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앞에선 ‘우선 멈춤’하는 경찰, 노골적으로 항소 포기하는 검찰
이제 ‘정치인 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이 고소장을 접수하고도 2년 동안 손을 놓고, 검찰이 1심 판결이 나오자마자 “실익이 없다”며 항소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대상은 하나같이 현재 권력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이 패턴이 과연 우연일까.
권력 앞에서는 ‘우선 멈춤’하는 경찰
2024년 7월, 박상용 검사가 이성윤·서영교 의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성윤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울산지검 ‘분변 의혹’을 제기하고, 서영교 의원이 실명을 거론하며 확산시킨 것이 발단이었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 한 번을 한 뒤, 사실상 손을 놓았다.
2026년 8월, 박 검사는 자신의 SNS에 이렇게 적었다.“경찰은 제가 이성윤·서영교 의원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2년째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민사 1심이 끝났고, 두 의원의 발언이 허위였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반면, 국회가 박 검사를 선서거부·국회모욕으로 고발한 사건은 국가수사본부가 신속히 피의자 소환 통보를 냈다. 같은 경찰이, 같은 시기에,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수사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법사위원장이면서 보좌관 명의로 주식투자를 하다가 언론사에 카메라에 잡힌 이춘석 의원 사건에 대해 경찰은 자본시장법 무혐의를 때렸다. 11개 비리 혐의가 있는 김병기 의원 사건은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다.
노골적으로 항소 포기하는 검찰
검찰의 항소 포기는 더 노골적이다.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현재까지, 주요 정치·권력형 사건에서 항소 포기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대장동 사건 (2025년 11월): 1심에서 일부 무죄·감형이 나오자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수천억 원대 범죄수익 추징 가능성까지 사실상 날아갔다. 수사팀이 항소를 원했는데 지휘부가 뒤집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폭발했다.
위례신도시 사건 (2026년 2월): 대장동과 구조가 비슷한 사건. 1심 무죄 후 항소 포기. 유동규·남욱·정영학 등이 다시 한 번 무죄 확정 혜택을 받았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2025년 11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6명에 대해 항소 포기. “장기화된 분쟁 최소화”를 이유로 들었다. 이후 민주당 측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2026년 1월): 1심 전원 무죄 후 부분 항소.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비서실장 등은 항소 포기로 무죄 확정. 서훈·김홍희만 일부 혐의로 항소했다. 핵심 은폐 혐의는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 (2026년 2월): 중진공 이사장 내정 개입 혐의 1심 무죄 → 항소 포기 → 무죄 확정.
유시춘 전 EBS 이사장 (2026년 8월):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 1심 무죄 → 검찰 항소 포기로 무죄 확정.
노영민 전 비서실장·김현미 전 장관 (2026년 8월): 채용 외압 혐의 1심 무죄. 항소포기 무죄확정
과거에는 구형과 형종이 다르거나, 주요 혐의에서 무죄가 나오면 거의 기계적으로 항소했다. 대검 예규도 그렇게 정하고 있었다. 지금은 “실익”, “분쟁 최소화”, “법리 검토”를 내세우며 항소를 접는다. 그 기준이 사건의 중대성이나 법리가 아니라, 권력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10월 2일 이후 정치인 수사는 더 힘들어진다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완전히 분리된다. 수사는 중수청·경찰·공수처가 하고, 공소청 검사는 기소와 공소 유지만 한다. 직접 수사권은 물론 보완수사권까지 전면 폐지된다.
법리적으로 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정치인 수사는 본래 증거가 복잡하고 외압이 심하며 법리적 판단이 어려운 영역이다. 검사가 더 이상 방향을 잡거나 미진한 부분을 직접 보완할 수 없게 되면, 난이도는 급격히 올라간다.
관행적으로 이미 경찰은 연간 미제 사건만 20만 건을 넘나든다. 검찰이 수사 중이던 사건 중 중수청 대상이 아닌 수만 건이 10월 이후 경찰로 넘어올 예정이다. 경험 많은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대거 이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정치적 부담이 큰 사건은 우선순위가 밀린다. “증거가 부족하다”, “시기상조다”는 이유로 장기 미제로 방치되거나 불송치되는 일이 일상화될 수 있다. 이미 박상용 검사 사건처럼 2년 동안 손도 대지 않는 사례가, 앞으로는 시스템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검사가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정치적 부담이 큰 사건은 자연스럽게 회피하게 된다.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 검사 입장에서는, 경찰이나 중수청이 대충 넘긴 사건으로 무리하게 기소했다가 무죄가 나오면 본인 책임이 된다. 반대로 기소하지 않으면 ‘안전한’ 선택이 된다. 결국 정치인 사건은 기소하지 않는 쪽이 유리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조직이 쪼개지고, 책임이 분산되고, 평가 기준이 바뀌면 “나는 내 몫만 한다”는 태도가 자연스러워진다. 그 결과, 권력형 비리와 정치인 관련 사건은 더 쉽게 ‘암장’되거나 ‘우선 멈춤’ 상태가 된다.
‘정치인 수사’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은 권력 쪽 고소는 천천히, 반대쪽 고발은 재빠르게 움직인다.검찰은 권력과 가까운 사건의 1심 결과가 나오면 재빨리 손을 든다.10월 2일 이후에는 그 구조가 법적으로 고착화된다.
이미 지금, 경찰은 권력 앞에 먼저 멈추고, 검찰은 노골적으로 항소를 포기하고 있다.검찰청이 사라진 뒤에는, 그 ‘멈춤’이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 기본값이 될 수 있다.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시대가 될 것이며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정치권'을 갖게 될 것이다.
디지털 크리에이터
김남훈님 페북 글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