸치를 울군 국물에 끓여주시던 갱시기 맛있었지요. ^^ 일단 밥상이 들어올라 치면 놋화로나 질화로 2개가 놓이고 그 위에서 담북장이 끓었던 기억도 나네요.
*** 담북장 ***
참으로 오래간만에 들어 봅니다.
담북장은 청국장과 다르지요?
아, 그 속에 푹 익힌 커다란 무우덩어리가...
어머님이 돌아가신곤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군요.
구수한 담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