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1년 3월 30일, 워싱턴DC의 힐튼 호텔 앞에서 총성이 울렸다. 존 힝클리(John Hinckley)의 RG-14 리볼버에서 발사된 총탄이 날아간 곳에는 당시 초강대국 미국의 최고 권력자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이 서 있었다. 기자 틈에 숨어있던 저격범은 대통령이 나타나자 앞으로 달려 나와 여섯 발의 총탄을 연이어 발사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레이건의 심장 12cm 옆을 통과하였고 레이건은 쓰러졌다.
미국 대통령 경호원이 우지 기관단총을…
더불어 대통령을 가까이서 수행하던 백악관 대변인, 경호원, 경찰 등도 피격되었는데 다행히도 신속한 의료 조치 덕분에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즉각적인 대응으로 범인은 체포되었다. 이후 정신병자로 밝혀진 저격범은 무죄선고를 받는 대신 보호소로 보내졌지만 미국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취임한지 불과 69일 밖에 안 된 새 대통령을 잃을 뻔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은 하나의 총을 전 세계인들에게 뚜렷이 각인시켜 주었다. 범인이 사용한 RG-14도 좋은 가십거리였지만, 그보다도 총성이 울리는 순간 대통령 경호원들이 옷 속에서 꺼내 들은 총이 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바로 우지(Uzi) 기관단총이었는데, 미국 대통령 경호에 사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지 기관단총은 총기의 강국인 미국에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 저격 사건 당시 경호원이 꺼내 들은 우지 기관단총.
1951년에 개발? 의외로 오랜 역사
개발 초기인 1958년 우지 기관단총을 휴대하고 행진하는 이스라엘군.
‘미국 총기 협회(NRA)’의 정치적 영향력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미국만큼 총기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나라도 드물다. 당연히 총기 역사에 뚜렷이 기록된 수많은 유명 총들이 만들어졌는데 그렇다 보니 미국의 관이나 군에서 미제 이외의 총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웠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경호하는 최정예 요원들이 우지 기관단총을 사용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나자 이 총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미국 대통령의 경호에 사용된다면 막연하게 최신식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지 기관단총은 1951년에 개발된 총이었다. 따라서 사건 당시에 이미 탄생한지 30년이 지난 구닥다리여서 저격 사건과 관련 없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일부 범죄 조직들까지 사용하고 있을 만큼 많이 퍼져 있던 기관단총이었다. 사실 총기는 애당초에 잘 만들어졌다면 상당히 오래 동안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대표적 공산품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총은 기본 기능에만 충실하면 된다. 따라서 M2 중기관총이나 M1911 권총 같은 경우는 탄생한지 한 세기가 넘도록 애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지 기관단총이 이스라엘의 IMI와 라이선스를 받은 여러 총기 회사에서 현재도 양산 중이라는 사실만 생각한다면 성능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할 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 정도의 성능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탄생한 총
우지 기관단총은 이스라엘의 현역 군인이던 개발자 우지엘 갈(Uziel Gal)의 이름을 딴 것이다. 창군 당시 이스라엘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1948년 제작한 Cz25 기관단총을 수입하여 사용하였는데 얼마 가지 않아 체코슬로바키아가 소련의 위성국가로 전락하고 친 아랍주의 노선을 걷자 완제품 및 부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독자 개발에 나섰고 이때 갈이 제안한 모델이 경쟁에서 채택되었다.
우지를 개발한 우지엘 갈(Uziel Gal, 1923-2002).
갈은 이스라엘 독립 운동 당시에 비밀리에 총기 조달 업무들을 담당하여 식민지 정부에 의해 투옥 당하기도 하였을 만큼 총기에 해박한 인물이었다. 마침 그는 1948년의 아랍-이스라엘 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Cz25 기관단총을 개량하는 작업을 벌이던 중이었다. Cz25 의 오픈 볼트, 블로우백 방식은 연사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충격에 약한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툭하면 오발사고가 일어나 총을 휴대한 병사들이 사상 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마침내 1951년 안정성이 강화된 새로운 기관단총을 만들어 내었다. 우지 기관단총은 대용량 탄창을 손잡이 끼워 사용하는데 사실 이런 구조 때문에 권총과 모양이 비슷하다. 하지만 유효 사거리가 200m여서 여타 기관단총처럼 근접전에서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후 등장한 미니 우지(Mini Uzi)나 마이크로 우지(Micro Uzi)같은 경우는 외관만 놓고 본다면 조금 큰 권총이라 할 만할 정도다.
그러나 보기와 달리 탄창을 제외한 무게가 3.5kg이어서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접이식 개머리를 채용하여 이를 접었을 때 총의 길이가 47cm에 불과해서 휴대가 상당히 편리하여 기갑병이나 공수부대원에게 적합하였다. 더구나 분당 600발의 뛰어난 연사력은 근접전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였다. 대부분의 우지 기관단총은 원래 9x1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지만 다른 종류의 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된 모델들도 있다.

브라질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우지 기관단총을 사용하는 모습.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영화 [레지던트이블 3-인류의 멸망](2007)의 포스터. 주인공이 우지기관단총을 들고있다.
이후 수 차례 벌어진 중동전에서 명성을 떨쳐 우지 기관단총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오픈 볼트 임에도 명중률이 양호하고 생산이 편리한데다 값싸고 잔 고장이 없다는 강점 덕분에 지금까지 약 1,000만 정 이상이 생산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서방의 대표적인 돌격소총인 M16의 생산량이 800만 정 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곳까지 우지 기관단총이 퍼졌다.
미국 대통령 경호대가 사용할 만큼 우지 기관단총이 가진 장점은 테러리스트들이 선호하는 무기가 되어버린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커다란 소총과 달리 감추기 쉽지만 권총과 비교가 되는 않는 강력한 화력은 실내 같은 근접전에 가장 적합한 무기로 인식되면서 비행기 납치나 인질극 같은 대형 테러 범죄에 자주 이용되었다. 그렇다 보니 영화 속에서 나오는 총격전의 단골 소품으로 등장할 정도다.
이 때문에 종종 아랍계 테러범들이 유태인들을 공격하는데 사용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근래에는 군경 특수부대에서 클로즈드 볼트 방식을 채용하여 명중률을 높인 MP5를 많이 사용하는 관계로 우지 기관단총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그만큼 우지 기관단총이 탄생한지 오래된 구형 기관단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엄청난 생산량에서 유추 할 수 있듯이 세계 곳곳에서 앞으로도 오랜 기간 우지 기관단총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원
탄약 9x19mm 파라블럼 외 / 작동방식 단순 블로우백, 오픈 볼트 / 총열 260mm / 전장 650mm / 중량 3.7kg / 유효사거리 200m
- 글
- 남도현 | 군사 저술가
-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