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교구 내 성당의 미사를 전면 중단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오늘 오전
‘교구 사제들과 신자분들에게 드리는 담화문’을 통해 “서울대교구 내 각 본당은 2월 26일 (재의 수요일)부터 3월 10일까지 14일 동안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중지하고 본당 내 회합이나
행사,
외부의 모임도 중단해주시기
바란다”며 미사 중단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코로나 19) 감염과 격리자가 늘어가면서 편견과 배척,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받는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면서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여 마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어야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신자들에게 방역 당국자들과 일선 의료진 및 가족들의 희생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들과 함께 국가와 정치 지도자들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코로나 19의 불행한 상황을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시도는 결코 없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담화문 전문은 하단 첨부.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018년 12월 기준 신자 수 152만여 명으로, 서울시 인구 대비 15.6%에 해당한다. 교구 소속 본당 수는 232개에 달한다. 주교좌 성당은 명동대성당이다.
서울대교구는 1831년 설정된 조선대목구를 전신으로 하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뿌리이자
심장이다.
1911년 조선대목구에서 대구대목구가 분리
설정되면서 명칭이 서울대목구(당시 경성대목구)로 변경됐으며, 이후 원산대목구를 비롯해 평양,춘천,대전,인천, 수원,의정부 교구를 분리시켰다. 1962년 한국 천주교회에 교계제도가 설정되며 명칭을 서울대교구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른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담화문
서울대교구 사제들과 신자분들에게 드리는
담화문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마태
9,17)
사랑하는 형제 사제들과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의 평화와 은총을
빕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시기를
앞두고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낯선 공포와
불안을 온 사회와 함께 겪고 있습니다. 먼저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애쓰시는 방역 당국자들과 일선 의료진의 형언할 수 없는 수고와 그
가족들의 희생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분들을 위한 특별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고통 속에 있는 환자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일상의 삶을 되찾길 기원합니다.
감염과 격리자가 늘어가면서 편견과
배척,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받는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어야겠습니다.
지난
2월
22일 각 본당에 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추가지침’을 본당 신부님을 중심으로 본당 공동체가 아주 성실하게
이행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지역의 경계도 무너져버려 정부에서 국가 재난 위기 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따라서 서울대교구 내 각 본당은
2월
26일
(재의
수요일)부터
3월
10일까지
14일 동안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중지하고 본당 내 회합이나
행사, 외부의 모임도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을 재의 예식과 미사 없이 시작한다는 것이 무척 마음 아픈
일이지만, 신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결정했음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신자들은 재의 수요일을 맞아 기도와
단식, 자선을 통해 그
깊은 메시지를 묵상해주시기 바랍니다. 장례미사나 혼배미사, 병자성사 등 그 밖의 사목은 본당 신부님의 재량에 맡깁니다.
신부님들은 이
2주 동안 공동체를
기억하며 개인적으로 미사를 봉헌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신자들에게 주일미사 대송 방법을 잘 알려주시고 가톨릭평화방송의 매일미사 시청을 권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국가와 정치지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바쳐주시기
바랍니다. 정치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중요한 존재이며, 국가의 중요한 선택을 할 때 국민의 생존과 안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코로나
19’의 불행한 상황을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시도는 결코 없어야겠습니다.
우리 교회와 우리 자신 각자도 사순절을 맞아 우리의 죄를 묵상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이
특별한 은총의 기간 동안 무관심과 이기심을 넘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연민을 가지고 자비와 사랑을 실제로 베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당분간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지만, 병마와 싸우는 이웃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묵상하며,
기도와 희생 속에 사순시기를 보내는 것 역시 신앙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막연한 불안과 공포감에 억눌리지 말고
의연하게 기도와 사랑을 실천하는 가운데 지혜롭고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감으로써 주님 부활의 기쁨을 더욱 뜻깊게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자 애쓰는 우리
국민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
19’로 고통받는
이웃들, 그리고 세상을
떠나신 분들을 위해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청하며 우리의 사랑하는 어머니 성모님의 전구를 겸손되이 구합시다.
2020년 2월 25일
서울대교구장 추기경
염수정
첫댓글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미사중단"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군요 한국가톨릭 사상 최초로 자의에 의한 미사 중단 입니다
순교성인들은 죽음을 앞에놓고도 배교하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