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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303146283i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으로 인한 불안은 미 연방정부의 신속한 개입으로 일단 진정 국면으로 들어갔습니다. 일요일인 12일 밤, 미 재무부와 미 중앙은행(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암호화폐 관련 사업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뉴욕의 시그니처 은행을 추가 폐쇄하면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고객 예금을 예금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은행은 자산 1104억 달러 규모로 SVB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파산 은행이 됐습니다.
또 Fed는 단기 유동성이 모자란 은행을 대상으로 '은행 기간 펀딩 프로그램'(BTFP)을 만들었습니다. 예금 유출 등으로 인해 국채나 모기지 증권 등을 시가에 팔아야 하는 은행들이 이런 채권을 담보로 맡기면 1년간 자금을 대출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싸게 팔아서 손실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Fed는 이들 채권의 담보 가치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시가보다 비싸게 쳐주겠다는 것이죠.
이는 기본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입니다. Fed가 돈을 풀어 SVB 사태를 수습키로 하면서 월가에서는 긴축을 끝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당장 골드만삭스가 다음주 21~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은 "정부 조치가 예금 유출에 직면한 은행에 상당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예금자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면서 "은행 시스템에 누적된 스트레스에 비춰볼 때 FOMC가 22일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더 예상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5월, 6월, 7월에 각각 25bp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을 바꾸지 않고 있지만 3월 이후 긴축 경로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을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25bp 인상 예상을 동결로 바꾼 것입니다.
바클레이스도 "다가오는 FOMC 회의에서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됨에 따라 위험 관리가 정당화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을 바꿨습니다. 다만 앞으로 몇 주 안에 혼란이 가라앉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일시 중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Fed가 시장이 안정되고 지역은행에서도 계속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가정하에 기본 시나리오로 추가 금리 인상을 볼 것이라고 믿는다"라면서 "최근 사태는 추가 공격적인 인상에 대한 욕구를 누그러뜨리겠지만, 3월 점도표는 5.1% 최종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노무라의 경우 다음주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고 양적 긴축(QT)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Fed가 대책을 내놓은 뒤 뉴욕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동결 예상이 나온 직후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기록적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반영되면서 단기물 위주로 매수가 몰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년물 금리가 내린 건 금융위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주로 반영된 것이고 2년물 수익률 하락은 금리 인하 예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100bp가 넘던 수익률 곡선 역전 폭은 50bp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BMO에 따르면 이는 역사적으로 Fed의 인상 중단과 인하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역시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달러(ICE 달러 인덱스)도 0.96% 내린 103.6까지 떨어졌습니다.
JP모건은 "언뜻 보기에 Fed가 금융여건을 긴축하기 위해 애쓰는 게 SVB 관련 정책으로 인해 다소 부조리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스트레스의 징후가 더는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치다. 과거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말했던 '일이 생기면 적합한 도구를 사용하라'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Fed는 총수요 억제를 위해 긴축적 금융여건을 원하지만, 금융시스템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빠르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금융위기 전염 위험을 해결한 뒤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높이 올릴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주 회의에서 25bp 인상을 계속 예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은행들의 파산이 Fed의 긴축 경로에 의문을 제기했다'(Collapse of Silicon Valley Bank, Signature Bank Calls Fed Interest Rate Path Into Question)라는 기사에서 "은행들의 위기는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Fed를 불편한 위치에 놓을 수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Fed는 계속 긴축 행보를 이어가야 하고, 25bp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Fed는 인플레이션과 금융 안정에 대응하는 각각의 도구가 있다는 점을 시장에 확실히 보여줘야 하며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시스템에 더 고착되도록 놓아두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는 "Fed는 자신들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음주 금리를 25bp 올릴 것 같다. 다만 그것은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은행 대책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정책"이라며 "가장 높은 확률은 4~6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톰 리 설립자는 "Fed가 계속 금리를 올리면 은행의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다. Fed의 대응이 잠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가 금리를 더 높게 올려 더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기조에서 인상 중단 가능성으로 옮겨갈 수 있다"라며 "이는 초기 여진이 지나가면 올해 남은 기간 주가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금융주의 현기증 나는 붕괴도 놀랍지만, 전체 시장이 이런 금융주 대학살을 따로 분리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이라면서 세 가지 요인을 찾았습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정부 규제가 은행권 문제가 다른 산업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고 ▲어젯밤 정부 조치는 지역은행 예금주들을 안심시켰으며 ▲금리 하락은 주가 밸류에이션에 커다란 순풍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CIO는 "나는 골드만삭스의 생각(이번에 동결, 그다음에 인상 재개)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음주에 Fed가 금리를 인상학지 않거나 더 올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지금 최종금리 예상은 맞을 것이다. 금리는 정상화될 수 있지만, 내일 CPI가 다시 시장을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문제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 : Global Systemically Important Bank)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 규모의 특이한 은행의 문제처럼 보인다. 이번 일로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저절로 금융여건이 긴축될 것이므로 결국 Fed가 할 일이 줄어들 것이다. 내 생각에 지금 시점에서 50bp 인상은 불가능하며 파월 의장의 생각은 지난 며칠 동안 바뀌었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우리는 결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