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아연 사태로 국가 또는 지역사회 기반 산업이 되는 알짜배기 기업이 기업사냥꾼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보며 울산시도 경각심을 높이 필요가 있다. 울산에는 대한민국과 울산시의 경제 머릿돌이 되는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쟁탈이 아직 진행형이다. 울산시는 물론 시민 사회단체가 나서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는 기자회견을 앞다퉈 내보냈다. 고려아연이 울산의 향토기업이라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울산의 근대화와 공업화 과정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한 만큼 향토기업이라 불릴 만하다. 그리고 현재 울산경제의 든든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기업을 공동창업 주 중 나머지 한쪽의 후손이 다국적 펀드와 손을 잡고 경영권을 넘겨받으려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 전기차 생산 부품이라 할 수 있는 이차전지 원료인 황산니켈을 만드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지난달 17일 정부로부터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받았다. 이차전지 원료생산 및 제조 산업은 전 세계 국가들이 국가전략자산으로 정하고 수출까지 통제하는 산업이다. 그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산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고려아연의 기술은 거저 탄생한 것이 아니다.
고려아연 내 기술진의 각고의 노력에 더해 공해를 마셔가며, 응원한 지역주민과 울산시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쟁점이 되는 것이 다국적 펀드가 경영권을 취득하면 중국이나 제3국에서 고려아연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중요한 국가전략자산이 외국으로 유출되게 된다. 울산시민들과 뜻있는 국민이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 경영진은 상장 대기업의 상호출자금지 규정을 활용해 1차 위기는 모면했지만, 여전히 어느 쪽이 승전고를 울릴지는 미지수다.
울산시가 고려아연의 사례를 그냥 보아 넘겨서는 안 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영남지역 최대 규모의 폐기물 소각업체이며 코스닥 등록업체인 코엔텍의 매각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폐기물업체의 단순 매각에 무슨 호들갑이냐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물밑에 잠복 중이지만 언제 다시 부상할지 모를 울산지역 산업폐기물 매립 대란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신규로 매립장을 확보하든지, 기본 매립장이 매립 규모 확장 승인을 받든지 어느 쪽이 됐던 승인을 받게 되면 큰 돈벌이가 될 것이란 기대가 동종업계에 팽배해 있다.
지난해 울산시가 울산지역 산업폐기물 매립 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해 코엔텍에 매립장 용량을 늘려주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지역 기반 산업이 다국적 펀드에 의해 이미 여러 차례 매매가 이뤄지더니 이번에 또다시 매각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지역사회에서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애초에 코엔텍은 지역산업체의 원활한 생산활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기업사냥꾼들의 먹잇감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