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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세상에 흔들림 없는 철학.
명쾌한 해답을 찾아가는 솜씨 좋은 철학 에세이.
“탈진실의 시대 한복판에서, 여전히 우리가 진실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법관의 일》 송민경 변호사 추천
“거짓말에 정직하게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벤젠은 철학 전통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으며 빛나는 사상가들이 남긴 유산에 대한 쉽고 빠른 접근을 제공한다.” - 제프리 코스키, 워싱턴&리대학교 종교학 교수
‘누구나 거짓말한다. 모두가 거짓말을 비난한다.’ 사회심리학 실험에서 사람들이 남에게 하는 말의 25%는 거짓말이다. 상대가 거짓말하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추측할 확률은 54%, 동전 던지기보다 약간 높다. 이래도 당신이 거짓말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거짓말이란 무엇이며, 왜 사람들은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할까? 어떤 경우에는 (하얀 거짓말, 정치인의 거짓말 등) 거짓말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거짓말의 문제들은 철학적으로도 오랜 숙제였으며 지금도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철학자 스벤젠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진짜 세상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플라톤, 칸트, 한나 아렌트와 같은 철학자의 도움을 받아 거짓말이 인간관계, 정치 및 소셜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넓고 깊게 조명한다. 결국 저자의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 같은 대통령의 뻔뻔한 거짓말보다) 진실이다. 이 책은 거짓이 현실인 세상에서 도적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려 깊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위트와 재미, 명료함은 덤이다. 끝으로 퀴즈.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짧은 답은 이것이다. OO의 경우 OO의 사람들.
🏫 저자 소개
라르스 스벤젠
노르웨이 출신의 철학자로서 현재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 세계 26개국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지루함의 철학』을 비롯하여『자유를 말하다』, 『노동이란 무엇인가』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다. 『권태의 철학』, 『공포의 철학』, 『악의 철학』, 『생물공학에 대한 비판: 인간과 도덕, 유전자』 등 많은 저작들을 선보이면서 특히 우리 삶의 일상적 실천들을 철학적 사유의 주제와 아젠다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부지런히 진행하고 있다.
📜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1장.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2장. 거짓말의 윤리
3장. 나에게 하는 거짓말
4장. 거짓말과 우정
5장. 거짓말의 정치
6장. 우리 안의 거짓말
참고 문헌
감사의 말
역자의 말
추천사
📖 책 속으로
누구나 거짓말한다. 모두가 거짓말을 비난한다. 우리는 거짓말이 잘못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한다. 실제보다 잘나 보이고 싶거나 못나 보이기 싫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또는 곤란과 불편을 면하기 위해서 거짓말한다. 때로는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거짓말을 한다. 특히 상대가 기분 상하는 일을 막기 위한 거짓말을 많이 한다. 타인을 위한 거짓말인지 자신을 위한 거짓말인지 구분이 어려울 때도 많다. 그 경우 우리는 남을 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일 때가 많다.
---「‘서문’」중에서
그러자 기자가 대놓고 물었다. “과거에 이 여성과 어떠한 성관계도 갖지 않았나요?” 클린턴이 다시 대답했다. “성적 관계는 없다. 그건 정확한 사실이다.” 클린턴은 과거의 행동을 특정해서 묻는 질문들에 꿋꿋이 현재 시제로 대답하는 전략을 썼다. 그의 답변은 문자 그대로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진술의 목적은 본인도 허위임을 아는 내용을 대중에게 사실로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진술은 거짓말로 보는 것이 맞다.
---「‘1장. 거짓말이란 무엇인가’」중에서
진실성의 반대말은 한 가지가 아니라 셋이다. 트루시니스, 개소리, 거짓말. 이 책의 주된 초점은 이 셋 중 마지막 것을 파헤치는 것이다. 다만 거짓말의 많은 측면이 트루시니스와 개소리에도 해당될 수 있으며, 따라서 그것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1장. 거짓말이란 무엇인가’」중에서
그런데 예수회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약속은 약속한 시점에 약속을 지킬 의도가 있었을 경우에만 구속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내가 “XX를 하겠다고 약속합니다.”라고 말해 놓고 몰래 혼잣말로 이렇게 덧붙인다면? “내키면.” 그러면 나는 그 약속에서 완전히 풀려난다. 하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발뺌 전략에 불과하다. 거짓말은 용납 불가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고안된 것이라지만, 사실상 거짓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장. 거짓말의 윤리’」중에서
누군가에게 거짓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현실 접근을 차단하는 일이다. 착한 거짓말, 못된 거짓말 모두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거짓말은 상대의 자유를 박탈한다. 거짓말은 아무리 선의에서 비롯된다 해도 상대가 주변이나 자신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통찰을 막는다. 반면 진실은 그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진실은 그가 인생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보여 줄 수 있다. 때로 진실은 우리에게 고통스럽거나 심지어 파괴적인 결과를 부른다. 그래도 상대가 진실을 감당하기 역부족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오만이다.
---「‘2장. 거짓말의 윤리’」중에서
앞서 언급했듯 거짓말은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가져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즉 실상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것이 거짓말과는 어떻게 다른지 따져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거짓말을 믿기 시작하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만 하면 된다. 자기기만이 자신에 대한 기만만은 아니다. 배우자가 실제로 바람을 피웠고, 냉철하게 봤을 때 배우자의 불륜을 말하는 증거들이 명백한데도, 배우자의 결백을 믿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지식은 흡수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환상에 매달리는 것이 더 편하다. 사실 이런 유형의 자기 기만도 비록 간접적이지만 자신에 대한 것이다. 타인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것이니까.
---「‘3장. 나에게 하는 거짓말’」중에서
거짓말쟁이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는 플라톤의 견해는 맞는 말이다. 우선, 사람들은 누군가를 거짓말쟁이로 감지하면 그 사람을 기피한다. 사람들은 믿음이 가는 사람들로 주위를 채우고자 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 둘째, 거짓말쟁이도 자신을 남들로부터 차단한다. 남들에게 자신의 내적 자아를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4장. 거짓말과 우정’」중에서
예컨대 미국이 베트남전 확전의 명분으로 삼았던 통킹만 사건이 사실은 조작이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Pentagon Papers)가 극비에 붙여졌던 것은 베트콩이 베트남전의 전황을 아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베트콩이야 이미 전황을 훤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미국 국민이 아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문서의 내용이 알려지면 반전운동이 격화될 것이 뻔했다. 이때의 비밀주의는 행정부 통제가 아니라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할 대상에 관한 대중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5장. 거짓말의 정치’」중에서
‘모두가 언제나 거짓말하는’ 사회가 가능할까?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과장된 표현이다. 하지만 아렌트의 요점은 이것이다.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거짓말이 너무나 만연해져서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어지고, 개인들은 현실감각을 잃는다. 전체주의는 사회적 공간을 허물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구분도 없앤다. 아렌트는 이것을 ‘집단적 고독(organized loneliness)’이라 부른다.
---「‘5장. 거짓말의 정치’」중에서
자기 말이 허위라는 비판에 직면했을 때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비판을 제기한 사람을 아무 근거 없이 믿지 못할 사람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폈다. 즉 자기 말이 틀렸다는 비판 역시 믿을 수 없으며 따라서 무효라는 식이었다. 알다시피 이 전략은 본인의 신빙성 증진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비판적 목소리의 신빙성을 꺾기 위한 전략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워싱턴포스트》를 믿는 만큼 트럼프도 믿을 수 있지 않을까?
---「‘5장. 거짓말의 정치’」중에서
진실을 말할 때는 이유가 따로 없지만, 거짓말을 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따른다. 진실을 말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내적 갈등 없이 진실을 말한다. 진실을 말하면 곤란해질 때가 문제다. 이때 거짓말의 필요성이 부상한다.
---「‘6장. 우리 안의 거짓말’」중에서
🖋 출판사 서평
거짓말은 게임이다?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썼다. “거짓말은 일종의 언어게임이며, 다른 모든 게임처럼 학습을 요한다.” 상당히 특이한 주장이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규칙을 가진 다양한 ‘게임들’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얀 거짓말이란 것이 정말 있을까?
스웨덴계 미국인 철학자 시셀라 복의 말처럼, 진실을 말하는 데는 어떠한 정당화도 필요하지 않은 반면 거짓말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마누엘 칸트는 이유 있는 거짓말 따위는 없으며 ‘하얀 거짓말’이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칸트에 따르면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거짓말도 허용되지 않는다. 칸트의 관점은 우리가 피해자보다 살인마를 배려해야 한다는 말일까?
자기기만 피하기라는 난제.
“그노티 세아우톤(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입구에 새겨져 있던 말이다. 《국부론》의 저자인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기만은 인류의 치명적 약점이다. 인간 삶에 일어나는 혼란의 절반은 이 자기기만에서 비롯된다. 만약 우리가 남들의 시선에서 자신을 본다면, 다시 말해 자초 지종을 모두 아는 타인이 우리를 보는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면, 스스로 마음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그런 시선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국가의 거짓말을 위한 변명의 진화.
“우리의 통치자들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허위와 기만을 상당히 사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수단의 사용이 의술의 범주에 든다고 믿는다.” (플라톤)
진실함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정치에 있어서는 자신에게 유리할 경우 거짓말하고 속일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키아벨리, 1469~1527)
정치가 진실에 우선하며, 국가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 (토머스 홉스, 1588~1679)
정치는 더러운 사업이라서 그 세계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기꺼이 손을 더럽힐 각오를 해야 한다. (막스 베버, 1864~1920)
민주국가의 시민은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당할 권리가 있다. (글렌 뉴이, 1961~2017)
본능적 신뢰는 우리가 인간이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처음부터 상대에게 도둑질과 거짓말의 혐의를 둔다면 삶의 영위가 힘들어지고, 우리의 삶은 망가지고 시들어 버릴 것이다.” (K. E. 뢰그스트루프, 1905~1981)
“신뢰는 사회에 내재하는 가장 중요한 합성력 중 하나다.” (게오르크 지멜, 1858~1918)
“말이 우리를 속인다면 모든 교류와 소통이 부서지고, 우리가 세운 정치체의 유대가 풀려 버린다.” (몽테뉴, 1533~1592)
“사람들은 대체로 믿을 만하다는 것이 진실이다. 하지만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이 진실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날린다. 또한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자신의 세상이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는 경험을 한다. 이는 좋은 삶이라고 할 수 없다.” (라르스 스벤젠)
이 책에서 스벤젠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진짜 세상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플라톤, 칸트, 한나 아렌트와 같은 철학자의 도움을 받아 거짓말이 인간관계, 정치 및 소셜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넓고 깊게 조명한다. 결국 저자의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 같은 대통령의 뻔뻔한 거짓말보다) 진실이다. 이 책은 거짓이 현실인 세상에서 도적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려 깊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위트와 재미, 명료함은 덤이다. 끝으로 퀴즈.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짧은 답은 이것이다. OO의 경우 OO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