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그 사탄스러움이여~
아자마켓 송년 모임에서의 일이다.
가만히 앉아 구경이나 할 참이었는데
꽁아가 쑤셕거리더라. 모임에서 보자고.
허나 못 들은 척하고 있었다.
며칠 전 꽃밭에서 앞으로 고꾸라져 얼굴에 네 바늘을 꿰맸고
그런 터에 몸살까지 와서 컨디션 조절 중인데
채스 방장이 또 꼭 보자더라.
내가 무슨 위인이라고~
그래서 참석 댓글을 달면서, '술은 No'라고 했다.
모임에 나타나 점잖게 앉아있으려니
벙이님이 한다는 말이
"모임에서 술 한 잔 홀짝거리고 앉아있는 사람이 제일 베기 싫다" 더라.
내가 바로 그런 군상 아닌가...?
그것 참!
이게 제1탄이었다.
술안주는 술 마시는 사람 몫인데
영영이 여사가 나에게 자꾸 술안주를 안기더라.
술도 마시라는 뜻?
그것 참!
이게 제2탄이었다.
저 멀찍이 앉아있던 최운정이 다가오더니 나에게
"선배는 무슨 선배?"
"오빠는 무슨 오빠?"
"형님이지, 안 그래?"
그래서 그 입담에 눌려 그렇다고 했는데
형 먼저 한 잔, 아우 먼저 한 잔 하자는 게 아니던가?
그것 참!
이게 제3탄이었다.
옆에 앉은 꽁아가 맹물을 따라주며 건배하자더라.
자기는 술 마시고 나는 맹물을?
그것 참!
이게 제4탄이었다, 사탄.
괴테는 말년에 <파우스트>를 써서 세계적 문호가 되었는데
사탄 메피스토 펠레스가 학자 파우스트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젊음을 찾아주고 온갖 환락을 허락할 테니
영혼을 자기에게 넘기라고.
그래서 계약을 하게 되고
사탄 악마의 꾐에 따라 환락에 접어들지만
끝내 영혼은 넘기지 아니한 채 희곡은 끝난다.
그러니까 영혼을 팔아넘길 것인지는 독자에게 맡긴 셈이다.
나는 4탄에 빠져 술잔을 들기 시작했다.
한 잔, 두 잔, 석 잔...
석 잔 째는 들고일어나서 회원들을 찾아 나섰다.
건배~
짠~
부라보~
그런 다음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래 하나 부르고
살짝 퇴장하려니
"괜찮아요? 가실만해요?"
그러더라, 사탄들이^^
그것 참!
그래서 홀로 집에 돌아와 침대에 쓰러졌지만
그런 재미도 없다면 무슨 재미...?
내 영혼은 아직 성성하니까 뭐^^
사진은 제1탄 벙이님, 제4탄 꽁아님이요
그 가운데는 백주(白酒)만 마시는 모렌도 공이다.
위 글은 지난해 12월 5일, 아자마켓 잔치에서의 일화다.
술, 그거 젊은 시절의 술과 중년 이후의 술은
의미가 다르고 맛도 다르다.
어느 회원은 중년의 술은 삶을 마시는 거라 했던데
일리가 있다.
허나, 나에겐 이제 술이란 객기라고나 할까...?
마서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데
가끔 사탄이 다가와 유혹하면 한두 잔 마시게 된다.
그것도 없으면 무슨 재미랴..
여기서 사탄이란 호의주신(好意酒身)을 말한다.ㅎ
*초상권이 거북하시면 말씀하시길..
첫댓글 군모닝~석촌님^^
주님을 모시는 게
사탄을 모시는 거와 같다니
세상에는 선과 악이 없노라~이캅니더!ㅎㅎㅎ
그렇군요.
뭐 자신의 마음에 걸리지만 않으면 되죠.
마음 속에 하느님이 들어앉아계시니까요.
초상권이라는 말씀에 나오신 분들
제가 모두 아는 분 이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분들은 술 드시고 임가심으로 부탄가스도 흡입하나요?
몸을 비트는 걸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잠깐만 본 모습이니 알 수없는 노릇이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