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 플러스 전환’ 발목 잡는 해외시장 여건
WTO·IMF,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수정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확전 땐 더 부정적
(부산=연합뉴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경상수지가 넉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 달러(약 6조4839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
정부와 민간이 수출 플러스 전환을 위해 애쓰고 있는 가운데, 해외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WTO가 6개월 전인 지난 4월 제시한 전망치인 1.7%와 비교할 때 절반 가까이 낮은 수치다.
WTO는 “올해 세계 무역의 둔화 현상이 철강과 사무·통신 장비, 섬유·의류 등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예상보다 중국 경기가 급격히 둔화했고 인플레이션으로 장기간 높은 금리가 유지된 상황이 부정적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동차 분야는 여러 상품군 가운데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무역 성장이 눈에 띄는 품목이었다고 WTO는 부연했다.
WTO는 “지금은 무역 성장·위험 요인이 균형을 이루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하면 무역 성장률 전망은 다시 높아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WTO는 내년 상품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올해 4월 발표 당시 전망치인 3.2%보다 소폭 높인 것이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WTO 보도자료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팔 전쟁) 발발 이전인 10월 5일 발표된 것이어서 이 전쟁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WTO는 향후 글로벌 무역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혔던 세계 경제의 블록화와 분열 징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WTO는 “내년 무역 성장률 전망을 악화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탈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한 가지 무역 분열 징후는 세계 무역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3년 평균 51.0%에서 올해 상반기에 48.5%로 하락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WTO는 “이런 비율 감소는 지정학적 긴장 때문인지 전반적인 경기 둔화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침공, 지정학적 균열 확대 등으로 추진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새로운 불확실성에 추가로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IMF는 10월 10일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3%에서 2024년 2.9%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내년 전망치는 7월 전망치 3%에서 0.1%p 낮아졌다.
이러한 전망치 둔화는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에서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으며, 특히 이팔 전쟁이 유가에 미칠 여파가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 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일련의 이전 충격은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 경제 생산량을 이미 약 3조7000억 달러(4989조4500억 원) 감소시켰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연례 회의에서 “세계 경제는 달리지 못하고 절뚝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세계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도 “IMF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지난 며칠간 유가가 약 4% 올랐는데, 이는 이 지역 석유 생산이나 운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린차스는 “전쟁이 계속돼 유가가 10% 오르면 세계 경제성장은 0.15%p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p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은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정말 이르다”고 강조했다.
IMF는 또 세계 각국이 국제 무역과 경제성장을 제한할 수 있는 지정학적 블록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러시아에 전례 없는 제재를 가했고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IMF는 지난해 무역과 관련해 3000건 가까운 신규 규제들이 가해져 2019년 1000건 미만에서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무역 규모 증가율은 올해 0.9%, 2024년 3.5%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2000~2019년 연평균 4.9%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