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이덕숙)
저는 충청도 산골에 삽니다. 5월 느티나무 찻집회의를 해야 할 때는 밭에 있는 잡초를 2배의 속도로 집어 뜯다시피 합니다. 호미를 팽개치고는 역으로 달려가지요. 오호라. 의정부를 가려면 5시간이 걸리니 시간계산을 잘 해야 합니다. 사실 도착해서 교사들과 나누는 회의 이야기는 늘 정해져 있지요. 메뉴를 고르고 음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준비는 모두 ‘별밭’ 어머님들이 해주시리라 은근히 기대하면서 마음껏 웃고 떠듭니다. 속은 바짝바짝 타지 않냐고요? 아니요. 이번 찻집은 참으로 신이 났습니다. 일전에는 찻집을 준비하면서 약간 우울하기도 했거든요. 참여하는 교사는 많았지만 실제로 장을 보거나 작은 물건을 사려 해도 눈치를 보며 시장을 갔죠. 그런데 이번에는 살림솜씨가 ‘짱’인 어머님들이 확실히 저의 ‘감없음’을 채워주셨어요. ‘감없음’이란 무엇이냐면 물건을 너무나 많이 사들였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수박이 세 통이면 족한데 시장에 나가면 일곱 통을 사는 그런 식이지요. 작년에도 그랬죠. 물리도록 토마토 주스를 갈아서 공부방에 오시는 모든 손님께 드렸었죠.
공부방에서 멀리 떨어져 사니 의정부 소식에 둔한 때에, 그 곳에 계시는 분들이 서로 의논하고 격려하고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
하루찻집은 하루만 여는게 아니어요.hwp
해집니다. 일일찻집은 공부방의 살림을 위해서 하는 일이지만 이 행사를 통해 지내고 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 솜씨도 얼추 알게 됩니다. ‘별밭’ 이화자 어머님은 전에 음식점을 해서 짧은 시간에 음식 만들어 대접하는 일을 잘 헤아려주셨지요. 김정례 어머님이 냉장고 음식을 깔끔히 정리해주셔서 그 많은 손님들이 시원한 음료를 드실 수 있었지요. 제일 기뻤던 일은 무엇보다도 맛나고 양 많은 ‘정성 비빔밥’을 찾아온 분들께 대접할 수 있었던 일이지 싶어요. 저는 서천산 고사리를 전해드렸고요. 고추장은 김남섭 군이 미리 만들어 숙성시켜 청주에서 버스를 타고 전해졌고요. 시금치와 무생채, 김치는 ‘별밭’ 어머님들 손맛이고요. 부엌이 좁아서 서빙하고 음식 만들 때 고생스러웠어도 맛은 좋아서 빈 그릇으로 돌아왔습니다.
음식 말고도 옷과 책, 기증 받은 물건으로 바자회도 무사히 마쳤지요. 작년처럼 아이들이 만든 수공예품도 선보이고요. 서울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공부방을 후원해 주는 ‘한국의학연구소’ 회장님과 직원 분들이 오셨지요. 밤 10시가 넘도록 음식 서빙고 청소를 도와준 ‘따뜻한 세상 만들기’ 회원 분들도 고마운 손길이지요.
일일찻집은 딱 하루만 여는 날이 아니었어요. 의정부 1동 작은 이 골목에 모처럼 와글와글 사람들이 몰려 와 재미난 풍경을 보여주지 않았나요? 공부방이 의정부 1동에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웃들이 곱게 저희를 바라봐 주셔서이지 싶습니다.
저는 다시 시골로 돌아와 멀리서 공부방을 생각합니다. 내년 공부방 일일찻집은 어찌 재미나게 준비할까 하고요. 여러분 내년에도 공부방 사람들을 보러 꼭 오실 거죠?
첫댓글 중간에 있는 한글 파일을 내려 받으시와요
짱뚱쌤 감도 나름 의미가 큽니다! ^^
정말 재미있게 준비할수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