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짓는 것
무언가를 행하는 것의 으뜸 표현은 짓는 것입니다.
우린 의식주에 주로 짓는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집을 짓고, 옷을 짓고, 밥을 짓고 농사를 짓습니다.
물론 짓는 것은 물리적인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고
무형을 유형으로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창의성과 능력을 나타내 보이는 중요한 활동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도박에 도리짓고땡이 있습니다.
이때 짓는다는 표현은 화투패 3장을 합하여 10, 20이 되는 경우를 뜻하지요.
일본의 야쿠자도 짓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야쿠자는 야(8) 쿠(9) 자(3)을 뜻하고 이 세 숫자를 합하면 20이 됩니다.
망통이 되어 끗수가 0이니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사회적으로 아주 쓸모가 없는 집단을 야쿠자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 야쿠자의 유래입니다.
어릴 때부터 농사일로 허리가 휘었던 삶을 살았던 기억이 있는 저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농사나 짓지"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농사는 매우 위대한 작업이어서 짓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니까요.
농사는 인간에게 중요한 활동입니다.
농사를 통해 우린 먹거리를 얻고 자연과 교감하며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발전된 사회 환경 속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먹지 않고는 삶을 영위할 수 없으니까요.
우리네 삶도 짓는 것입니다.
업을 짓는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지요.
"삶은 짓는 것"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책임감과 주체성을 요구합니다.
우리 삶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실천할 때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