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땡볕 속에서 부산파크골프대회 성료
파크골프(park golf)는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파크와 골프가 합성된 말로 공원에서 치는 골프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의 야외 행사는 날씨가 관건이겠지만, 축구 등은 비가 오는 날에도 예정대로 거행된다. 그러나 파크골프는 비가 많이 내리면 공을 칠 수가 없다.
그동안 전국 대회는 몇 군데 시도에서 개최되었지만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회장 김정포) 월례대회를 지난 7월에 계획되었으나 연이은 장맛비로 연기와 취소를 거듭하다가 다시 잡은 날짜가 8월 24일 토요일이었다.
땡볕 속의 파크골프장. ⓒ이복남
지난 8월 20일 제9호 태풍 종다리가 제주도를 지나 서해안으로 상륙해서 전국으로 많은 비를 뿌렸다. 종다리의 영향으로 며칠간이나 비가 내려서 이번 대회도 무산되나 염려했더니 22일부터는 날은 맑았으나 다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연일 기온은 30도를 웃돌아서 언론에서도 고체온증의 열사병과 열대야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열대야는 여름밤 최저 기온이 25°C 이상인 현상을 일컫는 말이며 일 평균 기온이 25°C를 넘어서거나 일 최고 기온이 30°C 이상 지속 때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여름날 주로 발생하며 밤 최저 기온이 25℃ 이상인 날을 열대야라고 한다.
24일에도 하늘은 개어서 햇볕이 쨍쨍했고 낮 기온은 33°C를 예보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 참가 인원은 남녀 합해서 200명쯤 되는데 여자는 오전에 A코스를 18홀 돌고, 오후에는 B코스를 9홀 돈다고 했다. 남자는 오전에 B코스를 18홀 돌고 오후에는 A코스를 9홀을 돈다고 했다.
여자 A코스 출발. ⓒ이복남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했는데 주최 측에서는 혹시라도 어지럽거나 몸에 이상이 있으면 경기를 포기하고 본부석으로 와달라고 당부했다. 본부석에서는 몇 번이나 안내를 했으나 다행히 열사병으로 경기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처음 대회를 공고할 때는 기록(심판)원을 따로 모집했으나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기록(심판)원 없이 4인 1조 가운데 한 사람이 기록하고 4인의 서명을 받으라고 했다. 대회가 끝나고 본부석에 와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지만, 여기저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회에서는 OK가 없음에도 OK를 하는 조가 있었고, OB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조도 있는 것 같았다.
남자 B코스 출발. ⓒ이복남
날씨는 정말 더웠다. 필자는 40조로 맨 끝번이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선수들을 보니 휠체어 오른쪽에 PVC 파이프를 매달아 그 속에 파크골프채를 넣고 다녔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더러 있었는데 대부분이 PVC 파이프를 사용하지 않았다. PVC 파이프가 파크골프채를 넣고 다니기에는 편리한 것 같은데 왜 PVC 파이프를 사용하지 않을까.
오전에 두 바퀴를 다 돈 선수들은 점심을 먹고 있었지만, 필자는 40조 제일 끝조라 마지막이라 경기를 마치고 점심 테이블에 가보니 반찬은 이미 거의 다 동이 나 있었다.
늦게 온 선수들과 점심을 먹고 하사가클럽 이영우 회장이 준비해온 빵과 바나나도 먹고 천막 그늘에서 쉬었지만, 그늘막이라고 해서 더위가 별로 달라지지도 않았다. 그나마 이영우 회장이 아이스박스에 조각 얼음을 가득 가져와서 다행이었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어렸을 적 동요가 절로 떠올랐다.
휠체어 오른쪽에 PVC 파이프를 붙인 김정포 회장. ⓒ이복남
휠체어를 이용하는 선수들에게 PVC 파이프가 편리한 것 같던데 왜 이용을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한번 사용해 봤는데 아니더라고 했다.
휠체어를 파크골프장에서만 사용하는 사람은 휠체어 옆에 PVC 파이프를 붙이면 편리하겠지만, 자기처럼 항상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오히려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크골프장에서 다른 홀로 이동할 때는 무릎 사이에 파크골프채를 끼우고 이동한다고 했다.
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파크골프채는 앞 바구니에 넣고 다녔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은 파크골프채를 지팡이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파크골프채를 거꾸로 해서 헤드 부분을 손으로 짚고 다녔다.
파크골프채를 무릎 사이에. ⓒ이복남
오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등수에 상관없는 사람들은 중간에 기권하기도 그렇고 경기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맴맴맴맴 찌르르 찌르르 매미 소리는 귀청을 찢는 것 같았다.
A코스와 1번 홀과 2번 홀 사이에 커다란 노란 미색 꽃이 바람에 하늘거렸다. 멀리서 볼 때는 접시꽃처럼 보이더니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접시꽃하고는 달랐는데 닥풀꽃이라고 했다.
접시꽃 같은 닥풀꽃. ⓒ이복남
접시꽃을 한자로 촉규(蜀葵)라고 하는데 닥풀꽃은 접시꽃을 닮은 노란 꽃이라 해서 황촉규(황촉규(黃蜀葵)라고 부른다고 한다.
닥풀은 아욱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인데 닥풀이라는 이름은 뿌리에 점액이 많기 때문에 닥나무로 한지를 제조할 호료(糊料)로 사용하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호료(糊料)란 식품의 형태를 유지하고 감촉을 좋게 하는 점성 물질로 일종의 풀이다.
서든데스를 구경하는 갤러리. ⓒ이복남
오후에는 9홀만 돌았으므로 경기는 일찍 끝났다. 주최 측에서 점수를 집계하는 동안 홀인원을 한 선수 3명에게 파크골프공을 하나씩 상품으로 수여했다. 그 밖에도 몇몇 사람들에게 행운상이 돌아갔다.
점수는 남녀 모두 27홀을 돌고 제일 낮은 점수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장애인 선수에게는 한 코스에 핸디 1점을 주었으므로 27홀이니까 핸디가 3점이다. 그러나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는 핸디에서 제외란다.
여자 입상자들. ⓒ이복남
수상은 1등부터 10등까지인데 동점자들이 많아서 A코스 9번 홀에서 서든데스(sudden death)를 했다. 경기를 마친 사람들이 9번 홀 나무그늘 아래서 서든데스를 구경하는 갤러리들이 목을 빼고 기다렸다. 서든데스는 지정된 홀에서 상대보다 낮은 점수로 컵인을 하거나, 동점일 경우 니어핀으로 정한다.
최종점수로 수상자가 선정되었다. 남녀 각 1등부터 10등까지 등수와 상품이 수여되었다. 아마도 95타에서 110타 정도 되는 모양이었다.
남자 입상자들. ⓒ이복남
단체전도 있었는데 단체전을 따로 경기를 하는 게 아니라 각 클럽에서 미리 선정된 선수 5명의 타수를 합산하여 1, 2, 3, 4, 5등을 정한다고 했다.
하사가클럽에서는 개인전에서 제오종 선수가 97타로 6위를 했고 단체전에서는 입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볼멘소리를 했다. 이번 대회는 부산장애인골프협회에서 주최하는 8월 월례대회인데 주최 측의 회장과 사무국장이 입상자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