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도로변 상가. 한 가게 앞에 승용차와 트럭 등이 줄지어 서 있다. 승용차 뒤에는 플라스틱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 입간판은 차량의 번호판을 가리고 있다. 그 앞에 주차된 승합차는 트렁크 문이 활짝 열려있다. 이날 오후 수성구 범물동 수성동아백화점 옆 도로에도 비슷한 모습의 차량이 서 있다. 트럭의 적재함 뒷문짝이 내려져 있다. 앞에 세워진 승용차의 번호판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차량 번호판을 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운전자들은 “잠깐 세워 놓는데도 단속돼 어쩔 수 없이 번호판을 가렸다”고 말했다.
종이·비닐로 덮기, 상품 쌓아 두기, 의자·입간판으로 가리기….
불법주차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이다. CCTV(폐쇄회로TV) 단속이 늘면서 번호판이 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수법 탓에 CCTV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
대구시는 고정식 CCTV 120대, 이동식 단속차량 21대, 시내버스 탑재형 CCTV 10대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고정식 30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시내버스 탑재형 CCTV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들어간 예산만 25억원. 하지만 상습 위반자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위반 행위가 잦은 곳은 재래시장·상가·음식점거리 등이다. 주차위반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고정식 CCTV를 설치해 놓았거나 CCTV를 장착한 구청의 이동식 단속 차량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다. 올 들어 단속시스템을 갖춘 시내버스가 운행되면서 위반 차량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버스기사 오시환(45)씨는 “도로변이나 인도의 불법주차 차량 가운데 10% 가량이 번호판을 가려 놓은 것”이라며 “이들 차량 때문에 배차 시간을 맞추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1월 단속을 시작한 시내버스 CCTV에 적발된 차량은 1633대였으나 2월에는 1077대로 34% 줄었다. 전체 위반차량도 2007년 46만3982대에서 지난해 35만4434대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CCTV 단속이 강화되면서 위반행위가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번호판을 가린 차량이 많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특별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5일 8개 구·군청 교통과 직원 80명으로 단속반을 만들었다. 이들은 취약지역을 순찰하며 직접 단속을 벌인다. 시는 번호판을 가린 운전자에 대해서는 자동차관리법을 적용해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 법은 고의로 번호판을 가릴 경우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위반자에게는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승용차 4만원, 승합차 5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대구시 박효갑 주차관리담당은 “대중교통의 원활한 소통과 주차 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CCTV 단속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시민 의식이 바뀔 수 있도록 연말까지 집중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