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클림트를 해부하다
르네상스 시대에 ‘다빈치 코드’가 있었다면, 19세기 말 빈에는 ‘클림트 코드’가 있었다. 클림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에 영향을 받아, 평생 ‘인간의 생로병사’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주커칸들 교수와의 교류로 쌓은 높은 생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그림에 정자와 난자, 착상, 임신, 세포분열을 상징하는 요소를 빼곡히 새겨 넣었다. 의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키스〉에서 시작해 〈죽음과 삶〉에 이르는 클림트의 모든 작품은 인간이 태어나 죽음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발생학과 진화론적 관점에 기반을 두어 그린 ‘연작 시리즈’인 셈이다.
이 책의 2부 역시 인간의 발생과 진화의 순서에 따라 클림트의 작품을 해부한다. 남녀가 만나 인간 발생이 시작되는 태초의 공간, 자궁을 묘사하는 〈벌거벗은 진실〉에서 시작해, 죽음 이후 생의 순환을 상징하는 〈죽음과 삶〉, 그 이후 개체의 진화를 암시하는 〈스토클레 프리즈〉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클림트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그 치밀함과 집요함 속에서 그의 인간을 향한 애정과 과학을 향한 갈망이 생생히 느껴진다.
2부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키스〉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황금빛 배경에서 키스를 나누며 황홀경을 경험하는 남녀의 모습은 앞서 말했듯 정자와 난자의 만남, 그 이후 수정과 발달의 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남성의 옷자락에는 무채색의 직사각형들이, 여성의 옷자락에는 빨간색, 보라색의 원형과 타원형의 문양들이 그려져 있다. 저자는 클림트가 세로의 직사각형을 남성의 성기로, 원형과 타원형의 문양을 난자와 세포를 상징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에 기반해, 〈키스〉가 표현하는 인간 발생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과학자들은 1670년대 정자의 존재를 발견하고 150년이 흐른 뒤에야 난자의 존재를 깨닫는다. 지금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태아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상식이지만, 당시엔 인간의 생식세포에 이미 완성된 축소인간이 존재한다는 ‘전성설’을 비롯해 다양한 가설이 존재했다. 그리고 마침내 정자와 난자가 결합함으로써 인간이 발생된다는 사실이 1900년대를 목전에 두고 증명되었으니, 이는 당대 뜨거웠던 과학적 발견을 예술로 녹여낸 클림트의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유임주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클림트를 사랑하는 해부학자다. “구조가 기능을 결정한다(Form forms function)”는 형태학의 원칙에 따라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해부학자의 눈으로 〈키스〉에 빼곡히 그려진 문양을 해석한 저자의 연구는 세계 3대 의학저널인 《JAMA》에 소개되었고,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전 세계 석학들의 찬사를 받았다.(펌)
<클림트를 해부하다> 유임주. 한겨레출판. 2024
첫댓글 어제 머리를 다듬으러 미용실에 들렀다가, 한 쪽 벽면을 장식한 크림트의 <키스>를 만났다.
생각도 못한 장소에서 만난 크림트. 그와 관련된 흥미있는 책이 있어 읽어 보고 싶다.
오래 전 제주도 여행 중
'구스타프 크림트'의 작품 전시회가 있어 관람했고, 피카소 만큼이나 앞서가는(피카소 보다 먼저 태어남) 파격적인 화가라 그의 작품 '키스'를
퍼즐 2000천 피스를 맞춰 벽에 걸었지요.
피카소가 똘끼 있는 화가라면
크림트는 품위있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