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놀이터에도 ‘안전수칙’이나 안전인증 같은 것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표기돼 있거나 알루미늄 판으로 만들어 시간이 지난 후 벗겨진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필자가 속한 건축 사무실에서는 어린이 놀이풍경을 설계할 때 정성을 담아 안내판을 디자인하고 세우려 노력한다. 서울시 교육청의 ‘꿈을 담은 놀이터’ 중 배봉초에 설계한 놀이풍경은 그 이름을 학교 교육 지향점에서 나타난 ‘키움’이라는 단어를 붙여 ‘놀이키움터’라 짓게 되었다. 그 의미와 함께 정확하고 간결한 안전 수칙을 기재하였고, ‘참여 구상 워크숍’으로 함께 한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다. 참여 학생들의 이름이 쓰여있는 것을 보며 학생들은 더욱 애착과 자주성을 갖게 될 것이다.
EUS+Architects가 설계한 전주시립도서관 내 ‘우주로1216’의 책장 겸 명판, 과정의 타임테이블.
실내 공간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만드는 손길과 노력이 덜하지 않다. 2019년 말에 완성한 트윈세대(12-16세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 전용공간인 ‘우주로 1216’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만나는 특별한 책장이 있다. 이 책장은 전주 시내 가로 지도의 모습을 단순화하여 디자인한 것으로 중심이 되는 세로와 가로 축에 각각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 기획 단계부터 공사 완성까지의 순간이 타임테이블로 쓰여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설계한 건축가, 공사 책임자, 전기 공사, 마감 공사 등 시공 각 단계에 참여한 손길들뿐만 아니라, 기획, 리서치, 마케팅, 자금, 공무 등의 지원을 한 모든 주체들을 회사나 대표자 이름만이 아닌 한 명 한 명 실명으로 적었다. 또한 이런 전문가들과 같이 참여 워크숍을 한 트윈세대 각각의 이름도 영원히 남게 되었다.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가 전하는 공간의 의미도 글로 표현되어 새겨졌다.
이러한 정확한 이름의 표현과 과정의 기록을 통해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음을 전달하고, 모든 참여 주체와 순간이 다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음세대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이 장소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모든 공간들을 정성스럽게 만든 만큼 그 공간의 기록과 메시지가 새겨지는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
이 공원 내 벤치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가족이 그를 기억하며 기증한 것이다. 등받이 작은 금속 명판에 간략하게 적혀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