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방
붉은 방. 온통 붉기만 한 방 안에 여자들의 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온다. 침대도 붉은 색. 커튼도 붉은 색. 방에 깔린 카페트도 붉은 색. 화장대도 붉은 색. 어느 것 하나 붉지 않은 것이 없다. 단지 그 방에서 붉지 않은 것이라고는, 그 방의 주인 이 외의 여자 밖에 없는 듯 하다.
"야, 뭘 그렇게 쳐다보냐?"
붉은 드레스. 이 붉은 방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다. 그 여자는 머리를 고급스런 붉은색 핀으로 올려묶은 채 붉은 귀고리와 붉은 팔찌를 차고 붉은 화장대에서 얼굴을 정돈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를 보는 다른 여자. 그녀는 이 붉은 방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초록 빛의 옷을 입고 붉게 치장하고 있는 여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너도 참 병이다. 왜 이런 섬뜩한 색으로 방을 도배해놨냐?"
초록 빛의 그녀는 이 붉은 방이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붉은 방의 주인은 전혀 상관없는 듯한 눈길로 여전히 화장대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서슬퍼런 눈빛으로 이 아름다운 붉은 빛을 섬뜩하다고 표현하는 초록 빛의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방 안을 둘러보느라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뭐 어때. 이쁘지 않아? 이 붉은 빛이. 왠지 반짝 반짝 빛나는 것 같잖아."
어느 새 그녀는 노려보는 것을 멈추고 다시 얼굴을 치장하고 있었다. 마지막의 단계인 듯 그녀는 입술에 붉은 색의 립스틱을 칠하고 있었다. 붉은 빛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황홀해보였고, 그녀의 표정을 쳐다볼 수 있는 유일한 초록 빛의 그녀는 그녀의 표정에 깜짝 놀라 움찔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그래? 그렇구나.....뭐, 붉은 색이 매혹적이고 섹시한 색이긴 해."
그리고 초록 빛의 그녀는 어느 샌가 붉은 빛의 그녀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이 붉은 방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녀의 발악이었을 지도 모른다. 이미 치장을 마친 붉은 빛의 그녀는 돌아서 앉아 초록 빛의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내가 왜 친구가 너 밖에 없는지 알아?"
은근히 웃으며 질문을 던지는 붉은 빛의 그녀는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고, 초록 빛의 그녀는 섬뜩한 기운이 방 안에서 사라지자 안심을 한 듯 같이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 음- 니가 너무 예뻐서?"
키득키득 웃으며 대답하는 초록 빛의 그녀는, 왠지 이 방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단 하나, 어울리지 않는 것. 붉은 빛의 그녀는 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붉은 빛의 그녀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 그거 말고. 다른거."
초록 빛의 그녀는 대답이 틀렸다는 말에 잠시 고민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붉은 빛의 그녀가 잠시 틈을 보이면 이 방을 나가기로 결심했다. 아까부터 왠지 기분이 안 좋았다. 몸이 아픈 듯 하기도 하고, 왠지 이 방에 있으면 기운을 빼앗기는 것 같았다.
"그....글쎄? 그건 그렇고 얘, 나 몸이 좀 안 좋은 거 같은데, 가야겠어."
초록 빛의 그녀는 붉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의자에서 왠 얼룩을 밝견했다. 붉은 의자와는 다른 베이지 색의 얼룩. 아주 작은 얼룩이었지만 가까이 있던 그녀만이 알 수 있는 얼룩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붉은 빛의 그녀에게 이 의자의 얼룩에 대해 물었다. 몸이 안 좋아서 나가야겠다는 말을 던진 뒤, 채 10초가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초록 빛의 그녀는 호기심이 너무 강했고, 그녀의 호기심은 그녀를 망칠지도 모르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왠 얼룩이 있니? 이 얼룩, 왠지 베이지 색깔이야. 마요네즈 소스라도 묻은거야? 완벽한 붉은 색 매니아인 니가 왠일이니? 이런 얼룩을 남겨두고."
붉은 빛의 그녀는 그 의자의 얼룩을 바라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그러게'라고 대답했고, 초록 빛의 그녀는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신기했다. 언제나 붉은 색만을 칠하고 다니던 그녀가, 그녀의 입장에선 아주 심각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니! 초록 빛의 그녀는, 다시 말하지만 호기심이 너무 강했다. 그 방에서 당장 나갔으면 되었을텐데.
"얘, 어디 아프니? 왠일이야? 이거 빨리 붉은 색으로 물들여야 되지 않겠어?"
초록 빛의 그녀는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은, 그래도 붉은 빛의 그녀의 유일한 친구의 행세를 해야됬기 때문에 걱정하는 척을 했고, 붉은 빛의 그녀는 어느 새 초록 빛의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런데, 너 그 드레스 아주 예쁘다?"
붉은 빛의 그녀는 초록 빛의 그녀의 드레스를 보며 칭찬하고 있었다. 그리고 초록 빛의 그녀는 붉은 빛의 그녀를 걱정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드레스를 보며 뽐내고 있었다.
"그렇지? 이 드레스가 샤넬꺼야. 이쁘지 않니? 내가 돈 좀 썼지."
"붉은 색이었으면 더욱 예뻣을 것 같은데...."
초록 빛의 그녀는 붉은 빛의 그녀의 눈을 보고 자신이 이 방을 나가려 했다는 것을 떠올리고,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도 잊고 방을 나서려 했다. 방 문 앞까지 가서야 초록 빛의 그녀는 자신의 호기심을 후회했다. 그녀는 방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이미 그녀의 다리는 붉은 빛의 그녀에게 있었기에.
"고마워, 얘. 멋진 드레스를 선물로 줘서. 아 참, 아까의 그 베이지 얼룩도 고마워. 덕분에 얼룩이 사라지게 되었어."
붉은 빛의 그녀의 새빨간 입술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너의 피, 잘 받을게."
초록 빛의 그녀는 더 이상 붉은 빛의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붉은 방에는 붉은 방의 주인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온통 섬뜩한 붉은 색으로 도배된 이 방에는, 이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붉은 방의 주인 이외에는. 당신도 조심하라. 언젠가 그녀가 가진 가구의 페인트가 될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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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거 참 내용이 애매합니다.
정말 섬짓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제 글 솜씨가 이렇게 좋지 않답니다.
이해해주세요. 흑.
뭐, 내용이해를 못 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그래도 설명하겠습니다.
붉은 방의 주인이 친구가 없는 까닭은
그래요, 친구가 생기면 족족 죽여서
그 친구의 피로 방을 칠했던거지요.
실제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굳어서 검게 변하므로.)
소설이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그 의자의 베이지 얼룩은
사실 원래 그 의자가 베이지 색
이었던겁니다.
그리고 그 샤넬 옷은 친구의 피로
붉게 변했던겁니다, 그래요.
이렇게 썰렁한 공포소설이에요...;ㅁ;..
그래도 썰렁한 공포소설에 댓글하나
던져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이거 뭐 소설보다 작가말이 더 길어지겠으니,
이만 씁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p.s. 내용이 짧아서 죄송합니다..
첫댓글 아..공포소설이군요; 붉은 방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들어왔는데 새로운 소재였던 것 같아요 ㅋ
원래는 이런 내용을 쓸려고 한게 아니었어요'ㅅ'... 그냥 단지 붉은 색을 좋아하는 여자와 그 여자의 친구가 도란도란 연애라던가 있었던 일 같은거 말하는 걸 쓰려고 했는데 이거 참 'ㅅ'... 덧글 감사합니다♥
헛; 그럼 초록빛의 여자가 죽게된후에 그 드레스도 붉게 물들여지는건가요?;; 상상하려니까 왠지 더 무서워요;;ㅠㅠ 잘읽었습니다 신기한 소설이었어요 ^^
데헷< 그런거죠'ㅅ' 그 비싼 샤넬 옷을 부러워한 붉은 빛의 여자가 피로 물들여서 지가 룰루랄라 입는거죠<<<< 읽어주신데다 덧글까지 ㅠㅠㅠ 감사합니다♥ 별빛님 싸랑해요(퍽)
아, 글 읽고 소름돋았어요 - 읽는 내내 빨리 도망가라고 중얼중얼 ㅋㅋㅋ
소름이 돋았다구요ㅠㅠㅠㅠㅠ이렇게 기쁠데가 다 있나요ㅠㅠㅠㅠ공포소설인데 쓰면 쓸 수록 왠지 이건 공포도 아니고 멜로도 아니고 코믹도 아니고 잡탕짬뽕 소설이 되어가는 느낌에 기분이 좀 묘했는데 너무 기쁩니당;ㅁ;!!! 덧글 쌩유베리감사합니다
한순간 얼음이었어요.. 이제서야 '땡'했네요.. ㅎㅎㅎ 무서워무서워무서워!!!! 잘 읽었구요, 건필하세요 ^0^
우와와와와<< 얼음 땡 하셨어요 ㅠㅠㅠㅠ? 무섭다니 이거 정말 다행입니다< 왠지 다행이 아닌거 같기도 하고 다행인거 같기도 하고, 그래요. 잘 읽어주셨다니 너무 기쁘네요'ㅅ'. 건필하겠습니닷!
붉은색이라할때부터..왠지공포일것같단느낌을받았었어요..정말소름돋는내용..ㅠ_ㅠ이런소설은접하기가드물어서..음뭐랄까...신기했어요!무튼잘읽고갑니당ㅇㅇ!
흠흠. 다음에도 한번 공포소설을 써보려고 합니다만은, 역시 저는 공포소설에 영 소질이 없어서리...물론 글쓰는 것에도 소질이 없습니다< 잘 읽어주시고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