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데는 베들레헴에 사는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13 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14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15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16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내어,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17 그리하여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18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
(마태오복음 2,13-18)
- 매일미사 2022.12.28(수) http://info.catholic.or.kr/missa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헤로데는 권력을 유지하려고 자신의 정적들을 살해하는 잔인한 임금이었다. 그는 예수님의 탄생 무렵 왕권에 위협을 느껴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두 죽여 버렸다. 이때 억울하게 죽은 아기들의 희생을 교회는 오래전부터 순교로 이해하고 기억해 오다가 중세 이후에는 성대한 축일로 지내고 있다. 이들이 아기 예수님을 위하여 죄 없는 가운데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묵상]
마태오 복음사가는 동방 박사들의 아기 예수님 방문 사건(2,1-12 참조)에 이어서 예수님 가족의 피신과 사내아이들의 학살 사건을 보도합니다. 이 두 사건은 모두 헤로데의 적개심과 화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오늘 복음이 전하는 사건의 원인은 앞선 본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 2장이 전하는 예수님 이야기는 탈출기 1─2장이 전하는 모세의 어린 시절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 사내아이를 죽이라는 파라오의 명령으로 모세도 죽을 위험에 놓였지만, 그는 파라오의 딸에게 입양되어 죽음을 면하고, 뒤에 이스라엘의 탈출을 돕는 인도자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모세의 경우와 조금 다릅니다. 헤로데 임금의 악의와 적개심 때문에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는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아기 예수님께서는 목숨을 해치려는 적대자를 피하여 죽음을 모면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죽기 위하여, 곧 피를 흘려 ‘많은 이’를 구원하시려고 살게 되신 것입니다(1,21; 26,26 참조).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죽음으로, 죄 없이도 죽어야 하셨던 예수님의 운명에 동참하였고,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죽음으로 그들의 운명을 함께 나누셨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님 이야기에서 하느님 약속이 완성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 약속은 모세의 탄생과 구출에 관한 이야기로 예고되었습니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 2장은 예수님을 약속된 메시아이자 새로운 모세로 소개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통하여 고난과 희망의 이스라엘 역사를 돌아보고, 예수님께서 맞으실 고난과 영광의 사건을 바라보도록 초대합니다. 하느님의 구원 역사는 예수님을 통하여 완성되었지만, 그 역사는 지금 우리를 통하여 지속되고 있습니다.
- 정진만 안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매일미사(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2.12.28 오늘의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