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홈페이지 등이 15시간 넘게 먹통이 되는 역대급 전산장애를 일으키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금융감독규정상 투자자 피해 정도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임원과 회사에 대해 중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사실상 피해 금액을 스스로 산정할 수 있는 구조이기에 중징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 역대급 전산장애, 금감원 징계 가능성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제39조에따라 전산장애를 일으킨 증권사의 임원 및 회사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날 오후 4시부터 이날 오전 7시 15분까지 MTS와 HTS, 홈페이지가 모두 먹통이 되는 역대급 전산사고를 일으켰다. 폭우가 사고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고객들은 15 시간 동안 주식거래는 물론 입출금 등을 전혀 할 수 없었다. 특히 미국 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장시작부터 장마감까지 단 한 건의 주식거래조차 할 수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 수습에 나선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사태를 보고 받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감독규정상 IT사고 제재기준에 따르면 전산장애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한 징계 수위는 피해금액, 장애 시간, 장애건수에 따라 나뉜다.
피해금액이 50억원 이상이거나 장애 시간이 24시간 이상이거나 100만건 이상의 장애건수가접수될 경우 금감원은 임원에 대해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피해금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장애시간이 5시간 이상이거나 장애건수가 10만건 이상일 경우에도 임직원에 대해서 문책경고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추후 진행될 사태조사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부실한전산실 관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가중처벌도 가능하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상습 침수지역 및 진동피해 발생지역등 외부환경에 의하여 전산장비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을 제외한 곳에 전산실을 설치해야 하며 장애·재해·파업·테러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업무지속성 확보방안을 수립·준수하여야 한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록적 폭우와 사태수습 노력 등 여러 요인들이 정상 참작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증권사 전산장애가 중징계로 이어진 경우는 찾기 힘들다.
지난 2015년 7월 21일 당시 하나대투증권(현 하나증권) 전산장애는 솜방망이 처벌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당시 하나대투증권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시 17분까지 5시간 47분 동안 전산이 먹통이 되는 사고를 일으켰고 2196명의 투자자가 약 33억1000억원 규모의 피해를입었다. 이후 진행된 금감원 조사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 금융감독원은 하나대투증권에 경징계인 '기관주의'와 과태료 1억원을 부과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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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금액 산정은 논란 가능성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전산운용비를 꾸준히 늘려왔다. 전산장애 민원건수 역시 감소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전산장애 사태 보상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공지를 통해 "HTS/MTS 등 거래시스템 이용에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전산 장애로 인한 피해는 절차에 따라 신속히 보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역시 이날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에 대고객 사과문을 게시했다. 정 사장은 "고객의 신뢰를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불편을 겪으신 모든 점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조치하겠다"며 "다시 한번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진행될 투자자 보상을 놓고서는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하는 보상기준과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기준이 큰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고객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피해접수를 하는고객의 상황에 맞춰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행 보상금액 산정 방식이 증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산장애시 피해금액 산정은 금융감독원이 직접 조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증권사가 자체 조사하고 금액을 추후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증권사마다 피해금액 산정기준도 다르고 공개되지도 않는다.
증권사로서는 전체 피해 금액이 줄어들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는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높기에 최대한 축소할 동기도 성립한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번 전산장애에 따른 중징계를 회피하려면 투자자 피해 금액이 최대한 줄여서 산정해야 유리한 상황이다.
이승용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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