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카락 비 맞는 것 피하는 심리 -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우산을 쓴다. 그러나 우산을 써도 신체 일부는 비에 젖게 마련이다. 제일 빨리 적시는 부분이 신발과 바짓가랑이다. 신발은 젖은 땅을 밟아서 축축해지고 빗겨 떨어지는 빗방울은 하체에 바로 닿는다. 등 쪽 옷이나 소매의 한쪽도 단골로 젖는 부분이다. 우산의 구조상 가운데를 받치는 우산대 때문에 몸의 반쪽은 비에 노출되기 마련이고 직립보행 자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다. 빗물은 하늘에서 똑바로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비가 세차게 오거나 바람이라도 거칠게 불면 우산은 무용지물이 된다.
그럼에도 굳이 우산을 챙기고 비를 피하려는 심리의 근저(根低)에 무엇이 있을까? 비 오는 날 유심히 관찰하면 사람들은 머리 부분만큼은 비에 젖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 우산 없이 전철에서 내린 사람 중에는 가방이나 신문지 등으로 머리 위를 가리고 빗속으로 뛰어가는 것을 종종 본다. 몸의 다른 부분은 비를 맞아도 얼굴 즉 머리 부분에는 비를 맞지 않겠다는 행동의 표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머리카락을 물로부터 멀리하는 방법이다.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수북하게 털이 나 있는 곳 즉 머리털에 물이 닿지 않도록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다.
사람의 머리털은 얼굴 부분을 제외한 머리 꼭대기를 정점으로 정수리 부분을 덮고 있다. 머리털은 충격이나 햇볕 그리고 보온 등의 작용과 외부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머리카락은 자르지 않으면 1미터 이상 자란다. 그러나 눈썹은 평생 자르지 않아도 그다지 길게 자라지 않는다.
머리카락은 우리의 외모를 크게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자신감을 높여주고, 매력을 더해준다. 머리털은 몸의 다른 부분의 것과 달리 계속 자라는 특징이 있다. 머리카락이 계속 자라기 때문에 사람의 모습을 관리하고 조정하는데 무한한 변화가 가능하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사람들은 일찍부터 개성을 발휘하는 데 머리털을 이용해 오고 있다.
세상에는 머리털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업소(業所)가 있다. 이•미용실은 머리털의 병변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다. 오로지 털을 다듬고 꾸미는 일 다시 말하면 사람의 형상을 아름답게 또는 돋보이게 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을 쏟아붓는 일을 하는 곳이다. 머리카락을 잘라서 단정하게 하고 길러서 흩트리거나 묶고 땋아서 모양을 만들고 다양한 색깔로 염색하는 등 손질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미(美)를 나타낸다.
사자의 갈기나 닭의 볏은 수컷의 상징이다. 털이나 깃털을 가꾸어 위엄과 권위를 자랑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생물의 종류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털을 세우거나 모양을 만들어 이성을 유혹하고 적과 싸우는데, 위협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조류의 수컷 깃털은 더욱 그렇다. 암컷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발달하여 있고 번식기에 잘 꾸미고 다듬어서 화려하기가 그지없다.
자연 상태에서는 동물은 몸에 붙은 털 속에 공기를 넣어 나름으로 모양을 유지하면서 보온하거나 보호 작용을 한다. 그런데 털은 물에 매우 약한 것이 특징이다. 털이 물에 젖으면 공기가 빠져나가 뭉치고 처져서 몸에 착 달라붙는다. 몸 크기가 작아 보이고 위엄과 화려함이 일시에 사라진다. 물에 빠진 생쥐의 몰골이라니(?) 맑은 날에는 당당한 모습에 활기차고 재빠른 동물도 비를 맞으면 초라해 보인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는 것은 비를 맞지 않겠다는 행동이지만 더 깊은 뜻은 ‘머리 부분의 털을 보호하려는 행태’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두발(頭髮)의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머리털의 모양으로 그 사람의 외형, 성격, 기호와 민족성 심지어 종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신분, 성별 그리고 기혼 미혼의 구분도 머리 모양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두발 관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모자다. 값비싼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은 군주의 위상을 나타내고, 각가지 깃털로 만들어진 인디언 추장의 모자는 머리 위에 얹어서 뽐내는 권위의 상징이다. 이슬람을 믿는 여자들의 머리에 쓰는 두건은 부족에 따른 여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족쇄다. 우리나라 노인의 갓은 양반의 신분과 멋을 나타내는 도구다.
- 240726 최 락 준 회원 -
첫댓글 예리한 관찰과 심리분석.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