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웅 토마스 신부
연중 제8주간 목요일
베드로 1서 2,2-5.9-12 마르코 10,46ㄴ-52
벌떡 일어나
작년에 1년 동안 시골에 살면서 제일 자주 보았던 사람은 동네 거지였습니다.
그는 시골의 근처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지냈는데 늘 두꺼운 옷을 입었고 배낭 하나에
온갖 살림살이를 다 담고 또 옆에 주렁주렁 달고 다녔습니다.
우리 집에는 한번도 오지 않았지만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얻어먹고 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분들, 그리고 거리의 노숙자들에게는 두꺼운 겉옷이 단순히 옷이 아니라 밤의 차가움에서
지켜주는 이불이고 또 집이기도 할 것입니다.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일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부르신다는 소리에 바르티매오는 벌떡 일어나 그동안의 자신의 삶, 목숨을
지켜주었던 겉옷을 벗어버리고 예수님 앞으로 달려갑니다.
광야의 추위와 흙먼지 바람을 막아주었던 안락한 겉옷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했다면
그는 결코 눈을 뜰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바르티매오를 부르던 소리처럼 저를 부르는 소리들 또한 시시각각으로 들려옵니다.
얼마 전에는 새벽 두 시 반에 고해성사를 달라고 벨을 누르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시간이면 잠잘 시간일 것이라고 짐작도 못하나’ 하는 생각으로 야속해하며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찾고 기다리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방에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자그마한 안락함의 겉옷을 과감하게 벗어버리고 벌떡 일어나지 못한다면
결코 그분을 따라나설 수는 없겠지요.
춘천교구 김귀웅 토마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