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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026년 계간 시와산문 신년 특별 대담
일시 2026년 1월 23일
장소 유현준 교수 HyunjoonYoo Partners 사무소
주최 계간 『시와산문』
대담 유현준 교수 (건축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이은숙 시인·문화 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주간)
후원 장병환 시인 (본지 발행인·㈔시와산문문학회 이사장)
협력 이정우, 영상 녹음 및 사진 촬영
손정아, 촬영 보조
유현준앤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대표 건축가)
홍익대학교(교수)
학력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수상
2023년 German Design Award 2024 Winner (Plait Villa)
2022년 The International Architecture Award Honorable Mention (Multi Terrace House)
2018년 German Design Award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 건축가는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잘 어우러질 수 있는 화목한 건축으로 관계와 사회를 바꿔 나가고 있다. 또한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하면서 방송 출연 및 유튜브 채널 〈셜록 현준〉을 통해 공간과 건축 이야기를 쉽게 전하고 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공간이 만든 공간』, 『공간의 미래』,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등 새로운 시각과 통찰이 담긴 책들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출처: 교보문고 인물정보
: 안녕하세요? 교수님, 바쁘신 가운데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많은 독자가 best book으로 손에 꼽는 대표 도서 『공간의 미래』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인문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별히 교수님께서 평소 업무도 보시고 작업하시는 교수님의 사무실 공간에서 만나 뵙게 되어 더욱 의미 깊고 감개무량합니다. 최근 굉장한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연말 연초를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먼저 계간 『시와산문』의 작가회 문인들과 『시와산문』의 독자들에게 최근 근황과 더불어 인사와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는 연말에는 우리 사무소에서 오래전에 작업을 했던 고창 <황윤석 도서관>을 완공해서 개관식 등 후속으로 진행된 여러 일들로 좀 바빴고요, 연초에는 CES에 다녀오느라 바쁘게 보냈습니다. 특별히 독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인사 말씀은, 91년도 소련 패망 이후 요즘처럼 이렇게 국제 정세가 정말 정신없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토록 크게 바뀌고 있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도 중심을 잘 잡으시면서 나름의 삶을 잘 살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교수님,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교수님께서 “건축가는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하신 말씀에 대해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화목한 건축으로 관계와 사회를 바꿔 나가고자” 하시는 교수님의 건축 철학과 관련이 깊은 표현으로 보이는데요,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특정한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공간을 창조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기도 하고, 건축 예술가로서 다양한 관계가 정립되고 결정되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교수님 말씀의 의미를 그렇게 이해해도 좋을까요?
: 잘 해석하신 것 같습니다. 더 멋있는 말로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 어이쿠 제 얕은 이해를 좋게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 저는 사실 그렇게 표현하신 교수님만의 철학적 의미를 먼저 듣고 싶었는데요, “건축가는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그 표현이 제게 굉장히 ‘건축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그런 분들이시구나, 정말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말씀으로 다가와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건축 예술가로서 과연 어떤 경험과 철학을 가지시고 어떤 의미로 이 말씀을 하셨을까? 제 얕은 이해에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교수님의 직접적인 의도가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 우리는 태어나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이 나 이외의 타인과 사물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사는 존재인데… 현대로 오면 올수록 사실은 점점 모든 것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관계성도 더 복잡해지고 이러한 환경을 우리가 컨트롤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죠. 그래서 사실 인류사를 전체적으로(쭉) 보면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그 관계를 조율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는데, 도덕과 윤리와 또 그 외에도 사회 법률 시스템이라든지, 예절, 매너, 이런 것들이 다 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죠. 저는 이제 건축가를 하다 보니까 하드웨어인 건축물이 사람들 간의 관계를 조율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렇게 둘이 있으면(사람 두 명이 한 공간에 서 있는 모습) 대화를 하는 관계가 되지만 여기에 벽이 서면(두 사람 사이에 벽이 생김) 단절이 되고, 창문이 뚫리면 서로 쳐다볼 수 있고, 문이 생기면 오갈 수 있고, 다른 높이에 있는 사람들과 단절돼 있다가도 계단을 놓으면 연결될 수 있고요. 그런 식으로 건축 요소들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계속해서 연결했다가 끊었다가 혹은 반투명으로 만들었다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물 하나가 들어선다는 거는 그 사용자들끼리의 관계에 되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 일이죠. 좋은 의도를 갖고서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화목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면 건축 설계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희는 항상 그러한 관점으로 접근해서 작업을 합니다.
: 교수님 말씀을 듣다 보니 좋은 건축가분들이 어떤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건물을 만드느냐에 따라 사회가 더 화목해질 수도 있고, 보다 평등해지고 더 밝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건축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그동안 교수님께서 설계하시고 건축하신 공간 중에 교수님의 건축 이상과 철학이 가장 많이 반영된 대표 건물은 무엇인지, 작업하신 모든 건축이 Best 건축이겠지만 이를테면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을 갖고 계신 건축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저희 시와산문의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자식이 여러 명이 있는데 ‘누가 제일 마음에 드니?’라고 물어보는 그런 것만큼이나 어려운 질문인것 같습니다. 하하
: 사실 그러실 것 같습니다.^^
: 저는 어느 하나의 건물을 똑 집어서 ‘제 모든 걸 만족시켜 주었다’라고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주신 질문에 대해 고민해 좀 해 보았는데요, 아무래도 여러 명이 같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공공건축물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주택이나 이런 것들도 의미는 있겠지만, 그건 한 사람에게 Customize(맞춤 제작) 돼 있는 공간이고 많은 사람이 쓸 수 없는 공간이어서 이런 일반 주거 공간보다는 공공건축물들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공공건축물 중에서도 이제 나눠보면은 돈을 내고 들어가는 공공건축물이 있고 돈을 안 내고 들어가서 쓸 수 있는 공공건축물이 있잖아요, 그중에서 돈을 안 내고 들어가서 쓸 수 있는 건축물이 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카테고리를 좁혀나가다 보면 최근에 오픈한 고창의 황윤석 도서관이 의미가 크지 않나 싶습니다. 고창의 황윤석 도서관(스크린 사진을 보여주시며)은 보시면, 저희가 약간 종묘를 모티브로 해서 디자인을 한 그런 도서관이에요. 도서관은 누구나 와서 쓸 수 있는 공간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쉬다가, 책을 보다가 갈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간이거든요. 아무래도 이런 공간들이 저한테는 보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가장 애정하시는 건축물로 황윤석 도서관을 들 수 있을까요?
: 사실은 그건 애정하는 것하고는 조금 달라요. 애정하는 건축물은, 저를 고생을 많이 시킨 건축물이 또 애정이 많이 가요. 물론 이것도 고생을 시키긴 했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가장 최근에 오픈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애정으로 말씀드리자면 사실 저의 아주 초창기 작품인 거제도에 있는 ‘머그학동’이라고 하는 건물이 있어요.
: 아 거제도 ‘머그학동’이요~
: 네, 그것도 정말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인 것 같아요. 아니면은 제주도에 호미라고 하는 조그마한 집도 있거든요.
: 아 그건 제가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YouTube 셜록현준에서 봤습니다.
: 그것도 개인적인 저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축물이고요, 저는 궁극적으로 어떤 ‘공간’이든 관계를 조율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를 하지만은, 궁극의 가장 중요한 관계는 나를 만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제주도의 <호미>도 굉장히 저한테는 의미가 큰 공간인 것 같아요.
: 저도 굉장히 인상 깊게 봤던 영상 중 하나였어요.
: 아 네 감사합니다.^^
: 저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황윤석 도서관>, <머그학동> 모두 가보고 싶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호미>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공간이 어디인지 여쭈어봐 놓고 제가 애정하는 공간을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 어떤 면에서는 저도 <호미>
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에요. 왜냐하면 제가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고서 진행한 디자인이 전무후무하기 때문에, 사실은 건축에 있어서 여러 제약이 많이 있잖아요. 법규, 건축주의 요구사항, 심의위원회, 시공 공사비 등등의 제약들이 많은데 비교적 가장 자유롭게 작업을 했던 작품이 <호미>인 것 같아요.
: 유튜브 <셜록 현준>에서 교수님의 안내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던 덕분에 ‘교수님의 정체성과 취향 이런 점들이 굉장히 많이 반영된 곳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근데 교수님의 취향이 보편적인 대중들에게도 많은 호감을 주는 그런 취향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건축가로서 굉장히 탁월한 재능을 타고나신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감히 해봤습니다.^^ 말씀 감사하고요. 한편으로 교수님의 저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으면서 저는 교수님께서 ‘서사를 품은 건축’을 말씀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단지 공학으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건축의 구성 요소와 재료 형태를 말하기 전에, 우선 건축에 있어서 교수님만의 특별한 목적과 철학을 투영시키신다고 보았습니다. 그러한 점이 교수님만의 독창적인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오늘날의 건축 철학을 갖게 되셨는지,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을 거로 생각하는데요, 그중에 몇 가지 말씀드리면 대학교 1학년 때 읽은 책 중에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이라는 책이 있어요. 프리쵸프 카프라가 쓴 책인데 60년대에 쓰인 책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 책이 양자 물리학을 공부하는 과학자가 양자 물리학과 불교, 또는 양자물리학과 힌두교와의 유사성에 관해 말하는 책이에요. 동양철학에 관해서 얘기하면서 ‘개념이 매우 비슷하다’ 이런 걸 설명하는 책이거든요. 근데 저는 되게 충격이었던 게 고등학교 때까지는 철학은 국민윤리 시간을 배우고 물리는 물상 시간에 배웠는데, 세상에 이게 시간도 몇천 년 차이가 나잖아요. 종교를 만드신 분들은 몇천 년 된 사람이고 양자역학은 최근의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게 되게 특이했어요. ‘하나의 생각이나 개념이 종교로 나타날 수도 있고, 과학 이론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걸 그 책을 통해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생각이 ‘나도 그렇게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다만 표현을 건축적으로 하면 되는 거구나’였어요. 전 이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생각이나 발상의 전환은 어마어마한 천재 물리학자나 엄청난 종교 지도자만 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건축가도 얼마든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후부터 항상 ‘뭔가 좀 새로운 생각, 기발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의식이 늘 따라다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건축가로서 저는 그런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건축 책을 읽으면 도움이 전혀 안 될 것 같았어요. 다른 건축가의 영향을 받으면 아류밖에 안 될 것 같아서 대학 다닐 때는 건축 책을 안 읽는 걸 원칙으로 했고 다른 관심 가는 분야들을 공부해서 어떻게든 융합을 시켜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자. 그러한 고민을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 교수님께서 건축가로서 오늘에 이르시기까지 어떤 것을 통해 영향을 받으셨고 그것을 통해 어떤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셨는지에 대한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같은 장르가 아닌 다른 장르나 전문 분야의 지식을 통해 오히려 다양한 자극을 받고 창작적 원동력을 삼을 수 있다는 점은 모든 학문이나 예술을 하는 분들에게 있어 매우 공감되는 지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도 어린 시절부터 나희덕 시인을 비롯하여 제가 흠모하는 시인들의 시집을 읽으며 시인을 꿈꾸고 또 시를 공부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라든지, 버날의 『과학사』 등 문학과 전혀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서 다양한 창작적 자극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여쭙고 싶은 점은, 건축 작업이 스케일이 참으로 큰 작업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께서 책도 쓰시고 이렇게 여러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그 저력과 열정이 무엇으로부터 오는지 궁금했습니다. 굉장히 바쁘신 와중에도 진행하고 계시는 다양한 일들이 제가 볼 때 다 공력이 굉장히 많이 드는 일들로 보여서요….
: 사실은 근데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일을 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은, 그게 다 연결되어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매체는 다양해 보일지라도 가운데 있는 생각은 사실 하나거든요. 표현 매체가 YouTube로 갖다가, 책으로 갖다가, 건축 작품으로 갔다가, 강연으로 갔다가 하는 것일 뿐 실상은 다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힘이 들어가는 것 같지는 않고요. 오히려 연결됨으로써 상호보완적으로 더 도움을 받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설명해야 하다 보니까 제 생각이라든지 이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더 다듬고 연구하는 계기가 되는 거 갖고요, 그렇게 강의가 됐다가, 책으로 나갔다가, 방송에서 얘기했다가^^ 그다음에 그게 또 한참 지나 제일 오래 걸리는 게 건물이니까 좋은 건축주를 만나서 나눈 이야기가 현실화되면 건물이 되는 거고요. 기본적으로 저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걸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자 생각을 새롭게 해서 그걸 막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또 특이해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건 또 피곤해하더라고요.^^ 제가 I 성향의 사람인데 내가 만든 창작물로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접점이 되는 거는 또 되게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 예술가들을 보면 I 성향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 저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저는 E 성향으로 자랄 수밖에 없는 교육을 받고 살았음에도 I 성향이 다분한 사람인데요, 아무래도 창작과 관련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사유할 시간을 보다 필요로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결국은 교수님께서 이렇게 활동하실 수 있는 에너지와 동력이 좋아하시는 ‘건축’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작업, 즉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일, 영상을 제작하시는 일, 등 관심 있게 생각하시는 모든 일들을 하시는 그 자체가 교수님의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의 원천이 되는 것 같습니다.
: 네네.
: 보통은 활발한 활동의 이면에는 그렇게 활동할 수 있는 동력 충전을 위해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서 푹 쉬어야 한다”든지 그런 말을 많이 하잖아요, 예를 들면 푹 잠을 자야 한다든지, 여행을 다녀오거나 영화를 본다든지 이런 말들을 많이 듣는데요, 오늘 교수님처럼 이렇게 “활동을 통해 활동의 동력을 받는다” 이런 말씀은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 하하. 저도 혼자 쉬어야 할 타이밍은 필요해요.^^ 그런 것이 필요하긴 하죠. 당연히. 그런데 저는 일거리 없을 때 많이 쉬었거든요. 십몇 년 동안 푹 쉬었기 때문에 오히려….^_^ 언젠가 되게 공감했던 인터뷰가 있어요. 전현무 씨가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기가 오랜 시간 일이 없었을 때가 있기 때문에 일이 언제 또다시 없어질지 모르니 기회가 오면 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거예요. 저도 약간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한참 동안 꿈꿔왔던 그런 기회가 주어지니까 ‘이런 거가 내가 얼마나 바랬던 기회냐?’ 이런 생각이 들면서 계속 활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다양한 활동의 동력을 얻으시는 교수님만의 특별하고도 인상 깊은 비법을 자세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하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말씀이었던 것 같아요.
이어지는 질문은요, 저는 교수님께서 건축하시는 과정에 관해 책으로 읽고 또 교수님께 말씀을 들으면서 문학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다층적이고 심층적인 미학적 시각이 깊게 스며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많은 저서를 쓰신 교수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문학작품을 만들거나 글쓰기를 할 때, 주제를 정하고 소재를 모으고 계획(플롯)하고, 뼈대를 작성한 다음 살을 붙이는 등의 과정이 건축물을 세우는 과정과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교수님의 건축학적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굉장히 다층적으로 문학적인 상상력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문학적 지식 등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분야가 건축학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교수님께서도 그와 마찬가지로 문학작품을 통해 교수님의 건축예술에 영감을 받은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러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저희 시와산문 독자들에게도 관심 깊은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서 시상이 떠오르기도 하고 많은 자극을 받았었거든요. 저한테 영감을 많이 준 책이었어요.^^
: 아 영광입니다….^^
: 유튜브 <셜록 현준> 영상도 그렇고요, 제게는 많은 예술적 자극과 도전을 주셨는데요, 혹시 교수님께서도 그와 비슷한…. 사실 아까 ‘카프라’의 저서를 읽으셨던 경험을 말씀하실 때 조금은 답변이 되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교수님께 문학작품을 통해 건축예술 활동에 있어 영감을 받으신 경험이 있으시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지 듣고 싶습니다.
: 저는 사실은 소설을 거의 안 읽었거든요. 소설이 거의 제가 읽는 책에 한 5%도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소설 읽고 나서 제일 충격을 받았고 영향을 받았던 소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이었어요. 지금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인가? 그 작품인데, 저는 그 작품을 읽고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게 한 챕터씩 나오잖아요. 근데 ‘이게 무슨 세상 얘기지?’ 싶으면서, 두 개의 다른 세상이 맨 마지막에 가서 하나로 딱 모이잖아요. 그게 저는 건축가다 보니까 글을 읽더라도 항상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야 되는 사람인데 이게 완전히 무슨 피라미드처럼 저기 왼쪽 끝에 있는 돌부터 시작해서 오른쪽 아치 같은 느낌이죠. 아치 구조가 이렇게 쫙 가다가 끝에 가서 딱 만나는 느낌이요, 그런 약간 좌우 대칭의 구성을 띄는…. 저는 그 작품을 읽으면서 아무튼 되게 쇼킹했어요. 하나의 리니어한 스토리로만 보던 그런 책들만 보다가 하루키의 작품을 읽었을 때, 이야기의 구성으로도 이렇게 사람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는 게 있구나 생각되면서 저는 아무튼 그 작품이 많은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 교수님께서 만약 문학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으셨다면 ‘그것을 어떻게 건축 과정에 연결하실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여쭤봤는데요, 하루키의 소설에 나타나는 세상을 보시고 건축가로서 상상과 충격과 도전을 받으셨다는 말씀이 저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교수님께서 하루키 소설을 이야기하시니까 교수님께서 건축하신 제주도의 ‘호미’나 세종시의 교회 이야기를 보다가 교수님의 건축 방식과는 완전히 상반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작품을 떠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작품은 굉장히 획일화된 완벽한 세계를 구현하거든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지으신 <호미>나 세종시의 교회는 보면 울타리도 만들지 않으시고 완벽하게 갖추어져야 할 것 같은 요소들을 빼셔서 부족하게 함으로써 자연환경이나 옆집 마당과 연결되게 하시면서 동시에 개성적인 공간을 창출하시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어요. 조금 덜고 빼심으로써 의도적 미완성을 통해 외부 세계와 연결되게 하시고 관계 맺게 하고자 노력하시는 교수님의 철학이나 건축 방식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아 네 감사합니다.
: 교수님께서 지으신 건축 양식들을 보면 대체로 완벽한 세계와는 상반되는 지점을 볼 수 있어서 그 점이 개인적으로 참 인상 깊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고요. 또 교수님의 작품집을 읽으면서 건축학적 견해와 철학, 상상력이 어떻게 작품이 되는지 좋은 예시로 다가왔고 아울러 책을 통해 건축가이자 작가 유현준에 대한 이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여쭈어 보고 싶은 점은 분야와 장르를 넘나드는 교수님의 행보와 저서들을 보면서 『시와산문』 독자들이 무엇을 궁금해할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하게 된 질문이기도 한데요, 교수님께서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장래에 대한 꿈을 꾸시고, 공부하시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잡으셨는지, 특히 영향을 받은 계기가 되는 일이나 에피소드 등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교수님께서 가장 최근 작업하신 건축 작업과 앞으로의 건축 계획을 위해 집중하고 계시는 관심 분야 등 최근까지 교수님의 활동에 있어 주요 변화상과 함께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사실 내가 ‘나’ 자신을 알기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도 얘기한 적 있지만 저는 건축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어려서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주변에 건축가라는 직업을 가진 분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저희 아버지는 또 제게 원하셨던 직업이 법관이 되기를 기대하셨었고요. 그래서 제 이름에 보면 ‘준’으로 끝나잖아요. 표준 준자예요. 이름과 같은 법관으로 저를 키우고 싶으셨던 거죠. 근데 저는 진짜 외우는 거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고시 공부는 못 할 것 같아서 문과를 피했어요. 이과로 왔는데 수학 문제 푸는 것도 그렇고 시간에 쫓기면서 하는 건 다 싫어하는 제가 수학 공부를 하면서 시간에 쫓겨야 하고 답도 하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미술, 지리, 지구과학 물리 네 과목만 좋아하다 보니까 건축과를 갔어요.^^ 일단은 수학 싫어하니까 다른 공대는 다 못 가거든요. 외우는 거 싫어하면 의대도 못 가고, 대한민국에 건축과 하나 남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건축과를 택했는데. 저는 이게 되게 잘 맞더라고요. 그림을 왜 그렇게 좋아했는가를 나중에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까, 저희 어머니가 제가 학교에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한글을 안 가르치셔서 제가 글을 못 읽었거든요, 남들 유치원 갈 때에도 친구들이 책 읽고 그럴 때 저는 글을 못 읽어서 동화책에 있는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생활을 한 거예요. 글자를 못 읽으니까 자연스럽게 그림을 더 좋아하게 되고 그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고 뭐 그런 게 일상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생각을 할 때 이미지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텍스트로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건축가라는 직업이 저한테는 되게 맞았던 것 같아요. 커뮤니케이션의 툴이 글보다는 그림이었기 때문에 그게 저한테 훨씬 편안했던 것 같고 근데 어떻게 책까지 쓰게 됐는지는 저도 참 의아해요.^^ 그건 정말 저도 미스터리입니다.
: 책을 써 주신 덕분에 저도 그렇지만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자극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교수님, 그리고 교수님의 건축물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고요.^^
: 저도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예전에는 건축 프로젝트를 할 일이 없어서 글을 썼는데 글을 써온 덕분에 공간이나 건축물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좋은 자료로서 책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건축물 역시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건축을 한 사람의 내밀한 생각을 읽어내기는 어려운데 그거를 미리 제가 책에서 다 얘기를 해놨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이 제 생각의 어떤 방향성이이나 생각들을 잘 이해하시고 나서 건물을 보실 수 있다는 점이 저는 참 감사하고 글을 쓴 것이 건축가로서 일이 없던 그 힘든 시절의 전화위복이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 지방 공동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목전에 두고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경고가 있지만, 도심은 오히려 아직 주택 부족 문제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보면 도심도 지방과 같은 문제가 결국은 나타날 듯도 합니다. 특히 『공간의 미래』에서 보면 “전염병이 공간을 바꾸었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세계적 관점에서 보시는 공간의 미래와 국내 문제로 보았을 때 공간의 미래는 어떤 공통점과 다른 점이 있는지, 직면한 문제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 대안은 어떻게 제시되어야 할지에 대한 교수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 저는 세계적인 문제와 국내 문제가 물론 다른 점도 있지만 공통점이 더 많을 거로 생각해요. 지금 시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가장 큰 변수는 로봇의 등장이 될 것 같아요. 우리 세대에는 1990년대부터 인터넷 공간이 들어왔잖아요, 우리 세대가 모든 공간의 변화를 다 체험한 세대라고 생각하거든요. 태어났을 때는 단층짜리 집에서 태어났다가 유치원 2층짜리 집으로 이사를 가고 초등학교 5학년 때 12층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점점 밀도가 높은 도시로 갔다가 그다음에 90년대 돼서는 고밀화된 도시의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인터넷 가상공간이라는 게 나오고 그다음에 2000년대 들어서는 인공지능이 나왔어요. 인공지능이 사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우리 세대의 가상 신대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상공간 안에 있던 인공지능이 바깥으로 나와서 우리의 실생활인 오프라인 공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거죠. 본격적인 첫 단추로 테슬라의 FSD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것으로 시작해서 다음 단계는 로봇이 나오게 될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것이 앞으로 제일 큰 변수일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 단계에서 그다음 단계로 가는 공간의 변화는 결국엔 크게 3가지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온라인 공간에서 확장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전망되고요.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활동하게 되는식의 양극화 현상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영향력이 점점 커질 거라고 봅니다. 세 번째는 우주 공간으로의 확장이 훨씬 더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스페이스X로 인해. 얼마 전에 보니까 서울하고 뉴욕을 30분 만에 가는 그런 로켓도 만들겠다고 하더라고요. 거의 비행기 이코노미 가격 수준으로 하겠다고…. 그래서 이런 변화들이 큰 그림에서는 가장 큰 변화일 것 같아요. 공간적인 관점에서 큰 변화가 이루어지면 사회적으로도 거기에 영향을 받게 되는 거죠. 공간의 양극화(빈부 격차로 인한 공간 소비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그다음에 집중화도 훨씬 심해질 것이고요. 결국에 나타나게 될 현상 중 하나로 지방 공동화 현상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서 점점 북극해가 중요해지는 변수도 있고, 국제 정세도 계속 바뀌고 그린란드를 미국이 차지하려고 하고 캐나다도 탐내는 이유 등이 모두 결국에는 북극해라는 공간이 핵심인 것 같아요. 과거 지중해 중심의 사회에서 대서양 중심의 사회가 되었다가 태평양 중심의 사회로 이행, 또 이제는 북극해 중심의 사회로 가는 흐름에 의해서 우리 인간들이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저는 봐요. 도시의 위치도 바뀔 겁니다. 우리가 살던 시대에는 싱가포르, 뉴욕, 홍콩, 이런 데가 제일 메인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북쪽에 있는 그런 연안 도시들이 더 성장하게 될 것이고 그러한 도시들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게 앞으로 부딪혀 올 제일 큰 파도이기 때문에 나머지 세부적인 것들은 저도 어떻게 현상학적으로 나올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중에서 제일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 중에 특히 가슴 서늘하게 들린 것은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변수 중에서도 “가난할수록 온라인에서 활동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고 부유한 사람들이 아무래도 더 오프라인 공간을 많이 활용하게 되는 양극화의 문제”인 것 같아요. 공간의 양극화 문제가 현실적으로 굉장히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말씀을 들으면서 교수님께서 제작하신 영상의 내용 중에 “앞으로 AI가 많아지면서 전기를 많이 소모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부족한 에너지를 대체할 대안으로 우주 공간의 활용 가능성에 관해 말씀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미래에 대한 여러 파격적인 전망에도 건축을 하시는 분들이 우리 인류가 다 지나친 양극화로 빠지지 않고 모두 함께 어우러져 건강한 양질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 이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어떤 공간에 가면 주로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성격, 취향, 그 공간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가치관 등을 엿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의 종류와 정돈 방식에서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성격이 비친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수님께서는 ‘공간 해석의 대가’라 불릴 만큼 특별한 안목으로 공간과 사람과 자연이 서로 경계를 긋기보다는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화목한 공간을 만드시고자 노력해 오신 만큼 특별히 저희 시와산문의 독자들에게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공간의 의미와 구획된 공간들 속에서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그 공간과 그곳을 채우고 있는 사물에 대한 서로 다른 반응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우리가 궁극적으로 잊지 않아야 할 가치나 존재론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교수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저는 공간을 1차 적으로는 정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는 우리의 의식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궁극적으로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기 시작하잖아요. 우리에게 공간은 피할 수 없는 배경이 되는 거죠. 우주가 창조되면서 만들어진 공간 안의 공간을 2차로 second creation 한 것이 건축가가 만드는 공간이잖아요, 그리고 당연히 그 공간이라는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는 거고요.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 간의 관계성도 형성이 되고 그렇다고 보거든요.
저는 또 항상 사람을 공간의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건축이라는 단어가 한자로 쓰면 세울 건 자에 쌓을 축 자를 쓰거든요. 우리가 만드는 이런 모든 건축물이나 이런 것들이 사실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둥을 세우고 축재를 쌓는 것 같지만은 결국엔 빈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거고 그 빈 공간을 사람이 쓸려고 만드는 거고 그러면 결국엔 우리가 하는 모든 건축행위나 공간의 의미에 최종 목적지는 사실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간 의미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사람’들이 공간을 다니실 때 그냥 나하고 상관이 없는 곳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저는 공간도 텍스트로 읽을 수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이 공간이 나한테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 숨겨진 차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곳을 계속 파악하려 노력하다 보면 어떤 공간이 나한테 맞는 공간인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한테 맞는 공간이 뭔가?’ 이 질문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또한 나라는 존재의 의미도 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사람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이 다양성을 사실은 모든 공간이 다 수용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보물찾기하듯이 자기한테 맞는 동네, 어떤 코너, 어떤 카페든지 아니면 어디 산자락 밑에 벤치라든지 그런 장소를 찾으셔서 내 걸로 만드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요즘에 사람들이 Instagram에 사진 찍어서 계속 올리잖아요. 내가 경험한 것들이 나를 대변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데, 온라인상의 공간을 구축하는데 포커스를 맞추지 마시고 오프라인 공간 안에서, 도시 속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마치 우리가 나한테 잘 어울리는 옷을 옷 가게에서 딱 찾는 것처럼 나만의 공간을 찾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거를 찾으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이해하시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내가 누군지를 잘 이해해야, 그래야 남들한테 휘둘리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교수님의 말씀 중에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이 공간도 텍스트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머무는 공간의 숨겨진 차원, 나에게 맞는 공간을 찾는 것에서 우리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 의미 깊게 들렸습니다. 현실의 구획된 공간들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존재론적 의미에 대해 제가 듣고 싶었던 것 그 이상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께서 ‘보물찾기하듯이’ 찾으라고 하셨잖아요, 사실 우리가 지금 여기 존재하는 이유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귀한 보물을 찾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교수님의 말씀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나를 대변하는 공간을 찾고 그 공간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산책을 통해 우리 존재의 의미도 찾고, 그렇게 발견된 의미를 통해 보물을 찾은 것처럼 우리 삶을 귀하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귀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 저는 건축의 특별한 점은 창작물로 만들어진 것을 밖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서 또 밖을 볼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실제로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다른 예술 장르와 엄청난 차이인 것 같아요. 물론 산업디자인도 자동차라는 공간을 디자인해서 그 안에 들어갔다가 밖에 나왔다가 할 수 있고 비행기도 그럴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사물들은 똑같은 모양이 대량 생산되잖아요. 그리고 얘네들이 장소만 바꾸는 것뿐이죠. 그 자체는 똑같단 말이죠. 근데 건축은 지구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공간에 뭐가 만들어지는데 그걸 밖에서 볼 수도 있고 안에 들어가서도 느낄 수도 있고 주변을 볼 수도 있고 그래서 그 경험이 바깥에 있는 차원과 안에서 밖을 보는, 차원의 엄청난 변화를 온전히 느끼게 해준다는 그 점이 건축이 가지는 가장 특별한 점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우리 인간이 세상을 파악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이 몸에 갇혀 있잖아요, 이런 상태에서 세상을 파악하고 오감을 통해서 세상을 인지하는데 우리 몸을 통해서 하는 경험 중에 완전히 큰 차원의 변화, 예를 들면 우리가 물에서 수증기가 됐다가 얼음이 됐다가 하는 정도의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저는 건축에서 밖에서 바라봤다가 안에 들어가서 봤다가 하는 것 또는 엄청 큰 스케일을 봤다가 아주 작은 집을 봤다가 하는 변화. 물론 나라는 존재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죠. 문학도 있고 음악도 있고 미술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앞서 말한 그런 점들은 건축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큰 특별함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 저는 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사회와 인간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환경을 조성하는 종합예술이 건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인간의 심리, 사회 구조의 변화, 미래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건축에 있다는 생각에 건축하시는 분들이 참 귀한 일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서부터 건축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고 또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 근데 건축이 가진 약점이 하나 있어요.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 아 그러네요. 교수님.^^
: 엄청나게 돈이 들어가요. 근데 시인은 엄청난 메리트가 하나 있어요. 돈이 거의 안 들어가요. 심지어 누구나 쓸 수 있는 산문보다도 압축적인 몇 개의 단어만으로 누군가의 생각을 깨뜨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보거든요. 그게 저는 또 엄청난, 거의 진짜 핵폭발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번에는 젊은 작가들이나 청년층 독자들을 위한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교수님께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부를 하시고, 도전하시고 건축학자로서 정말 때때로 힘든 순간도 많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 엄청 그랬죠.
: 지금은 모든 이들의 선망이 될 만큼 성공하셨지만, 교수님 나름대로 고난도 많이 있으셨을 것 같고요. 그동안 깊이 배우시고 또 독창적인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애쓰며 걸어오신 길 가운데 때로는 절망 되거나 포기하고 싶으셨던 순간은 없으셨는지, 상황이 힘들고 어려움을 만났을 때,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신 교수님만의 방법이나 비법이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오늘에 이르기까지 건축 분야에 한결같은 관심을 가지고 진보할 수 있으셨는지요, 문인들도 보면 여러 어려움과 한계, 회의감에 부딪혀, 또는 삶에 치여 그만둔 작가들이 많이 있거든요. 비단 작가뿐 아니라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이룩하고 실패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격려의, 그리고 진정한 충고의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답변과 그냥 보편적인 답변. 보편적인 답변부터 말씀드리면 일단 그냥 견뎌야 해요. 그 견디게 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는 약간 자존심도 있는 것 같고요. 내가 이거를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같고….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고 그래서 그냥 하루하루 버티고 참는…. 제일 힘들었을 때가 어제였는데, 나보다 덜 열심히 산 것 같고, 못한 것 같은데도 너무 성공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되면 그게 굉장히 괴롭거든요. 그런데 지금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일거리가 없을 때 칼럼을 쓰게 되고 그 글이 책으로 나오고, 그걸 통해 방송도 하고 이러면서 건축가로서도 커리어를 인정받게 되고 일이 잘 풀렸던 경험을 통해 저는 ‘차선이 모여서 최선이 된다’라고 젊은 친구들한테 그렇게 얘기를 해요. 길이 열리는 대로 가라. 당신이 계획한 대로 절대 인생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직선으로 가고 싶지만 실제로 꾸불꾸불하게 가서 그게 본인만의 길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견디고. 계속해서 차선을 선택하다 보니까 지금, 나의 독특한 길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차선을 통해서 최선이 만들어지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 차선이 모여서 최선이 된다. 정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귀한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항상 보면은 우리가 너무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에 주로 집중을 많이 하잖아요, 교수님. 근데 교수님께서 책을 쓰시고 여러 활동을 하시면서 결국은 교수님이 원하시는 길로 가게 되셨다는 그 말씀이 젊은 친구들에게 무엇이라도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하나의 방향성을 향해 또 달려갈 힘을 주시는 그런 말씀인 것 같아요.
: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데,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거를 올바르지 않다든지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제가 글을 쓴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용돈을 벌기 위해서 쓴 거였거든요. 저는 ‘이 시간에 나는 설계를 해야 하는 사람이고 공모전 나가야지’, ‘내가 칼럼 쓰면 안 되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때 사무실 적자에, 용돈이라도 벌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쓴 거거든요. 제가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일기도 안 쓴 사람이어서. 그런데도 딱 그때 왜 글을 썼느냐? 바로 원고료 받기 위해서 쓴 거예요.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이 요즘 많이 힘들잖아요. 교수님 말씀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힘과 도전이 되면 좋겠습니다.
: 추가로 얘기하자면 방 청소부터 시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주변의 공간을 자기가 부여하는 질서로 청소하기 시작하면서 내 주변을 컨트롤하기 시작하면 점점 세상을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요. 방 청소하기 힘들면 하다못해 핸드폰에 있는 액정 닦는 일부터라도 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저는 젊은 친구들한테 용기를 주고 싶은 게 저는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세상이 이렇게 혼란스러울수록 기회가 많아진다고 보거든요. 많아질 거라고 봐요. 특히 역사를 봤을 때 공간이 바뀌면은요. 엄청난 기회가 생깁니다. 70년대 부자가 된 사람들은 도시라는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거든요. 90년대 부자가 된 네이버나 카카오 창업자들은 가상공간이 생겼기 때문인 거죠. 그래서 공간이 크게 바뀌면 분명히 계층 간 이동 사례도 나올 거라고 보고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도전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겠죠. 어찌 되었든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희망적으로 생각하시고 용기를 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좋은 말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쨌든 움직이고 도전하는 이들에게 기회는 많이 생길 것이라는 교수님의 전망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귀한 말씀 거듭 감사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올해 새롭게 출시하시게 될 건축 계획이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건축학자이자 작가로서 앞으로 단기 또는 장기적인 계획은 어떤 것이 있으신지 듣고 또 우리 독자들과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공간을 살아가게 될 사람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을 마무리 말씀으로 덧붙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여러 다양한 일 중에, 일단 첫 번째는 중요한 마일스톤 같은 거는 올해 완공되는 좋은 건물들이 많은데요, 그중에서 의미 있는 것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은평구의 성실교회인 것 같아요. 성실교회가 지역 커뮤니티에 제공해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쓸 수 있는 그런 마당이 있는 교회거든요. 그게 이제 완공이 돼서 주변 공동체의 큰 구심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최근 저희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JYP 신사옥 사업이 잘 진행되고 만들어져서, 해외에서도 많은 분이 오실 텐데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잘 완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책 출간에 있어서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제가 쓴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가 중국어로 번역된 적이 있고 『공간의 미래』가 일어로 번역된 적도 있는데 영어로는 번역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하고 『어디서 살 것인가』 이 두 권을 한 권의 합본으로 영문 번역이 될 예정이에요. 그래서 잘되면 올해 컬럼비아 출판사에서 나올 예정인데 그게 저한테는 사실 되게 중요한, 어떤 면에서는 건축 프로젝트 못잖게 중요한 일이 될 것 같아요. 그게 빨리 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해외에서 만나는 많은 건축가라든지 여러 사람을 만날 때 여러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읽어보고 싶다, 책으로 만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영어로 번역된 책이 없어서 그 책에 이제 빨리 번역되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또 그게 해외의 많은 일반독자들한테도 읽힐 수 있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변화가 많은 세상이니까 제가 『공간의 미래』에 썼듯이 변화하지 않는 거를 찾으셨으면 좋겠다. 변화를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고 그것을 초석으로 삼아서 자신의 공간을 더욱 확장해 나가는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의미 깊은 말씀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을 찾으면 좋겠다’라는 그 말씀이 저희 독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존경하는 교수님을 책에서 또 영상에서만 뵙다가 이렇게 직접 뵙게 돼서 영광이고 참으로 의미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