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안주인 에델 케네디 여사가 10일(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68년 캘리포니아주 민주당의 대통령선거 프라이머리를 승리한 남편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이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총격 암살당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본 미망인이다. 얼마 전까지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손자이며 전직 민주당 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인 조 케네디 3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마음에 사랑을 가득 담아 우리 대단한 할머니의 별세를 알린다. 그녀는 지난주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합병증으로 오늘 아침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회 정의와 인권을 위한 평생의 업적과 더불어 우리 어머니는 아홉 자녀, 34명의 손주, 그리고 24명의 증손주, 셀 수 없이 많은 조카들, 그녀를 진정 사랑하는 이들을 남겼다. 마음을 다해 그녀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낙관주의와 도덕적 용기를 가진 대모이자 회복력과 봉사의 상징인 미국의 아이콘”이라면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특유의 강인한 의지와 우아함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고, 행진하고, 인권을 옹호했다”고 밝혔다.
손자 조는 이틀 전에 할머니의 입원 소식을 알리며 “가족들에 둘러싸여 편안하며 가능한 최고의 돌봄을 받고 있다. 여러분도 잘 아다시피 그녀는 인상적으로 삶을 충족시키는 강한 여성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녀는 대가족과 함께 이번 여름도 즐겁게 보냈다"고 전했다.
에델 여사는 1951년부터 1968년까지 열한 명의 자녀를 낳았다. 막내 딸 로리는 남편이 총격 살해된 지 반 년 만에 태어났다.
AP 통신은 “에델은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동안 겪을 죽음보다 더 많은 죽음을 견뎌냈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1955년 비행기 공중 폭발 사고로, 오빠는 1966년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시아주버니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피격 사망했다. 남편 로버트는 1968년 6월 5일 자신의 친(親)이스라엘 노선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출신 시르한 시르한에게 총을 맞고 세상을 등졌다. 피격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에델이 남편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사진은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졌다.
그 뒤에도 1984년 아들 데이비드가 약물 과다로, 1997년 아들 마이클이 스키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02년에는 조카 마이클 섀켈이 거의 30년 전에 그리니치에서 10대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자 사면해달라는 손편지를 보냈다. 타임 매거진은 “악명 높은 케네디가(家)의 저주는 특히 에델에게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는 비극적인 상실감을 견뎌냈다”고 했다.
남편 사망 몇 달 뒤 그녀는 남편의 업적을 잇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인권센터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나라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 자유의메달을 수여했다. 그녀는 인권과 환경 보호, 사회 정의를 추구할 소명으로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