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되었던 대로 8월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있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광복 60주년 경축사는 소란스런 후유(後遺)를 빚어내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왈가왈부로 소란스럽다. 이 소란스런 시비는 문제의 경축사 내용 가운데 ‘과거사 정리’ 요구 대목에 집중되어 있다. 주로 ‘국회의 입법’을 통한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허용 및 “국가권력 남용에 대한 민ㆍ형사 시효 적용 배제” 허용 요구의 ‘위헌’ 여부를 놓고 “그렇다”ㆍ“아니다”의 공방이 격렬하다.
그런데, 경축사 전문(全文)을 잘 읽어보면 이 같은 논란은 노 대통령의 진의(眞意)를 오해하여 헛 다리를 긁고 있는 것 같다. 경축사에 담겨진 메시지의 정곡(正鵠)을 찌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 동안 국회의 의석분포 때문에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의 통과도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는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국회에서 더구나 ‘위헌’ 논란이 크게 일고 있는 문제의 조항들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실제로 믿을 정도의 정치적 하수(下手)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의 정치적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음이 틀림없다.
노 대통령의 노림수는 이 법안의 통과 관철에 있는 것 같지 않다. 노 대통령 자신이 16일에는 그의 경축사 발언이 “형사적 소급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렇게 되면 이번 경축사에서 문제입법을 거론한 것은 입법 관철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지난 번 ‘여야 연정(聯政)’ 발언 때와 마찬가지로 엉뚱한 발언으로 정치권을 교란시키고 그 와중에서 그가 노리는 정치적 목적을 챙기는 ‘양동작전’일 가능성이 보다 농후해 보인다.
문제는 그 정치적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경축사 내용을 보다 정밀하게 읽어보면 그 핵심 메시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임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노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는 전반부에서 거론한 ‘분열세력’과 ‘지배세력’ 논란에 담겨져 있는 것 같다. 그는 일단 시대적으로는 구 한말(韓末)의 정세에 빗대어서 소위 ‘분열세력’과 ‘지배세력’을 거론하고 이를 토대로 그의 ‘과거사 정리’ 주장의 합리화를 기도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것은 말의 장난일 뿐이다. 경축사의 행간(行間)을 자세히 읽어 보면, 그가 공격한 ‘분열세력’과 ‘지배세력’은 구 한말의 그 누구가 아니라 사실은 1945년 이후 대한민국의 건국과 수호 및 산업화와 민주화를 주도해 온 이 나라 보수ㆍ우익세력을 ‘기득권 세력’으로 싸잡아서 지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치인 노무현 특유의 ‘은유’(metaphor)이다. 그의 장기인 ‘행간’ (innuendo)의 ‘화법’(話法)의 재현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들이 있다. 경축사에 나오는 “어떤 변화도 용납하지 않았던 지배체제와 이에 결합한 기득권 체제”ㆍ“지배세력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사상체계에 매몰되어 일체의 다른 사상과 제도를 배척”ㆍ“권력을 견제할 반대자마저 철저히 배제한 지배세력”ㆍ“지배세력의 완고한 기득권과 독선적인 사상체계” 운운의 표현들은 18세기말 19세기초의 구 한말의 정세를 설명하는 적합한 표현들이 아니다.
결국,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담겨진 노 대통령의 메시지는 2007년 대통령선거를 견준 고도의 정략적 행보(行步)외에 다름이 아닌 것 같다. 우회적 표현으로 특히 젊은 세대 청소년 유권자들에게 한나라당을 이 나라 보수ㆍ우익 세력과 싸잡아서 ‘기득권 옹호’에 몰두하는 ‘분열세력’ㆍ‘지배세력’으로 각인시킴으로써 2007년 대선에서 그들이 한나라당을 배척ㆍ기피하도록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끝]
[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 www.dblee2000.pe.kr |
첫댓글 이동복 교수님의 글 마지막 단원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좋은글이내요~봉양님! 항상 강원박사모를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경의를 표합니다~ 무더위에 더욱 기운내시구요~♣
이동복님이 원주출신입니다...
조기 위에 뉴스 보니 열당에서 놈현이 입만 쩍하면 정신 나간 소릴 해서 뒤치닥꺼리 하기 정신 없다고 올려 놓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