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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대덕사가 자리하고 있는 면소재지가 덕곡면이고, 덕곡면 사무소 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가 덕곡 초등학교입니다. 소승이 기거하는 대덕사 법당 마당에서
건너 편 남쪽을 바라보면, 저 멀리 덕곡 초등학교가 보입니다.
빤히 바라보이긴 하지만, 거리로는 약 2킬로미터가 조금 넘습니다. 봄바람이 심히 부는 날
가야산 대덕사에서 덕곡초등학교까지 걸어서 갔다 온다는 것은 노인들에게는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비록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난 3월 한 달 동안, 소승이 덕곡
초등학교에서, 한자 선생님을 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천안에서 가야산 대덕사로 수행처를 옮긴 날은, 2011년 2월10일입니다. 저는 천안을 떠나면서
이번에 천안을 떠나면, 옮기는 곳에서 이승의 삶을 마감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살아 있는 평균 나이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70을 넘긴 소승이 언제까지 살 수
있을 지는 모르는 일이기에, 살아 있는 동안 삶의 후배들에게 무엇인가 보탬이 되는 일을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 끝에, 이곳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가를 생각하였습니다.
우선 떠오른 것이, 기초 영어와 한자 공부였습니다. 물론 제가 영문학도가 아니라, 유창한 영어
회화실력은 없지만, 중학교 과정까지는 그런대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고, 또한 소승이
한문공부를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았어도,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소승이 직접 초등학교로 찾아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는 우선 면사무소에 가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마침 면사무소에는 농지취득 자격증명서 문제로, 이사 오기 전부터 알게된 공무원 한 분이
계셨음), 이곳 사정에 밝은 분의 조언을 우선 듣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면사무소 공무원을 찾아갔습니다.
뜻 밖에 노승의 방문을 받은 공무원은,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으나, 소승의 말을 다
듣고 난 후에는, 얼굴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그 분은 소승에게 그런 생각을 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학교 측과 먼저 이야기 한 후에 연락해 준다고 하였습니다.
면사무소에서 대덕사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립니다. 소승이 대덕사에 거의 도착할 무렵
그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방금 초등학교 교무과장과 상담을 해서, 내일 교장
선생님과 상담시간을 정했으니, 스님께서 시간이 되시면, 내일 오전 면사무소에 와서 학교로 함께
가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소승은 이튿날 오전 10시 경, 다시 면사무소에서 가서, 공무원 차를 타고 학교까지 갔습니다.
가까운 거리라 걸어가도 될텐데, 아마 소승에 대한 예의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공무원은 소승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는 바로 돌아갔고, 교무과장 선생님이 저를 교장실로 안내하였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스님, 스님께서 그런 의향을 가지고 계시다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런데 영어공부는 원어민
선생이 계시니까, 스님께서는 한자공부를 시켜주시면 좋겠는데, 어떠실까요?”
소승이 언뜻 생각하기에도, 저에게는 한자 선생이 더 어울릴 듯 해서 쾌히 승락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스님, 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모두 8명인데, 지금 한 명이 전라도 고흥으로 전학수속을
밟고 있습니다. 스님이 가르치실 학생은 모두 7명입니다. 여기에 남아 있는학생들은 집안 사정이
아주 어려운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은 어쩔 수 없어서,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입니다.
조금만 형편이 나아도 이 곳을 떠날텐데, 사정이 아주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니, 스님께서 잘 지도해 주십시요. 작년1,2년 사이에 40명의 아이들이 도회지 학교로 전학갔
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이 학교도 폐교처분되겠지요. 아이들은 모두 착합니다.”
이와 같은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소승의 마음은 몹시 우울했습니다. 한편 소승은, 이 가난한
그러나 앞 길이 구만리같이 창창한 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꿈과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자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교장 선생님과 상담하던 때는, 마침 봄 방학 기간이어서, 봄 방학이 끝나는 3월 2일부터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1주일에 한 번 하루 2시간씩 공부하고, 곧 1주일에 2회 정도
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가르칠 교재는 소승에게 일임한다고 했습니다. 소승은 처음에는
천자문이나 四字小學을 가르치려고 했었지만, 아이들이 어려워 할 것 같아, 우선은 현재의
아이들 생활과 관계 있는 한자부터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한 첫 날, 저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도록 시키고, 모르면 한글로
적으라고 했습니다. 한자로 자기 이름을 서툴게라도 쓰는 아이는 1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몰랐습니다. 이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어린 少年, 少女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 대욱(2학년), 박 선영(3학년), 이 장훈(3학년), 최 종록(3학년)
박 대진(5학년), 민 회이(5학년), 이 민아(6학년)
이 어린 아이들의 이름을 쓰다보니, 그 순진하고 해맑았던 얼굴 얼굴들이 눈 앞에 어려 소승의
눈에 눈물이 어립니다. 지금 이 시간 이 아이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공부를 시작한 첫 날, 첫 시간, 저는 아이들에게 장래의 희망을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공 대욱(2학년)은 아직 그런 걸 생각 안해보았다고 했고, 박 선영(3학년)은 동물사육사,
이 장훈(3학년)은 프로 축구선수, 최 종록(3학년)은 경찰관, 박 대진(5학년)은 프로 축구선수,
민회이(5학년)와 이 민아(6학년) 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장래 희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고 아이들에게 처음 쓰도록 한 글자는, 〈고령군 덕곡면 덕곡 초등학교〉였습니다.
먼저 고령군(高靈郡)을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高靈郡이란 정신적으로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너희들이
사는 이곳이 자랑스러운 고장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록 그 아이들이 어리지만
그들에게 혹시 있을 지도 모를, 패배의식을 버리고, 우리 사는 고장이 좋은 고장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다음은 덕곡면(德谷面), 德谷面은 덕 있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이렇게 해서
高靈郡 德谷面 德谷初等學校는, 정신적으로 높은 경지에 있는, 덕 있는 사람들이 되기 위하여 다니는
초등학교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소승이 하는 어려운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을지라도,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소승은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설명했습니다. 소승은
둘쨋 날부터는 학교에 갈 때, 초코파이를 가지고 가서, 잠시 휴식하는 시간에 나누어 주었는데
아이들이 어찌나 맜있게 먹는 지, 지금 생각해도 침이 넘어갈 정도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소승의 친손녀, 친손자들보다 더 귀엽고 점점 정이 깊이 들어갔습니다. 제가 만약
능력이 있다면, 이 아이들 모두를 입양시켜, 훌륭한 인간으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예불 시간에는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삶이 풍요롭게 되기를 부처님께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런데 소승이 더 이상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소승의 왼 쪽 발이 아파서 도저히 학교까지 걸어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승은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사뭇 걸어 다녀야 하는데, 걸을 수가 없으니, 난감하기만 했습니다. 이리 저리
방책을 구하여 보았지만, 모두가 다 여의치 못하였습니다. 결국 아이들과 헤어져야 했습니다.
저는 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이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 저는 덕곡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한자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 승려입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더 이상 공부를 못하게 되었아오니,
널리 살펴주십시요. 비록 짧은 인연이었지만, 교장 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천진무구한 어린이들의 삶이 평화롭게
펼쳐지기를 늘 축원드리겠습니다.
짧기는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서럽군요.
안녕히 계십시요.
초등학교가 정답게 바라보이는 대덕사에서
늙은 사문 기산지은 합장”
다음은 교장 선생님의 답신입니다.
“사정이 그러하시다니, 무척 아쉽고 섭섭합니다.
언제든 기회가 있으시면, 다시 뵙기를 희망합니다.
항상 스님의 행복과 정진을 기원합니다.
덕곡교장 합장드립니다.”
이렇게 해서 소승은 덕곡초등학교 한자선생님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정들었던 아이들
생각은 좀체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가 준 초코파이를 그렇게도 맛있게
먹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저를 도와주고 계시던 자비화 보살님께 부탁해서, 제가 아이들에게
줄 작은 선물을 학교에 전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소승은 아이들에게 초코파이
한 통씩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초코파이 상자에 붙여달라고 하면서, 굵은 싸인펜으로
다음과 같이 쓴, 하얀 종이를 보살님께 드렸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저는 이렇게 일곱 장을 똑같이 썼습니다.
“ 공 대욱아! 덕(德) 있는 사람으로 무럭 무럭 자라거라.
정말 사랑한다.
2011년 3월 30일 한자공부 스님 선생님”
“박 선영아! 덕(德) 있는 사람으로 무럭 무럭 자라거라.
정말 사랑한다.
2011년 3월 30일 한자공부 스님 선생님”
“이 장훈아! 덕(德) 있는 사람으로 무럭 무럭 자라거라.
정말 사랑한다.
2011년 3월 30일 한자공부 스님 선생님”
최 종록, 박 대진, 민 회이, 이 민아에게도 위와 같이 써서, 보살님이 농협수퍼에서
구입한 초코파이 상자 위에 붙여, 학교 선생님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보살님이 농협에서 과자를 산 후, 한 상자, 한 상자마다 위의 종이를 붙이는 것을 본
농협직원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어리는 것을 보살님이 보았다고 합니다. 보살님이
이 과자박스를 학교에 들고 갔더니, 선생님들이 반색을 하면서, 교장 선생님을 뵙고
가라는 것을, 뵙지 않고 그냥 절로 돌아오셨습니다.
소승은 잠시 아이들이 과자박스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직도 끝내지 못한 이삿짐을 정리하느라고 아이들을 잊은 채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4월 1일 오후 일찍
그 날도 여전히 방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에 나가보니,
뜻 밖에 덕곡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이하 4명의 선생님이, 소승이 발이 아프다는 보살님의
전언을 듣고, 문병차 대덕사를 방문한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홍삼 드링크 한 박스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들은, 소승이 비록 짧은 기간 동안, 어린 아이들과 함께 지났지만, 아이들을 향한
저의 깊은 자비심에 감동하여 저를 찾은 것입니다!
교직 경력 33년의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이 소승을 바라보는 눈길 속에는
한결같이 친애와 우정과 감사의 빛이 역력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이 가신 후에, 소승이 교장 선생님께 다음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 승려, 기산지은입니다.
노승을 찾아주신 교장 선생님의 고매한 인격에 경의를 표합니다.
선생님의 삶의 후반이 평화롭고 안온하시기를 언제나 축원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대덕사 기산지은 합장”
곧 이어 교장 선생님의 답신이 왔습니다.
“기산지은 스님의 건강과 대덕사의 융성을 기원드립니다.
덕곡 교장 芮 秉泰 합장”
비록 짧았지만, 그리운 덕곡초등학교 한자 선생님 시절이 이렇게 또 지나갔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가야산 대덕사 기산지은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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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리운 그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시골학교, 일곱명 아이들 ...
모두 덕있는 사람으로 잘 자랄것같습니다..
쓸쓸한 가을휴일날..
따스한 이야기 잘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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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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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스님
그립고 그립고 그리워
어느새 제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합니다
사람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란다는데
스님의 사랑을
일곱아이들의 가슴에도
영원히 남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스님께서 염원 하신것처럼
일곱명의 초등학생 모두
덕 있는 사람 으로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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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여래심 법우님
ㅠㅠ
닦아 드릴께요
스님
요녀석들
복이 많은 아이들 입니다
어릴때부터
스님의 공양을 받았잔아요
선택된 아이들~~~~♥
무럭 무럭 잘 자라고
발개돌이 일것 같습니다
일찌기
불성의 종자를
스님께서 지으 주셨습니다
스님
축하드립니다
법체건안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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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귀의(三歸依)
귀의불 양족존(歸依佛 兩足尊)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 양족: 복덕과 지혜
귀의법 이욕존(歸依法 離欲尊)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귀의승 중중존(歸依僧 衆中尊)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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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관세음보살()()()
감사 합니다. 관세음보살()()()
스님의 염원으로 훌륭한 사람으로 자랐을거에요.좋은인연*^^*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관세음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