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을 등에 대고 누워 있었다. 머리를 약간 쳐들어보니 불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가 보였고, 그 배는 다시 활 모양으로 휜 각질의 칸들로 나뉘어 있었다. 이불은 금방이라도 주르륵 미끄러질 듯 둥그런 언덕 같은 배 위에 가까스로 덮여 있었다.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은 애처롭게 버둥거리며 그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그는 벌레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저 타성처럼 살아가며 정말 내 삶이 단지 그냥 한 마리 벌레보다 나은 게 무엇인지 간혹 섬뜩한 공포로 다가온다. 그런 맥락에서 카프카의 「변신」은 단지 기괴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간 실존의 허무와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하는 「변신」은 바로 이렇게, 사람에서 벌레로의 ‘변신’을 말한다.
「변신」은 벌레라는 실체를 통해 현대 문명 속에서 ‘기능’으로만 평가되는 인간이 자기 존재의 의의를 잃고 서로 유리된 채 살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그레고르가 생활비를 버는 동안은 그의 기능과 존재가 인정되지만 그의 빈자리는 곧 채워지고 그의 존재 의미는 사라져 버린다. 인간 상호간은 물론, 가족간의 소통과 이해가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20세기 문학의 신화라 불린다. 그 이전까지 서양소설사에서 굳건하게 버티고 있던 리얼리즘의 성채는 「변신」 이후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밀란 쿤데라는 카프카의 작품을 두고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카프카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지만 「변신」은 쿤데라의 이러한 표현에 더없이 적합할 듯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삶,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삶 속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불안한 의식과 구원에의 꿈 등을 「변신」에서 카프카는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단순한 언어로, 기이하고도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 나는 마구간에서 말을 끌어내오라고 명령했다. 하인은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것 같았다. 나는 직접 마구간으로 가 말에 안장을 놓고 올라탔다. 멀리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나는 물었다. 하인은 알지 못했다.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문 앞에서 하인은 나를 잡고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나도 몰라. 단지 여기를 떠날 뿐이야. 여기서 나가는 거야. 어디까지라도 가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어.” “그럼 가실 데가 있으시군요?” 하인이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그럼, 물론이지. 방금 말하지 않았나. 여기서 나가는 것, 그것이 내 목표라고.”
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유대인 상인이었으며, 부유한 집안 출신의 어머니와 결혼하여 카프카와 세 여동생이 태어났다. 1901년 프라하 대학교에서 법률학을 공부한 카프카는 1906년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카프카는 죽을 때까지 맏이로서의 역할을 의식하며 살았다. 가족 가운데 감성적인 기질에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섬세함을 지닌 어머니쪽 혈통과 강한 일체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특별히 어머니와 가까웠던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들이 아무 이익도 없는 글쓰기에 몰두하는 것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카프카는 부모의 몰이해 속에 '몽상적인 내면생활'을 기록해갔다. 아버지의 형상은 카프카의 존재뿐만 아니라 작품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으며, 사실 그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 유형으로 등장하고 있다. 물질적인 성공과 사회적인 출세 외에는 숭배할 것이 없는, 이 거칠고 실질적이며 오만한 상점주인이자 가부장인 아버지는 카프카의 상상 속에서 거인족의 일원으로, 무시무시하고 감탄스럽기는 하지만 혐오스러운 폭군으로 등장한다.
1919년에 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Brief an den Vater〉는 자서전에 대한 매우 중요한 시도였는데, 실제 주소로 부친 편지는 결코 아니었다. 여기서 카프카는 그의 내면에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을 주입시켜준 위압적인 아버지 덕분에, 아버지에게 묶인 끈을 잘라버리고 스스로 결혼하여 자신 또한 한 아버지가 되는 평범한 삶에 실패하여 문학으로 도피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의 삶의 의지를 꺾어버렸다고 느꼈으며, 이런 아버지와의 갈등을 직접 반영한 작품이 〈판결 Das Urteil〉(1916)이다. 사람을 현혹할 정도로 맑고 간결한 산문으로 쓰인 카프카의 소설들은 압도적인 힘과의 절망적인 투쟁을 그리고 있는데, 미지의 힘은 〈심판〉에서처럼 희생자를 짓궂게 괴롭히며 심문하기도 하고 〈성〉에서처럼 그것을 인정받기 위해 추구하고 갈망하지만 허사로 만든다.
그렇지만 카프카의 불안과 절망의 뿌리는 그가 성인이 되어 더욱 가까이 지내고자 했던 아버지와 가족과의 관계에 있지 않았다. 그의 절망의 원천은 그가 아끼던 친구들, 사랑한 여인들, 싫어한 직업, 살아간 사회 등이 모든 인간존재와 그가 진정한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한 신과 진정한 친교를 맺지 못한 채 궁극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의식에 있었다.
1923년 카프카는 아버지의 가부장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베를린으로 갔다. 여기서 사회주의자인 젊은 유대 여성 도라 디만트와의 우정으로 삶의 용기를 얻었지만, 건강이 악화되어 베를린 체류는 짧은 기간으로 끝났다. 도라 디만트와 함께 프라하에 잠시 머물렀다가 빈 근처의 한 요양원에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