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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뇌로 통한다!
머릿속 우주를 탐험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
https://youtu.be/o2KnnELplKo
『브레인 오디세이: 뇌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는 청소년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뇌 과학 입문서이자, 독일의 각종 언론이 입을 모아 말하듯 성인 독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훌륭한 대중 교양서이다. 신경 과학자 알렉산더 뢰슬러와 필리프 슈테르처는 우리가 뇌에 관해 품고 있는 수많은 궁금증들을 바탕으로 뇌의 정체와 임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지각과 의식, 운동과 감각, 정서, 언어, 기억력과 지능, 잠과 꿈, 결정과 자유의지 등 뇌에 관한 일곱 가지 핵심 쟁점들을 속속들이 파헤치며 방대한 뇌 퍼즐의 조각을 맞춰 간다. 일상적인 예화, 저자들의 생생한 경험담, 과거부터 최근까지 주목할 만한 연구와 실험 사례, 다양하고 흥미로운 자가 실험과 퀴즈까지 지루할 틈 없이 등장하는 풍부한 요소들은 뇌 과학의 문턱을 낮춰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험담이든 가상의 사건이든 매 꼭지마다 일상적인 고민과 질문들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핵심적인 이론 및 연구 사례들로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과학책에 박제된 낯설고 어려운 뇌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삶을 지휘하는 진짜 뇌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나를 간질이면 어째서 간지럽지 않을까 하는 사소한 질문은 신경 과학자 사라 제인 블랙모어가 간지럼 실험을 통해 답을 찾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뇌가 수많은 자극 가운데 중요한 자극을 걸러 내며 ‘주의’를 허비하지 않기 위해 예측 가능한 자극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인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미리 골치를 앓지 않아도 된다. 수업 시간에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 나머지 기절까지 하고 만 야코프의 일화를 통해 뇌의 불안 체계에서 ‘투쟁-도주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를 이해하고, 친구의 최신 스포츠카를 빌려 타다가 사고를 낸 뒤 한동안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환자에게서 ‘심인성 기억 상실’이라는 그럴싸한 개념을 배운다. 심지어 마음에 드는 이성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는 고급 기술도 얻을 수 있다.
목차
뇌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뇌-후다닥 핵심 정리
1장. 나는 네가 보지 않는 것을 본다 지각과 의식
1 뇌를 믿어도 될까-착시
2 뇌는 얼굴 전문가-안면 인식
3 파티, 그리고 자극 폭탄-주의
4 우리는 왜 스스로 간질이지 못할까-‘자신’과 ‘타인’
2장. 자리로, 준비, 땅! 운동과 감각
5 그냥 하게 둔다-반사
6 머리라는 영화 속 액션-운동
7 그 괴물이 바로 너야-뇌 지도
8 사후경직과 운동-섬뜩한 이야기
3장. 한없이 환호하다가 죽도록 슬퍼하다 정서
9 배 속의 나비들-사랑에 빠진 뇌
10 행복한 뇌
11 너무 민감한 경보 장치-불안
4장. 세상이 우리에게 말한다 언어
12 우리는 왜 내내 떠들어 댈까-간략한 언어 발달사
13 말하는 앵무새 알렉스-언어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일까
14 좌뇌의 앞쪽-언어가 ‘자리한’ 곳
15 독일 바이올린은 여자?-언어 연구
16 양상추와 장갑-뇌는 어떻게 시를 쓸 수 있을까
5장. 방금 전까지 있었는데 기억력과 지능
17 뇌 한 조각이 모자란다고?-1950년대의 뇌 수술
18 뇌 연구의 스타-알로이스 알츠하이머와의 가상 인터뷰
19 특명! 뇌를 업그레이드하라-기억력 훈련
20 지능이 도대체 뭐야-전문가들의 대화
21 기억할 수 없는 걸까, 기억하지 않는 걸까-감정과 기억의 접점
22 이반 파블로프를 추억하며-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습 실험
6장. 저쪽으로 잠과 꿈
23 절대로 잠들지 마!-자가 실험
24 잠을 둘러싸다-하품
25 침대 속의 큰 비밀-잠
26 잠으로 가득 찬 모자-수면의 장점
7장. 이곳의 대장은 누구인가 결정과 자유의지
27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뇌 연구자들의 속임수
28 나는 어쩔 수 없었어, 내 뇌가 잘못한 거야!-뇌와 도덕
29 자유의지는 착각일까
네 지식을 시험하라
용어 정리
해답
찾아보기
접어보기
저자 소개
저자 : 알렉산더 뢰슬러(Alexander Rosler)
연기 학교를 다녔고, 탱고 밴드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활약했다. 청소년 소설도 여러 권 썼다. 현재 신경과 의사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노년기 주의력 결핍 장애에 관한 연구로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비공식적으로는 탱고 스텝과 음주가 걸음걸이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했다고 볼 수 있겠다.
http://www.alexanderroesler.de
저자 : 필리프 슈테르처(Philipp Sterzer)
신경과 및 정신과 의사이자 뇌 연구자로, 이전에는 재즈 플루트 연주자와 아동 서커스단 악사로 활동했다. 현재 베를린 샤리테 의과대학에 정신 병리학 및 신경 과학 교수로 있다. 착시와 착각의 매력에 푹 빠진 결과, 뇌가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역자 : 조경수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부자가 되는 일곱 가지 방법, 가난뱅이가 되는 일곱 가지 방법』 『빈둥빈둥 투닉스 왕』 『무지개 물고기와 신기한 친구들』 『거짓말의 딜레마』 『우리 시대의 아이』 등이 있다.내 것이지만 내 것 같지 않은 뇌
멀미나 귀울림 없이 쉽고 재미있게 속속들이 여행하는 법
이른바 ‘뇌섹인 전성시대’다. ‘뇌가 섹시한 인간’, 그러니까 지적이고 주관이 뚜렷하며 언변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이 말은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4년 신어’에도 포함되었다(뇌섹남). 원조 뇌섹인 아인슈타인의 뇌는 그다지 섹시하지 않은 내 뇌와 다르게 생겼을까. 주름이 더 많다느니 두정엽이 더 넓다느니 이런저런 설은 많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인과관계는 없다. 확실한 것은 아인슈타인도 우리처럼 뇌가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뇌섹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뇌, 그러나 뇌는 종종 내 머릿속이 아니라 먼 우주 밖에 있는 것만 같다. 우리는 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신경 과학자 알렉산더 뢰슬러와 필리프 슈테르처는 우리가 뇌에 관해 품고 있는 수많은 궁금증들을 바탕으로 뇌의 정체와 임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지각과 의식, 운동과 감각, 정서, 언어, 기억력과 지능, 잠과 꿈, 결정과 자유의지 등 뇌에 관한 일곱 가지 핵심 쟁점들을 속속들이 파헤치며 방대한 뇌 퍼즐의 조각을 맞춰 간다. 일상적인 예화, 저자들의 생생한 경험담, 과거부터 최근까지 주목할 만한 연구와 실험 사례, 다양하고 흥미로운 자가 실험과 퀴즈까지 지루할 틈 없이 등장하는 풍부한 요소들은 뇌 과학의 문턱을 낮춰 준다. 『브레인 오디세이: 뇌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는 청소년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뇌 과학 입문서이자, 독일의 각종 언론이 입을 모아 말하듯 성인 독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훌륭한 대중 교양서이다.
■ 시차 적응 걱정 없는 생활 밀착형 뇌 여행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험담이든 가상의 사건이든 매 꼭지마다 일상적인 고민과 질문들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핵심적인 이론 및 연구 사례들로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과학책에 박제된 낯설고 어려운 뇌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삶을 지휘하는 진짜 뇌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나를 간질이면 어째서 간지럽지 않을까 하는 사소한 질문은 신경 과학자 사라 제인 블랙모어가 간지럼 실험을 통해 답을 찾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뇌가 수많은 자극 가운데 중요한 자극을 걸러 내며 ‘주의’를 허비하지 않기 위해 예측 가능한 자극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인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미리 골치를 앓지 않아도 된다. 수업 시간에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 나머지 기절까지 하고 만 야코프의 일화를 통해 뇌의 불안 체계에서 ‘투쟁-도주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를 이해하고, 친구의 최신 스포츠카를 빌려 타다가 사고를 낸 뒤 한동안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환자에게서 ‘심인성 기억 상실’이라는 그럴싸한 개념을 배운다. 심지어 마음에 드는 이성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는 고급 기술도 얻을 수 있다.
사실 우리 뇌는 상당히 섬세하고 복잡한 기관이라 완벽하게 이해하고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작은 신경세포 하나를 두고도 새로운 논문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데, 그런 수많은 세포, 조직, 혈관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도 고유의 영역을 이루고 목표에 따라 전략적으로 활동하는 기관이니 오죽할까. 뇌 과학이라고 하면 지레 겁을 먹고 물러서거나 따분하다며 손을 내젓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따라서 저자들의 접근 및 서술 방식은 무척 영리하다. 입문서들이 으레 그러듯 뇌의 구조를 보여 주면서 명칭과 기능부터 순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뇌를 믿어도 될까, 우리는 왜 스스로 간질이지 못할까, 그 괴물이 바로 너야, 절대로 잠들지 마! 등 호기심이 동할 만한 29개 주제로 내용을 세분하고 각 꼭지는 이른바 '생활 밀착형' 질문들로 시작해, 답을 찾는 과정에서 뇌의 전략과 목표, 실행에 관한 중요한 사실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한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거리에서 어떤 소년과 마주쳤는데 네가 아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 너는 그를 쳐다보고 그도 너를 언젠가 본 적이 있다는 듯이 바라본다. 하지만 둘 다 확신이 서지 않아서 인사하지 않는다. 몇 분 뒤에야 기억이 난다. 그래, 물론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난 적이 있다. 너는 지난여름 호숫가에서 그를 포함한 몇몇 친구와 축구를 했다.
이 이야기에는 전혀 이상한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겨우 한 번밖에 만난 적 없는 사람의 얼굴을 그렇게 잘 기억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너는 그날 오후 골대 역할을 했던 나무 두 그루를 아마도 그 소년의 얼굴만큼이나 자주 쳐다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네가 그 옆을 지나간다고 해도 두 나무 중 하나가 친숙해 보이는 일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 뇌는 얼굴을 인식하고 얼굴에 담긴 표정 같은 정보를 ‘읽도록’ 매우 특화되어 있다. 우리는 다른 대부분의 물체보다 얼굴을 특히 잘 기억할 수 있다.
뇌가 얼굴 처리에 매우 전문적이라는 사실은 이 능력이 우리 생존에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 준다. 우리의 비범한 얼굴 기억력은 어떤 사람과 이미 좋거나 나쁜, 어쩌면 심지어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도와준다._본문 24-25쪽
저자들은 열두 살 된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지향하므로, 뇌 과학의 심오한 바다로 뛰어들겠다는 비장한 각오나 철두철미한 예습에 대한 부담은 접어 두어도 된다. 반면,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이나 본문에서 상세히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은 상자 글로 보충하고 있어 배움에 목마른 독자들도 충분히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 끊임없이 되묻고 제안하는 참여형 뇌 여행
이 책에는 의문문과 청유문이 유독 많다. 질문은 제목이나 첫 문장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질문을 되던지면서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스스로 고민하게 만들며,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짐작되는 사실(혹은 거짓)을 실제로 확인하게끔 한다.
지난 수년간 뇌 연구자들은 이른바 ‘정신병질’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전두엽에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신병질은 심각한 인격 장애다. 정신병질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 능력, 책임감, 양심이 결여되었고 흔히 범죄 행동을 보인다. 학자들은 범죄를 저지른 사이코패스(정신병질자)의 뇌 구조를 범죄를 저지른 적 없고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들의 뇌 구조와 비교했다. 그 결과, 범죄를 저지른 사이코패스는 전두엽, 즉 사회행동 제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의 부피가 남들보다 작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모든 게 명백하다, 안 그런가? 전두엽의 크기와 범죄 행동이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범죄자가 법정에서 뇌 검사를 해서 자신의 전두엽 크기를 측정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네 생각은 어떤가? 중범죄자가 뇌 검사를 받아서 전두엽이 보통 사람보다 작다고 밝혀지면 그는 책임 능력이 없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일단 뇌 구조와 범죄 행동의 연관성을 보여 주는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조명해 봐야 한다. 즉, 원인과 결과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해당 뇌 영역의 부피가 작은 것이 정말로 범죄 행동의 원인인가? 우연한 연관 관계이거나 다른 원인들이 있는 연관 관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_본문 192-193쪽
위에 인용한 내용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성급한 결론을 내리려다 멈칫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질문과 반문을 통해 생각을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진다.
또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자가 실험과 승부욕을 자극하는 테스트들이 곳곳에 등장해 뇌에 관한 복잡한 쟁점들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형태로 재구성한다.
오른쪽에 있는 십자 표시에 정확히 시선을 둬라. +
이제 십자 말고 무엇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는가?
아마 십자 자체와 바로 주변에 있는 글자들이 선명히 보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몇 센티미터만 떨어져 있어도 모든 것이 흐릿하게 뭉개져 뭔지 잘 모르게 된다.
시선을 계속 십자에 둬라. 그 상태로 첫 문장의 세 번째 글자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 절대 불가능하다! 순간적으로 시선을 옮겨 세 번째 글자가 ‘쪽’인 것을 알게 됐다고 인정해라._본문 16쪽
책에 나오지 않는 다양한 실험과 테스트, 게임 등을 추가로 해 볼 수 있는 웹사이트와 동영상 주소도 실어 놓아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예컨대, 우리 뇌가 관계없는 정보들을 억제하고 중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인식한다는 설명에 덧붙여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찾을 수 있는 표제어를 제시해 놓았다. 표제어를 검색해 보면, 대여섯 사람이 둥글게 서서 공을 주고받는 영상이 나온다. 첫머리에 공이 몇 차례 오가는지 세어 보라는 지령이 자막으로 나오고, 그 때문에 공에만 집중하느라 도중에 고릴라 탈을 쓴 사람이 화면을 가로질러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 영상의 핵심이다. 선택적 인식이니 목표 지향적 주의니 말로만 설명하려면 장황하고 다소 어려웠을 내용들도 영상을 보고 나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된다.
앞서 이 책이 뇌 과학 입문서로서 가진 장점을 이야기했지만, 이미 뇌에 대해 배울 만큼 배웠다고 자신하는 사람도 끊임없는 질문과 반문, 다양한 체험 콘텐츠들을 통해 오래된 지식을 새롭게 환기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금 점검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꿀 재미 알짜 뇌 여행
깨알 같은 기호와 머리 아픈 이론이 과학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듯, 두 과학자는 툭툭 던지는 무심한 말투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최신 연구 결과는 물론 저자들의 생생한 경험담, 새로운 토론을 이끌어 내는 실험들과 놀라운 예화 등 풍부한 읽을거리에 저자들의 재치 있는 입담이 더해져 마치 소설을 읽듯 술술 읽어 내려가게 된다.
선생님을 구석으로 모는 방법
선생님이 교실 왼쪽 구석으로 갈 때마다 너희가 산만하게 굴기로 약속한다. 보란 듯이 하품을 하고 쪽지를 쓰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거다. 선생님이 오른쪽 구석으로 가면 주의를 기울여라. 선생님을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정성껏 필기를 해라. 그러면 선생님이 갈수록 빈번히 교실 오른쪽 구석에 가 있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이것으로 실험을 하고 싶으면 서기를 뽑아서 선생님이 언제 어느 구석으로 가는지 기록하라. 즐거운 시간 보내길!_본문 163쪽
조건화에 관한 이 자가 실험을 학생들이 실제로 시도해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쪽지를 쓰는 대목에서 이미 교실 뒤로 나가 손을 들게 되지 않을까) 실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통쾌한 기분을 느낄 것 같다.
물론 저자들은 단순히 말장난으로 독자를 웃기려고 애쓰기보다 과학이 때로 엉뚱하고 생각보다 친근하며 재미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려 한다. “학자들은 헝클어진 머리에 엄지손가락만큼 두꺼운 안경을 쓴 재미없는 괴짜들로 통하지만, 그중에는 간지럼 학자도 있다”며, 간지럼 실험을 소개한다. 과학자들이 지렛대 달린 혀 모양 스펀지로 피험자를 간질이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라. 에른스트 콜쉬터라는 연구원은 '수면 안정성'을 측정하기 위해 잠들려는 학생들의 머리를 슬레이트 판으로 수차례 내려쳤고, 많은 불상사를 겪으며 실험을 거듭한 끝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자의 연구라기보다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도 든다. 2010년 파리에서는 ‘하품 국제회의’라는 것이 열려, 하품 권위자들과 하품 전문 학자들이 열띤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적어도 다른 ‘비과학’ 국제회의보다는 하품이 덜 날 것 같은 회의다. 뇌 과학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재닛 잭슨의 슈퍼볼 선데이 스캔들은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데 언어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매우 흥미롭게 보여 준다.
파블로프 주인님은 우리가 음식을 전부 먹어 치우면 항상 아주 기뻐했다. 우리는 주인이 기뻐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늘 잘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관으로 침을 많이 흘렸을 때마다 주인님이 기뻐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주인님은 우리 귀 뒤를 쓰다듬어 주고 실험실을 풀쩍풀쩍 뛰어다녔고, 우리는 하루 휴가를 얻었다.
이윽고 우리는 식사가 오든 종만 울리든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침을 많이 흘렸다. 그냥, 이반 파블로프가 유리관에 개 침이 약간 모이면 기뻐했고 아마 그 덕분에 유명해질 테니까._본문 159쪽
저자들은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지겹게 들은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재차 설명하는 대신, 파블로프의 개가 지극히 고상한 말투로 주인 파블로프와 실험을 회고하는 글을 실어 핵심 내용을 신선하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그 밖에도 어수선과 안절부절이라는 가상의 두 남녀 교수가 지능지수의 정체, 낮잠의 효용성, 점심 메뉴와 자유의지에 대해 서로 젠체하며 나누는 대화, 뇌 연구의 대가 알로이츠 알츠하이머를 모셔 놓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가상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핵심적인 내용들을 지루하지 않게 요리하고 과학적으로 가지고 논다.
뇌는 도대체 무엇일까. 천재든 바보든 이마 뒤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치즈 같은 회백색 덩어리일까,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머릿속 우주일까. 두 저자의 유쾌한 안내에 따라 일단 가장 구미가 당기는 꼭지부터 출발하자. 책을 덮을 때쯤 뇌가 치즈처럼 친근하면서도 우주처럼 경이롭게 느껴지고 몇 번이나 더 뇌를 여행하고 싶어질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