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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더미 아래 깔려 있다가 팀 동료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러자 바로 ‘퇴장!’ 이라는 심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저 쪽에서 먼저 쳤다고요!” 신이치는 심판에게 대들었다. 물론 진심은 아니다.
“반도! 너 기억해 둬” 야자키가 양쪽 겨드랑이를 잡힌 채 소리쳤다. 그도 퇴장 명령을 받은 것 같다.
흥분상태 속에서도 신이치는 살았다고 생각했다. 들통 나지 않아 다행이다. 매스컴의 비난을 받더라도 입스가 알려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반도, 다섯 경기 출장 정지 처분. 개막전의 전대미문 사건》
《반도 벌금 50만엔. 악송구에 관중도 아연실색》
모든 스포츠신문이 1면에 실었다. 사이클 히트를 쳤을 때도 3면이었는데 얄궂기도 하다. 구단 측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현장에서는 재미있어했다. 싸움을 좋아하는 네모토는 “너도 이럴 때가 있구나” 라며 웃으며 가슴을 쿡쿡 찔렀고 야자키를 싫어하던 선수들은 악수를 청해왔다. 아무래도 자신은 강경파로 인상을 남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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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어때. 어쨌든 위기는 벗어났다. 출장정지는 유예기간이 주어졌다는 뜻이다.
신이치는 신문을 뭉쳐 로비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벽에 부딪쳐 튕겨 나왔다.
“저기요. 그건 우리 병원 열람용인데요. 중년의 간호사가 무서운 표정으로 말해서 당황하며 사과했다.
이라부는 정원에 배팅 연습용 그물을 설치해 놨다. 야구용품도 모두 사서 갖춰 놓았다. 아무래도 공놀이에 빠져든 것 같다. “반도씨, 오늘부터는 타격 연습이야”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일은 괜찮나, 일은.
“선생님, 요새 2,3일 잠을 못 잤어요. 가능하면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고 싶은데요.”
“오케이. 나중에 일 년치 줄게. 붕대도 오래된 게 남아도니까 가져가도 좋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두통약도 받아가야겠다.
“자, 빨리빨리” 이라부가 배팅 자세를 취했다. 마지못해 토스배팅을 해주기로 한다.
신이치가 공을 토스하고 이라부가 스윙을 한다.
헛스윙을 했다. 게다가 공과 배트는 30센티미터나 벗어났다.
“선생님, 공을 잘 보셔야죠” 퉁명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