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낮은 준령의 품안에서 동해의 바다와 어울려 전국의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화진포는 오늘도 너울너울 도시민들을 손짓한다. 그 어느 관광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남북 정치가들의 흥망성쇠가 한곳에 서린 곳이다. 김일성 별장을 올해는 예전 영주의 성으로 다시 건축을 하고 화진포의 성으로 명패를 바꿔 달았다. 그리고 이승만 별장 그리고 유취만년의 이기붕 역사관 역시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또 하나의 명물이 이곳에 탄생하였다.
-화진포 해양박물관!
금상첨화 격으로 푸른 바다와 잔잔한 화진포 호수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는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각종 패류들과 다양한 수중 생물 그리고 신나고 환상적인 물 속 여행의 초대등의 볼거리를 듬뿍 지니고 있다.
인근 학교에 근무해 개장 때 가장 먼저 관람을 했지만, 오늘 귀인이 찾아와 다시한번 꼼꼼히 살펴보니 더욱 그 진가를 음미할 수가 있었다. 동해안 최초이며 최대 규모의 해양박물관으로 탄생하여 단 한번도 불평불만 없었다니 그 얼마나 코엑스에서 기획에 정성을 쏟았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지 않는가!
패류 전시관에 희귀한 각종 조개류, 갑각류, 산호류, 화석류, 박제 등 1500여 종 4만여 점이 전시되고 있어 있다. 아름답다. 해저의 축소판으로 장관이었다. 그러나 한 때 그림을 전공한 내겐 무엇보다도 열대어들에 도취되고 말았다. 수억 만리의 남태평양 적도의 해저에서나 서식할 열대어들이 눈앞에서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유유히 헤엄을 친다는 게 너무 신기하였다.
이곳에 있는 어류는 125종의 2400여 마리가 서식환경에 맞게 전시되어 있다. 동해안의 어류로 사육이 어렵다는 이 지방 특산물 명태를 비롯해 연어, 혹돔, 대왕문어들이 여기저기 웅크리고 관광객들에 손짓하고 있었다.
내게 감탄의 대상은 어류 중에서도 열대어였다.
룩 다운처럼 생김새가 유별난 고기보다 특히 열대어의 자연 색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개장하기 전 분명 유명 디자이너가 다녀간 느낌이었다. 노니는 고기 몸체에 유화로 디자인을 한 화가는 누구일까?
최근 어느 티브이 프로에서 보면 색종이를 접어서 날린다. 어느 화가들이 접어날린 색종이들이 물에 닿으며 생명을 얻어 고기가 된 것이 아닐까? 노오란 색 몸체에 세로 줄무늬를 한 고기, 몸통 절반은 자줏빛이고 꼬리부분은 흰색이며 청색 고기 몸통에 까아만 선으로 디자인한 그림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아니 어떤 고기는 고동색 가슴지느러미를 경계로 흰색 선을 넣었는데 린시드유를 일부러 적게 쓴 개성있는 화가의 붓 자국이 선명하였다.
바다의 꽃 산호가 만발한 가운데 펼쳐지는 물고기들의 향연은 하나하나가 작품이었다. 말로만 듣던 해마가 물음표처럼 붙어있고, 실뱀처럼 생긴 전기 뱀장어, 그리고 세워놓은 나뭇잎 같은 처음 보는 고기들이 수직으로 모여 움직이는 게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그 곳을 거쳐 해양의 자태가 한눈에 펼쳐진 가운데 찾아간 입체 영상관은 내가 바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 신비의 바닷속 진풍경과 대진, 거진항 어부들의 고기잡이 모습과 돌고래 여행등 20여편의 영화가 계속 상영되고 있었다. 아이멕스 영화관이었다. 입체 안경을 착용한 관람객들은 저마다 달려드는 돌고래의 입속으로 빨려들지 않으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피한다. 평소 쌓여있는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모두 공중분해 되는 기분이었다.
박물관의 가장 백미는 무엇일까?
마지막 코너에 준비되어 있었다. 머리 위로 펼져지는 수중 세계 해저터널이 입장객을 완전 압도하였다. 180도로 머리 위를 휘감는 해저터널 속을 거니는 감동! 정말 화진포 아쿠아리움 관광의 하이라이트임을 다시한번 증명이라도 해 보이는 멋진 해저터널-.코엑스의 진면목인가 모두가 압도되고 말았다. 하늘을 가리는 드넓은 가오리가 머리 위에서 하얀 배와 주둥이를 보이며 너울너울 지나간다. 뉴스로나 보던 칠갑 상어 서너 마리가 위용을 자랑하고 배불뚝이 같은 열대어들도 둔하게 정수리 위를 헤엄쳐 간다.
어른 5천 원, 단체 4천 원이지만 관람한 가치는 그의 수십 백배가 넘으리라. 해양 관람의 과정이 조금 짧다는 느낌은 들지만, 마음속에는 어느새 진주처럼 평생 소중한 추억들이 갈무리될 것이다.
어린이 날 치고는 훌훌 겉옷을 벗고 싶지 않은 이곳 동해안의 날씨였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기상예보에 아첨이라도 할 양으로 낮게 흐려 비를 준비하고 있었다. 철썩이는 동해바다 위에 금빛모래 역시 투영되지 못하지만, 호수는 몇 마리 갈매기들을 불러놓고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과연 인간의 사육은 어디까지가 그 한계일까? 동식물 모두를 손아귀에 넣고 마구 휘둘러 대도 된단 말인가? 수족관 안에서 멸치를 좋아하는 나뭇잎같은 물고기들을 고향으로 귀환해주고 싶은 생각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사육을 배제한 채 야생의 선두에서 성질 급하기고 유명한 명태들까지 길들여 제 집처럼 유유히 헤엄치며 손짓하고 있지 않던가! 적도 해류 아래의 해저를 그대로 파온 것만 같은 이곳 해양박물관-. 그래서 오늘도 수학여행 버스들이 해당화 핀 길목에 꼬리에 꼬리를 물도 장사진을 이룬다. 차도 사람도 모두 영혼을 잠재우며 또 그들의 기다림은 계속될 것이다.(끝) 원고지 11.5매
첫댓글 내고향 화진포에서 가까운 거진입니다 늘 사랑으로 진부령에 가까이 있어주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건필을...
안녕하세요??장미꽃이 만발 합니다.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