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감정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젊은 철학자가 대학에서 일반교양 수업으로 강의한 내용을 15편의 이야기로 정리한 것이다. 철학 초보자들, 철학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도 감정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서술했다.
철학은 흔히 이성과 논리,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데 감정은 보통 그 반대편에 있다고 여겨지곤 한다. 그런데 철학으로 감정을 읽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당연하고 쉽게만 생각했던 일상의 감정 세계가 철학이라는 돋보기로 새롭고 낯설어지기 시작한다.
감정은 이성과 대립하는 것일까? 감정은 어디까지 맞고 어디까지 틀릴까? 살아온 문화가 다르면 감정을 느끼는 방식도 다를까? 로봇에게도 감정이 있을까? 무서울 걸 알면서도 왜 공포 영화를 보는 걸까? 들여다볼수록 흥미롭고 오묘한 감정의 세계에 대해 저자는 각종 이론과 그 결점을 두루 짚어보고 심리학자들의 다양한 실험과 연구 사례를 소개한다. 철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신경과학, 문화인류학, 생물학의 연구 성과도 여럿 제시하여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 저자 소개
켄카 도루
2016년 게이오기주쿠대학에서 철학 박사를 취득. 현재는 규슈대학 대학원 비교사회문화연구원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전문 분야는 마음의 철학과 미학이다. 저서로는 『지각과 판단의 경계선 ? ‘지각의 철학’ 기본과 응용』, 『슬픈 노래는 왜 슬플까 ? 음악 미학과 마음의 철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밸이 꼴리다 ? 정동의 신체지각설(Gut Reactions)』, 『음악의 철학 입문(On Music)』 외 다수가 있다.
📜 목차
프롤로그
1강 감정의 철학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모든 순간에 감정을 느낀다
철학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감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2강 감정의 본질이란?
본질을 찾아내는 법
감정의 본질로 여겨지는 몇 가지
위험을 모르면 공포도 없다
3강 신체 반응을 중시하는 감정 이론
제임스―랑게 이론: 몸의 반응이 먼저다
사고실험으로 이론을 뒷받침하기
정말 신체 반응이 감정의 전부일까?
4강 인간의 사고를 중시하는 감정 이론
마음을 특징짓는 ‘지향성’
감정이란 신체 반응과 사고가 조합된 것
언어를 알아야 사고할 수 있을까?
감정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자
5강 감정은 어디까지 맞고 어디까지 틀릴까?
감정은 객관적인 가치에 반응한다
옳은 감정과 틀린 감정
학습하지 않아도 느끼는 기본 감정
어떤 대상이 지닌 심리적인 힘
6강 감정이 복잡해지는 패턴 세 가지
기본 감정들이 섞여 새로운 감정으로
사고 수준이 높을수록 감정은 복잡해진다
감정에 영향을 주는 문화 이야기
7강 무의식적 감정과 로봇의 감정
느껴지는 감각과 느껴지지 않는 무의식
감정은 무의식중에도 역할을 다한다
로봇에게도 감정이 있을까?
의식의 어려운 문제
8강 타인의 감정을 보는 일
타인의 마음에 관한 회의론, 타아문제
타인의 감정을 착각할 때
표정은 감정의 표상일까?
표정은 감정의 일부
9강 감정과 기분, 감정과 고통에 대해
감정과 기분을 나누는 기준
왜 우울해질까?
고통의 감정적 측면
10강 감정과 이성은 대립하는 걸까?
감정은 합리적이지 않다?
뇌의 ‘이곳’이 손상되면 인격이 바뀐다
두 개의 마음 시스템
11강 감정과 도덕의 관계
도덕적 판단에 따른 행동에 대해
트롤리 딜레마의 두 가지 시나리오
공리주의와 의무론 사이에서
도덕적 판단에 감정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12강 공포를 일부러 추구하는 모순된 감정
부적 감정의 역설
소거법: 사실은 무섭지 않다
보상설: 공포와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
왜 일부러 공포 영화를 보는 걸까?
13강 허구를 느끼는 감정
허구의 역설
착각설: 허구와 현실을 혼동한다
역할놀이설: 무서운 척할 뿐이다
사고설: 떠올리면 무서워진다
두 가지 역설을 함께 생각해보기
14강 유머가 만드는 감정
유쾌한 감정에 대해
웃음과 커뮤니케이션
유머를 설명하는 몇 가지 주장
불일치를 더 들여다보기
15강 마지막 강의
감정을 다스리는 일
도움이 될 만한 읽을거리
에필로그
참고 문헌
📖 책 속으로
‘도대체 왜 감정에 대해 생각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봅시다. 감정을 연구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감정은 어떤 면에서 흥미로울까요? 우리는 모든 순간에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즐기거나, 붐비는 전철에서 발을 밟혀 짜증이 나거나, 우연히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맛있어서 기분이 좋거나, 늦잠을 자서 지각할까 봐 초조하거나, 회사에서 칭찬받아 우쭐해지거나, 선배의 이야기가 재미없어서 지루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강도나 명확성은 다르지만 잠잘 때 빼고(혹은 꿈속에서도) 우리는 항상 어떤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 p.15
우리는 감정적인 사람이 냉정하게 사고하지 못한다든가, 성격에 사고 중심형 성격과 감정 중심형 성격이 있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근거로 하면 감정과 사고가 대립하는 것이 옳지 않게 여겨집니다. 뱀이 위험하다고 사고하지 않으면 뱀에게 공포를 느낄 일도 없으니까요. 철학에서는 이런 발견이 종종 있습니다. 즉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당연시해왔던 일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철학 같은 건 배워도 하나도 도움이 안 돼”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철학은 있는 그대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p.49
신체 반응은 가치를 인식하는 사고를 근거로 하면 가치에 대한 대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호흡이 가빠지면 더 많은 산소가 흡수되고, 심박수가 올라가면 혈류가 잘 통하게 되어 흡수된 산소가 온몸으로 골고루 퍼져 나갑니다. 이로 인하여 위험한 것으로부터 도망가거나 싸우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즉 감정은 가치를 인식하는 사고와 가치에 대처하기 위한 신체적 준비의 조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정의 신체적 측면과 사고적 측면을 어떻게 이해할지는 감정 연구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 p.90
감정에 관한 강의를 하면 종종 “어떻게 하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듣곤 합니다. 감정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오랫동안 슬픔이 지속되어 괴롭다든가,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해서 낭패를 봤다든가 하는 경험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감정을 공부하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을 보면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힌트를 몇 가지 얻을 수 있습니다. 감정에는 신체적 측면과 사고적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어느 쪽 측면을 통제하면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p.303
감정은 인간의 생활 중심에 있고, 그렇기에 감정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학문에서 연구됩니다. 이 책은 철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감정을 다루었는데, 여기서 이해한 지식은 철학 이외의 감정 연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이해한 것을 일상생활에 적용한다면 넘쳐나는 다양한 감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 지식이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 p.309
🖋 출판사 서평
“감정은 ‘머리를 쓰는’ 지식이나 사고와 다르다고들 하지만
그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철학으로 감정을 읽다
15번의 수업으로 풀어낸 감정의 철학 수업
젊은 철학자가 감정의 철학이라는 주제로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철학 초보자들도 거뜬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서술했다. 흔히 감정이라고 하면 ‘감정적이다’, ‘감정에 치우친다’ 같은 표현으로도 자주 쓰여 뭔가 불안정하고 비합리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에 반해 철학은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논리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이론적이고 합리적인 느낌을 준다. 저자는 이처럼 대비되는 감정과 철학을 조합한 이야기를 15번의 수업으로 우리에게 전한다. 그동안 우리가 평소 자각하지 못했던 감정의 입체적인 면면들을 알아가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이다.
철학이란 실생활과 거리가 멀고 어렵고 딱딱하기만 한 것 같지만, 당연하게만 여기던 것을 낯설게 보게 하여 새로운 통찰로 이끄는 힘이 있다. 이 책 또한 감정이라는 매우 당연하고 친숙한 소재를 철학이라는 시선을 빌려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철학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특정 철학자의 생각을 해설하는 책은 아니다. 유명 철학자의 생각을 다루는 대신 ‘논의를 만드는’ 철학의 관점에서 감정을 고찰한다. 사실 저자는 옛 철학자들의 의견보다 심리학이나 신경과학 등 현대 과학의 마음 연구를 더 많이 참고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15번의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철학뿐 아니라 심리학, 신경과학, 문화인류학,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가 소개된다. 어떤 것이 유일한 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대립하는 이론들을 골고루 알려주고, 어떤 이론이 옳은지에 대해 아직 합의되지 않은 이야기도 소개하여 우리가 스스로 생각의 길을 찾도록 안내한다.
“슬퍼서 우는 것이다” vs “울어서 슬픈 것이다”
충돌하는 감정 이론들의 흥미로운 이야기
저자는 신체 반응을 중시하는 감정 이론과 인간의 판단과 사고를 중시하는 감정 이론을 함께 설명하며 감정의 철학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한 예로 슬픔이 눈물을 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라는 신체 반응이 먼저 일어나 그 반응을 인식하는 것이 슬픔이라고 주장하는 제임스―랑게 이론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론의 내용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이론이 지닌 결점, 이 이론을 둘러싼 의문점도 함께 짚어보며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이 이론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감정 이론 역시 소개하며 알면 알수록 알쏭달쏭한 감정의 세계를 다각적으로 풀어낸다. 이외에 감정에 관한 사고실험, 다양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이 사례로 등장해 감정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런 식으로 슬픔 외에 분노와 공포 같은 우리의 기본 감정에 대해서도 다시 성찰하게 하는 계기를 선사한다.
감정은 어디까지 맞고 어디까지 틀릴까?
로봇에게도 감정이 있을까?
감정에 얽힌 의문에 답하는 감정 철학 입문서
감정은 이성과 대립하는 것일까? 감정은 어디까지 맞고 어디까지 틀릴까? 살아온 문화가 다르면 감정을 느끼는 방식도 다를까? 로봇에게도 감정이 있을까? 무서울 걸 알면서도 왜 공포 영화를 보는 걸까? 철학의 관점으로 보면 쉬워 보이던 문제도 금방 복잡해져버린다. 하지만 저자는 얽힌 실타래를 술술 풀어내듯 감정에 얽힌 여러 의문에 친절하게 답한다.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해”,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해” 같은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감정은 이성보다 뒤떨어지거나 이성과 대립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이 없으면 이성적일 수도 없다는 신경과학의 사례를 소개하며 둘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설명한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도 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무의식적인 감정을 경험한 적 있는가? 인식하지 못했지만 사실 공포를 느꼈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 이외에 로봇은 감정이 있는지, 무의식적 감정이라면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도덕적 판단에 감정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하는 이야기도 눈에 띈다. 유명한 도덕적 딜레마인 트롤리 딜레마를 예로 들며, 사람이 판단을 할 때 감정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말한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해도 되는가’라는 문제를 둘러싼 공리주의와 의무론의 첨예한 갈등은 많은 사회 문제를 돌아볼 때도 적용될 수 있다. 이처럼 철학을 잘 모르더라도 사람의 감정에 관심이 있는 누구든 특별한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철학 입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