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 에크모(ECMO)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생로병사(生老病死)’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 우리 인간은 빈손(空手)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늙고 병들면 죽어서 빈손으로 저 세상으로 가므로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
필자의 지갑 속에는 두 장의 카드가 들어 있다. 즉,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2018년 8월에 등록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과 사망 후 시신을 의학연구용으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 기증하기로 1999년 1월에 등록한 <시신기증 등록증>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신의 연명의료중단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란 임종(臨終)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ECMO),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및 그밖에 담당의사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신기증(屍身寄贈)>이란 의과대학의 해부학(解剖學) 교육과 연구를 위하여 시신 전부를 대가 없이 기증하는 것으로 본인의 유언이나 유가족의 뜻에 따라 의과대학에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사망진단서(死亡診斷書)가 발급된 후 의과대학으로 연락을 한 후 장례절차를 밟으며, 시신인도는 발인하는 날에 하며 의과대학은 인도 받은 시신을 방부(防腐)처리한다. 해부학 교육과 연구는 교수의 지도 아래 의대 학생과 대학원생에 의해서만 시행된다. 해부학 교육과 연구가 끝나면 화장을 한 후 분골(粉骨)은 가족에게 인도한다.
지난 4월 27일 향년 90세로 선종(善終)한 정진석 니콜라오(Nicolaus) 추기경(樞機卿)은 장기기증(臟器寄贈) 의사에 따라 안구(眼球) 적출 수술을 받고 각막(角膜)을 기증했다. 정 추기경은 평소 생명운동을 이끌었으며, 마지막 가는 길에도 모든 것을 나누고 가면서 “늘 행복하세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5일장으로 거행된 장례 마지막 날인 5월 1일 오전에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장례미사가 거행되었으며, 고인의 시신은 김수환 추기경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성직자 묘역에 안장되었다.
우리 집 둘째 딸(가천대 교수)의 시어머니가 최근 ‘대동맥판막 협착증(aortic stenosis)’ 치료를 위하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을 받았다. 대동맥판막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하는 판막(瓣膜)으로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뿜어낸 혈액이 다시 좌심실 안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밸브 역할을 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란 나이가 들면서 판막이 굳어지고 석회가 쌓여 좁아진 상태로, 질환의 정도가 심한 경우 혈액을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원활하게 내보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이란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부 동맥을 통해 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환자의 나이가 고령(77세)인 관계로 흉부외과(胸部外科)팀에서 가슴을 열고 판막을 삽입하는 수술(手術) 대신에 심장내과(心臟內科)팀에서 대퇴부 동맥을 통해 판막을 삽입하는 시술(施術)을 받았다.
4월 29일에 시술을 받고 5월 1일에 퇴원했다. 퇴원하는 날 우리 부부는 안사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의 아내와는 나이가 같아 거리가 먼 친사돈이 아닌 가깝게 지냈으며, 매주 주말이면 ‘맛집’을 찾아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으며, 또한 국내외 여행도 함께 했다. 같은 아파트 21층에는 우리 가족이 거주하며, 둘째 딸은 5층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안사돈은 주말을 잘 보내고 5월 4일 오전에 어지럼증과 구토가 심해서 119에 연락하여 구조팀이 도착하여 15분 거리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갔으나, 응급실 도착 전에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여서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시도했으나 효과가 없어 에크모(ECMO) 시술을 했다. 사위의 형제가 지방에 있기에 병원에 도착할 때 까지 환자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외생명유지술(에크모)을 택했다. 가족들이 임종을 지켜본 후 5월 6일 에크모 장치를 제거하고 숨을 거두어 5월 8일에 장례식발인을 했다. 에크모 3일간 이용료 총 24,557,000원 중 본인부담으로 2,623,000원을 지불했다.
에크모(extracorporeal membrance oxygenation, ECMO)는 심장과 폐가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위중한 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다. 즉, 원활한 혈액 공급을 위해 흉부 밖의 혈관을 통해 혈액의 출구와 입구를 확보하고, 이후 인공 폐와 혈액 펌프로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 체내에 넣어주는 것이다. 에크모는 기관 삽관을 통한 인공호흡기만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급성심근경색으로 ECMO 치료를 받았으며, 6년간 병상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에 별세했다.
<사진> (1)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과 시신기증 등록증, (2)ECMO 장치. 글/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9 Ma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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