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돌모루
아직도 끝나지 않은 탐욕과 분쟁
섬돌모루 개요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에 조그마한 섬이 있다. 석모도 선착장에서 보면 바로 닿을 듯이 보이는 섬으로 풍광도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섬을 갈수 있는 정기적인 배편이 없기 때문에 외부인은 좀처럼 들어갈 수 없다. 그렇다고 무인도도 아니다. 그곳이 섬돌모루다. 현재는 관리인 1명만이 외로이 섬을 지키고 있다. 언뜻 보면 일반인에게는 신비의 섬으로 보이겠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탐욕으로 얼룩진 서글픈 곳이다.
1992년 전두환 정권 시절, 환상의 휴양관광지로 개발을 시도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준공계획이 없는 무허가 공사라는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어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섬을 관리하는 이계용님이 혼자 거주했는데, 얼마 전부터 친구 한 분이 오셔서 함께 지내고 계신다. 이 섬에 들어가려면 이계용님의 나룻배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는데 인공호수로 조성된 낚시터, 숙박시설과 휴게시설 및 레스토랑의 자취는 환상의 휴양지를 계획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섬의 특이한 점은 섬을 둘러싼 축대인데 돌로 쌓은 이 축대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25년 전에 70억을 들여서 만든 것이란다.
섬돌모루에 들어가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축구장 넓이의 넓은 잔디밭이다. 골대는 녹이 슬어 방치된 지 오래고, 하염없이 잡초만 우거져 있다. 좀 더 깊이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수천 평 크기의 인공호수가 있다. 그냥 인공호수 정도가 아니라 낚시를 위해 중간중간에 나무테크까지 만들어져 있다. 좀 더 들어가면 이제는 인공폭포까지 보인다. 역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흉물스럽다.
그리고 그 밑에는 야외 수영장의 흔적까지 보인다. 알려지기로는 야외수영장 바닥은 대리석으로 꾸며 놓았는데 원상복구 결정으로 인해 현재는 수영장이 흙 속에 묻혀 있다. 그야말로 호화로운 시설들이다. 섬의 정중앙에 들어서면 3층짜리의 아담한 콘도형 숙소 2채가 있다. 그 중 한 채는 짓다가 중단되어 철골구조만 남아 있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언제 이런 시설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왜 이렇게 방치되어 있을까?
80년대 중반 한 사업가가 섬돌모루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이상까지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모은 수백억을 들여 섬돌모루에 전체적인 리조트개발 공사를 시작했다. 넓은 잔디밭, 인공 호수, 야외 수영장, 초호화판의 콘도.... 하지만 공사는 중단되었다.
섬 개발을 하면서 법적허가를 받지 않은 채, 권력의 힘을 빌려 암묵적으로 공사를 한 것이 문제였다. 권력을 등에 업고 무단 개발을 시작했고, 투자자들에게는 이 건물을 포함한 일대를 회원제 콘도와 위락, 휴양시설로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개발은 멈췄다. 권력을 배경 삼던 이는 법적인 조치를 당하게 되고, 만들다 만 건물이나 땅이 모두 투자자들의 지분에 얽혀 있어서 지금까지도 서로 고소하고 고소당하는 소송 중이라고 한다. 그 당시 꿈꾸던 섬의 조감도가 움막 안의 벽에 걸려 있다.
이대로라면 정말 대단한 리조트단지가 되었을 것 같은데.... 유람선도 자체보유하고 있었다. 지금은 운행이 되지 않는 배지만, 그 당시로는 초호화 유람선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법적절차가 문제가 되어 원상복구 결정이 나고 공사는 중단되었다. 다 만들어 가던 시설들이 중단되고 방치되기에 이르러 마침내 섬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된 지 벌써 어언 30여 년이 흘렀다. 이제 다시 공사를 재개하려고 해도 당시의 소유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결의 실마리도 찾기 힘들다고 한다. 결국 수백억의 돈이 사라졌고, 5만여 평의 아름다운 섬은 흉물의 섬으로 바뀌어 버렸다. 섬돌모루는 그런 섬이다.
섬돌모루에 어김없이 때를 알리면서 피어있는 진달래 사이로 고라니 똥과 산토끼 똥이 보였다. 갯벌에는 나문재와 갯질경이가 올라오고 있었고, 바닷가에는 쇠딱따구리와 박새와 검은머리물떼새가 있었다. 건물 앞의 노송 군락도 경이로웠다. 이 섬에 대한 미래의 구상으로 휴양지와 실버타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으나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섬돌모루 - 아직도 끝나지 않은 탐욕과 분쟁 (한국의 섬 - 인천광역시·경기도, 2021. 06. 15., 이재언)
섬돌모루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