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305〉
■ 오랑캐꽃 (박태일, 1954~)
오랑캐꽃이라 해서
오랑캐를 닮았나 했더니
제비초리 한들한들
이쁘기만 한 꽃망울
오랑캐 나라 우리나라
분별 있던 옛적에 붙여진 이름
아비가 자식 얼굴에 거적때기를 덮고
나라가 그 딸들을 팔아 올릴 때 붙여진
오랑캐꽃 질린 자줏빛
제 나라 사람들이 온통 오랑캐로 보이던 어버이들이
애둘러 붙인 이름
부끄럽고도 슬픈.
- 1995년 시집 <약쑥 개쑥> (문학과 지성사)
*봄이 한창인 4월 초순의 요즘, 주변의 산들은 연녹색으로 덮여가고 있습니다. 마당 주변에는 히야신스와 수선화, 튤립같은 화려한 꽃들뿐 아니라 제비꽃과 민들레 같은 소박한 풀꽃들도 이곳저곳에 살며시 피어나 있더군요.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제비꽃, 곧 오랑캐꽃은 요즘 같은 봄날 대도시의 아파트 정원이나 보도블럭 옆 둔덕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봄꽃이라 하겠습니다.
이 詩에서는 작고 예쁜 자줏빛 제비꽃이, 어째서 오랑캐꽃이라는 험악한(?) 명칭으로 불리는지 그 유래를 우리 역사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은 오랑캐들에게 자주 침략을 받아 굶주리고 고통받으며 살던 옛날의 슬프고 부끄럽던 역사에서 기인되었음을, 간결한 필체로 솔직하고 담백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차제에 오랑캐꽃의 명칭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먼저, 오랑캐의 뒷머리를 닮아서 그렇다고 하는 것이 있더군요. 또 하나는 이 詩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꽃이 필 무렵 북쪽 오랑캐들이 양식이 떨어져 강을 건너와 우리나라에서 약탈을 해갔는 데, 공교롭게도 그때에 피는 꽃이라 하여 오랑캐꽃이라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오랑캐꽃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고 있는 건 우리가 오랜 기간 전쟁 없이 풍요로운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