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오재기(守吾齋記) -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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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오재는 나의 큰 형님이 자신의
집에 붙인 이름이다.
나는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꽤나 이상하였다.
‘나와 굳게 맺어져 있어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가운데 나
자신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지.
그것은 굳이 지키지 않더라도
어디로 가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이 이름은 정말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이름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었다
그것은 내가 장기로 혼자서
귀양 온 뒤였는데,
갑자기 이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나 자신에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 중에
지킬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나 자신만은 지켜야 한다.
밭을 짊어지고 달아날 자가 있을까?
그러니 밭은 지킬 필요가 없다.
우리 집 정원의 여러 가지 꽃나무와
과일들을 뽑아 갈 자가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뿌리가 땅속 깊이 박혔기 때문이다.
내 책을 훔쳐 없앨 자가 있을까?
이미 성현(聖賢)의 경전이 세상에
물이나 불처럼 흔하게 퍼져 있는데
누가 무슨 재주로 그것을
없앨 수가 있을 것인가?
또 누가 내 옷이나 양식을 훔쳐서
나를 가난하게 하겠는가.
세상에 있는 모든 실이 다
내가 입을 옷이다.
세상 모든 옷과 곡식을
없앨 수 있겠는가?
없다. 그러니 천하 만물은
모두 지킬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직 ‘나’라는 것만은
잘 달아나서, 드나드는 데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가깝게 붙어서 서로 절대
배반하지 못할 것 같다가도 잠시라도
잘 살피지 않으면 어디든지
못 가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꾀면 떠나가고 또한 위험과
재앙으로 겁을 주어도 떠나 가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만 들어도 떠나가며,
눈썹이 새까맣고 이가 하얀 미인의
요염한 모습만 보아도 떠나간다.
게다가 한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몰라서
붙잡아 가지 못하도록 말릴 수가 없다.
그러니 이 세상 천하에
‘나’보다 더 잃어버리기
쉬운 것은 없다. 그러므로 마땅히
실과 끈으로 매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서 나를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는 나를 잘못 간직했다가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 과거가
좋아 보였던 어린 시절에 나는
십 년 동안이나 과거 공부를 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급제를
하여서 조정에 나아가 검은
사모관대에 비단 도포를 입고
그 뒤 십이 년 동안이나 나는
미친 듯이 대낮에
널따란 길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내 처지가 바뀌어
한강을 건너고 새재(문경)를
넘게 되었다.
선영(先塋)을 뒤로 하고
멀고 먼 바닷가의
대나무 숲에 달려와서 머무르게
되었다. 이 때에는 나도 땀이 흐르고
두려워 숨도 쉬지 못하면서 나의
발뒤꿈치를 따라 이 곳까지
함께 오게 되었다.
내가 나에게 물었다.
“대체 너는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느냐?
여우나 도깨비에 홀려서?
그게 아니라면
바다 귀신이 불러서?
네 가정과 고향이
모두 다 있는 초천에 돌아가지 않고
어째서 여기에 있느냐?”
그렇게 나에게 물어도 나는 멍하니
움직이지 않으며 끝내
돌아갈줄을 몰랐다.
마치 어딘가 단단히 얽매인 곳이
있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그런 얼굴로 말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나’를 붙잡아
이 곳에 함께 머물렀다.
이때 둘째 형님 좌랑공도
‘나’를 잃고 ‘나’를 쫓아
남쪽으로 왔는데 역시 ‘나’를
붙잡아서 그 곳에 함께 머물렀다.
다만 내 큰 형님만은 ‘나’를
잃지 않고 편안히 단정하게
수오재에 앉아 계신다.
아마도 큰 형님께서는
본래부터 지키는 것이 있어
‘나’를 잃지 않았기 때문인 듯싶다.
이것이 바로 큰 형님이
자신의 집의 이름을
‘수오재’라고 붙인 이유일 것이다.
큰 형님은 언제나,
“아버님께서 나에게 태현(太玄)이라고 자(字)를 지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오로지 나의
태현을 지키려 하였고
그래서 내 집의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이다.” 라고 하지만
그것은 핑계일 뿐이다.
맹자가 말씀하시기를,
“무엇을 지키는 것이 큰일인가?
몸을 지키는 것이 으뜸이다.” 라고
하였다.
맹자의 말씀은 참으로 진실하다.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
말한 내용을 글로 써서
큰 형님께 보이고
수오재(守吾齋)의 기(記)로 삼는다.
수오재(守吾齋)
나를 지키는 집/정약용
첫댓글 佛法僧 三寶님께 歸依합니다.
거룩하시고 慈悲하신 부처님의 加被와 慈悲光明이 비춰주시길 至極한 마음으로 祈禱드립니다. 感謝합니다.
成佛하십시요.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
I return to Buddha, Law, and Seung Sambo.
I pray with utmost heart that the holy and holy Buddha's robe and mercy light will shine on it. Thank you.
Holy Father.
Avalokitesvara Bodhisattv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