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칼럼-CEO 힐링포엠 (23) 쾌활한 사람의 심리
쾌활한 사람은 감정의 기여자
(입력: 월간현대경영 2023년 7월호)
*인싸(insider):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행사·모임에 적극적으로 나대는 사람을 말함.
쾌활한 모습의 그대는 감정의 기여자 혹은 감정의 조력자
다해(가명)는 모두가 인정하는 ‘인싸’ 즉 조직이나 또래 집단에 잘 어울리고 유행에서 앞서간다는 ‘인사이더Insider’이다. 파티나 모임의 주최자가 누구든 다해만 있으면 분위기가 어떨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인지 모임이나 파티를 빼고 그녀의 삶을 얘기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똑똑하다, 활발하다, 열정적이다. 유머러스하다’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니 어찌 피곤하지 않겠는가. ‘자기감정selfemotion’의 필요는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적 에너지원이 되기를 선택한 셈이다. 이것이 바로 다해가 ‘인싸’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인 동시에 그녀가 외움을 느끼고 극심한 ‘심신의 피로mental fatigue’를 느꼈던 이유이기도 하다.
타자의 감정feeling of others에 민감한 사람
모든 사람이 다해처럼 인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에 민감한 사람들의 심리구조가 있다. 첫째, 공감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책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를 볼 때 그들은 너무 쉽게 몰입해서 작품 속 인물의 운명에 따라 감정이 요동치곤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기꺼이 마음을 터놓는다. 둘째, 디테일을 관찰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들조차도 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디테일을 항상 예민하게 포착하고, 자기도 모르게 분석하고 그것도 모자라 생산적인 피드백까지 하려는지 잘 모른다. 셋째, 습관적으로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느낄 뿐만 아니라 그 감정을 이해할 줄도 알기 때문에 종종 다른 사람의 감정을 돌보기 위해 자신을 낮추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의 감정적 민감함은 유전적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영향을 받아 후천적으로 감정에 민감해진 경우도 있다. 불안함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변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했다. 그래야 자신이 상처받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민감함은 자기를 보호하는 하나의 방어기제가 된 셈이다. 직장이 상사와 동료사이에도 똑 같은 일이 벌어진다.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이제 와서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번 인지부조화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다. 인간은 어느새 문명의 달콤함에 빠져들고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에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뜻밖의 능력이 있다. 이왕 태어난 김에 열심히 살아갑시다.
마음 싶은 두려움fear의 잘못된 인식 바로잡기
다해를 사람들 속으로 몰아넣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마음 깊은 곳에 뿌리 박힌 ‘두려움’이었다. 우리는 두려움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타협하고 양보하며, 다른 사람이 감정에 과도하게 휘말리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억지로 밀어붙인다. 자아를 변화시키는 것은 길고 어려운 과정이지만인식을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고 간단하다. 다해가 깨닫지 못한 사실은 스스로 “다른 사람의 감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은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사람이 감정을 책임질 필요도 없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느끼는 실망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받아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실망하게 만들어도 괜찮다는 ‘여유로운 마음relaxed mind’만 있으면 굳이 관계 안에서 인싸가 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이 감정 변화에 크게 휘둘리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언제나 진실보다 편견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원종섭 박사
“치유의 인문학’ 강사/ 제주대 교수/ 영미시 전공 교육학박사/ Wenatchee Valley College, Washington/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PT 한국시치료연구소 시치료 전문가/
‘치유의 인문학’, Healing Poen 대표, 문화예술평론가 한국예술비평가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