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등 주식 공부에 큰 도움” 구독자 100만 유튜브 강사 잇달아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서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3152.18, 코스닥 지수는 987.79로 마감했다./ 장련성 기자
지난 7일 서울 지하철의 한 환승역. 휴대폰 케이스 가게를 하는 50대 여성이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주식 강의를 듣고 있었다. 화면에는 양복을 입은 젊은 남성이 주가 그래프를 여러 장 보여주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가게 여사장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어디 가서 배울 데도 없고 해서 유튜브로 공부하고 있다”면서 “코스피와 코스닥도 구별 못 했던 아마추어였는데 지금은 조금 안다”며 웃었다.
코스피 3000 시대를 연 조연은 ‘유선생(유튜브+선생님)’이다. 주식을 전문으로 방송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뜻한다. 재야 증권계 고수부터 큰돈을 굴리는 수퍼 개미, 그리고 제도권 전문가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주식 초보자를 위한 기초 강의부터 대형주⋅해외주식⋅배당주⋅테마주 등 고급 주제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유선생들은 지난해 증시에 입성한 신규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600만개나 늘었다.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7년 이후 최대 수치다.
유튜브에는 슈카월드, 삼프로(세 프로) TV 등 구독자 100만을 넘긴 유선생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뒤질세라, 제도권 증권사들도 유튜브 강좌를 열고 구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독자 100만 넘는 유선생 속속 등장
“다음 주 현대차 사야 하나요?” “제2의 현대차를 잡아라!”
코스피가 4%나 급등하면서 3152.18로 마감한 8일. 유튜브에는 이런 내용의 동영상들이 수두룩했다. 이날 시가총액 5위인 현대차는 애플 전기차 관련 호재로 전날보다 19.4% 상승해 24만6000원에 마감했다. 급등한 대형주에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하는 건지 궁금해진 강의생들이 유선생들을 찾았다.
집값이 너무 뛰어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친 직장인 김모(36)씨는 주식으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며 유선생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에 6000만원을 투자해 최종 12% 수익률을 올렸다는 김씨는 “전설적인 주식 투자자들 인터뷰를 들을 수 있고, 경제 관련 뉴스를 쉽게 설명해 주는 유선생이 최고의 투자 가이드”라고 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전업주부 황모씨는 “주식 투자는 돈이 얽혀 있으니까 경제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서 “남편과 관심사가 달라서 대화할 때마다 막히는 느낌이 있었는데 유튜브로 주식 공부를 하니 부부 금슬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속 자산 운용이 고민인 자산가도 유선생 고객이다. 환자 돌보느라 너무 바빠서 예금에만 여유 자금을 넣어놨던 50대 병원장 최모씨가 그런 케이스다. 최씨는 “은행에 예금이 많은데 갈수록 내 자산 가치가 줄어드는 것 같아 두렵고 불안하다”면서 “이제라도 벌어보려고 퇴근하면 매일 30분씩 유선생님과 공부한다”고 말했다.
유선생 강의를 통해 지식을 쌓아가는 개미 군단을 알기 위해 주식 내공 9단인 펀드매니저들도 유튜브에 접속한다. 한 대형 운용사 매니저는 “개인들은 코로나 이후 한국 증시의 중심축인데, 이들은 유선생을 매우 신뢰하고 따른다”면서 “개인 자금이 어떻게 움직일지 유튜브로 파악하면서 대응 전략을 짠다”고 말했다.
◇과도한 맹신은 피해야
“부동산처럼 구경만 하다가 또 급행 버스 놓칠 겁니까?”
유선생들이 강의할 때 즐겨 쓰는 문구다. 이런 엄포를 들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주식 계좌를 트고 유선생이 찍어 주는 주식을 사야 할 것만 같다. 30대 회사원 황모씨는 “유튜브에서 대박주라고 해서 샀는데 100만원을 잃었다”면서 “동영상에서 소개된 주식이 다음 날 아침부터 막 급등하길래 다급한 마음에 따라 들어갔는데 총알받이 신세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대희 삼성증권 미디어전략팀장은 “유튜브에 투자 강의 동영상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양질의 강의도 많지만 제대로 된 정보 없이 특정 종목의 매매를 부추기는 강의도 적지 않다”면서 “산업이나 기업 분석 없이 증시 풍문만 소개하고 특정 종목을 찍어주는 강의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점 매수한 후에 동영상으로 소개하고, 개미들에게 물량을 넘기는 악질 유튜버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임원 B씨는 “애널리스트는 종목 보고서 하나 낼 때도 지켜야 할 규정이 엄청난데, 유선생은 비제도권이라는 이유로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다”면서 “남을 도와주는 착하고 능력 있는 영웅은 미국 마블사의 SF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