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의 영향으로 독일을 좋아하게 되어서, 독일 여행을 두 번 갔습니다.
한번은 차를 랜트해서 중남부에서 북부까지, 독일 국토의 2/3을 일주하는 여행이었습니다.
흔히 유럽 여행하면 남부 유럽과 프랑스를 떠올리는데, 실은 독일도 참 아름답습니다.
다만 무턱 대고 큰 도시 위주로 여행을 간다면, 취향에 따라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긴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독일을 여행하는 코스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내린 뒤, 프랑크푸르트를 짧게 구경하고 하이델베르크로 갑니다.
그 다음 쾰른으로 가서 대성당을 보거나,
뮌헨으로 가는 길에 프랑켄 지방의 소도시를 여행합니다.
뮌헨에서는 퓌센 인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이나, 알프스의 마을들을 여행하곤 합니다.
베를린을 일정에 넣는 경우 포츠담과 드레스덴을 구경하는 코스가 유명합니다.
물론 남부 바이에른 주의 경관도 아름답고,
프랑켄 지방의 밤베르크, 뷔르츠부르크, 로텐부르크도 매력적이고,
드레스덴과 포츠담도 훌륭하지만, 대개 큰 도시들이 문제입니다.
그 코스들에 누락된 아름다운 도시가 수두룩하게 많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독일은 2차 세계 대전에서 폭격을 받은 탓으로
규모가 있는 도시들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도시 가운데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뮌헨은, 올드 필의 도시를 만들긴 했지만,
사실 뮌헨조차도 옛 건축과 현대 건축의 믹스에 가깝습니다.
베를린, 함부르크, 쾰른, 프랑크푸르트는 더욱 현대 건축의 비율이 높습니다.
단순히 현대 건축의 비율이 높기만 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실은 50~60년 대에, 잿더미 속에서 나라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미학은 신경쓰지 않고 급히 세운 조립식 건축물이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때만 해도 모더니즘 건축물이, 미학적으로 답을 찾지 못 하던 시대라 더욱 그렇습니다.
왜 우리나라 서울도, 과거에 지은 건축물들을 보면 추한 것들이 많지 않습니까.
특히 쾰른이 그렇습니다.
독일의 5대 도시 가운데 나머지 도시들은 자기만의 미학을 갖추어 가고 있지만,
쾰른은 외관상 멋진 도시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더 걸리리라 예상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독일의 다른 대 도시들도, 쾰른과 비슷한 사정으로 멋지지 않은 구역들이 많았고,
그 시기에 독일 여행을 잘못 한 사람들은, 독일 별로더라, 독일 볼 것 없다더라는 식의 말들을 합니다.
그것은 여행하는 방식이 잘못되었기도 하지만, 그 시기에는 독일 대도시가 실제로 그랬던 것도 사실입니다.
혹시 베를린의 잃어버린 40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분단 상태에서 방치되었던 베를린을 독일 통일 후 재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통일 후 베를린은 늘 공사 현장이었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베를린의 모습은 그때와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베를린만 그런 것이 아니라, 프랑크푸르트나 함부르크도 많이 변화했죠.
아직 완성 단계라고는 할 수 없으나, 쾰른을 제외한 독일의 대도시들은 부수고 새로 짓는 과정을 통해
이제 나름의 미학이 있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난다면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함부르크는 독일 대도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독일 북부의 소도시들,
뤼베크, 슈베린, 브레멘, 뤼네부르크, 비스마르, 슈타데 같은 도시들을 묶어 여행한다면,
많은 이들이 틀림 없이 만족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랫동안 독일은 소도시 여행이 진짜다, 라는 말이 돌았고,
옛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소도시들이 정말로 아름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리고 앞으로는 대도시들도 점점 볼 만한 도시가 되었고,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독일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는,
자동차를 렌트해서 여행할 경우, 라인 강 중상류 강변과 모젤 강 강변이 좋았습니다.
특히 날씨 좋은 날 모젤 강변을 따라 늘어선 포도 밭과 그림 같은 마을들,
그리고 언덕 위에 우뚝 선 고성들을 구경하던 때의 기억은 너무 아름다워 잊히지 않습니다.
모젤 강가의 마을 코햄의 풍경은 절경에 가까웠습니다.
독일 소도시 수십 곳을 가보았는데,
혹시 여행 계획을 짜실 때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다면 언제라도 읽고 제 짧은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댓글 분단되었을때 독일 살았는데
그때 베를린은 가히 고담시티에 가까웠습니다.
그때만 해도 폭격당한 건물들도 꽤 오래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장벽 근처엔 연합군 경고문이랑
넘을려다 사살된 사람들 사진이 찍혀있었죠 어린나이에 정말 무서워서 빨리 여행 끝내자고 부모님 조르던 게 생각나네요
최근 독일 다녀왔던 지인들 말로는 베를린이야 말로 유럽의 문화적 중심지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방문하고픈 도시입니다.
제가 있을때는 커리부어스트도 없엌ㅅ다는 ㄷㄷ
아, 그 시절에 독일에 사셨고, 베를린에 가셨군요. 지금 다시 가신다면 격세지감을 느끼실 듯합니다.
지금 베를린은 그때의 흉한 분단의 유산들이 관광거리 정도로 남았습니다.
알렉산더 플랏츠 추변의 흉한 건물들도 고집스럽게 기념물로 남겨둘 정도로요.
@포동이 대신에 90년도 우승을 이태리와 뮌헨 현지에서 직관 ㅎ
@포동이 브란덴부르크 문을 베를린 타워 높이에서나 봤습니다
@다이슬러팬 와, 대단합니다 ㅠ
90년도 독일만큼 독일 답고 동시에 강한 팀이 다시 있을까요.
@다이슬러팬 브란덴부르크 문이 동서독 분단의 경계선에 있어서 다가가시기 어려우셨을 것 같습니다.
인종차별은 안 당하셨나요? 손흥민 씹버드가 분데스리가시절 당한 차별대우 갚았던 그 순간이 가장 통쾌했다고 지껄였었는데 영국보단 순한 맛일거라 막연히 추측하고 있거든요 손흥민 그놈 잉글랜드에서도 매운맛 차별 받던데 쌤통이더라구요 차붐 시절에 선수생활했으면 다굴 맞았겠죠 친척이 살아서 가보고는 싶은데 언어 문제로 못 가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2008년이랑 2017년에 다녀왔는데, 지나가는 꼬마들이 '니하오' 하는 정도 외에는 인종차별을 겪지 않았습니다.
친절한 독일인들 굉장히 많았어요. 헤르만 헤세가 공부했던 마울브론 수도원에 갔을 때는,
제가 기차를 놓칠까봐 차로 역까지 데려다 준 시골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어서, 독일이든 어디든 콧대 높은 유럽으로 가게 되면 누구나 경험할 수도 있는 일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 동양인에 대한 미움이 커진 듯도 싶구요.
그리고 독일 사람들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독일어 못하고 영어도 허술한 저도 간단한 생활 영어로 무리 없이 여행했습니다.
에펜베르크 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순탄하시기를 빕니다~
@포동이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