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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이 책은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새롭게 풀어낸 이야기이다. 어느 날 마흔세 살의 앙투안은 사막에 불시착한다. 어른이 되길 두려워하던 그는 사막에서 만난 어린 왕자, 현명한 노인과 함께 자신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노인은 신화 속 인물, 문학·예술계의 거장들까지 불러내어 앙투안에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을 일러준다. 이 책은 우리에게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아름다운 지혜를 선사할 것이다.
🏫 저자 소개
로베르토 리마 네토
브라질 태생의 작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로 거시 경제 분야를 연구했다. 이후 모국인 브라질에서 국가 경제 개발 계획을 입안하는 경제 관료로 일하며 유능함을 인정받았다. 경제학이라는 외향적 학문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내면의 성장을 추구해왔다. 은퇴 이후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으며, 융 심리학의 배경을 이루는 서양 신화와 동양의 철학 등 다양한 영적 자원을 섭렵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작품 활동의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우화처럼 상상력에서 피어나는 소설의 형식을 통해서 그 길을 걷고자 한다. 이 책은 국내에서 소개된 그의 첫 번째 책이며, 그 외 저서로는 《아마존 샤먼The Amazon Shaman》, 《융 바이블Jungian Bible》 등이 있다.
📜 목차
추천사: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행복의 근원
프롤로그: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의 마음
1장. 어른들은 몰라요
보아뱀을 볼 수 있는 사람 | 나이를 먹을수록 보아뱀이 두려워진다
2장. 사막에서 만나다
양을 그려달라는 아이
3장. 지혜로운 노인
다시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자아의 탄생 | 집단 무의식과 개인 무의식 | 자아와 진아의 대화
4장. 《성서》에 숨겨진 비밀
〈창세기〉 새롭게 읽기
5장. 뱀의 해명
세상의 결말을 아는 야훼 | 《도마복음》에 담긴 예수의
6장. 어린이처럼 있는 법
원죄에 대한 불만 | 야훼는 어떤 신인가? | 아이로 돌아가지 않고 아이처럼 되는 것
7장. 영웅 프로메테우스
신보다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 | “인간은 신들보다 위대하다” | 밤마다 회복되는 자아
8장. 태양을 사랑한 자, 이카로스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이카로스의 야심 | “삶은 영원한 학교다” | 지상의 빛을 찾는 원주민들의 신화
9장. 융 박사와의 대화
융 박사의 등장 | 진아와 자아의 적절한 거리
10장. 사막의 가르침
종교의 목적
11장. 오랫동안 잊혀온 수행
명상의 방법
12장. 인간은 성장해야 한다
어린 왕자가 만난 어른 아닌 어른들 | 가로등을 껐다 켰다 하는 사람
13장. 공허한 삶
요나의 사막, 중년의 위기 | 우리는 이 세상에 혼자 있다
14장. 단테의 길
중년의 예술가들이 내놓은 심오한 작품
15장. 영혼의 어두운 밤
바람에 따라 날아갈 사람들 | 어둠 속에서 신 만나기
16장. 모세와 천사
신의 뜻을 다 알 수는 없다
17장. 신성과의 만남
심리적 팽창과 소외 | 종교적 믿음의 상실 | 나의 성장을 대신해줄 것은 없다
18장. 바오밥나무를 조심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기
19장. 어른만은 안 되길
왜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
20장. 꽃을 그리워하다
적극적 명상으로 친구를 사귀는 법 |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선하기도, 악하기도 하다
21장. 자기 별로 돌아간다는 것
생명의 나무로 가는 길
22장. 파르지팔의 여행
모성으로부터 떠나는 파르지팔 | 자아를 강하게 만든 파르지팔 | 자신을 찾는 ‘개성화’라는 여행
23장. 삶은 상실들이 모인 것
나의 장미는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
24장. 꿈은 흩어지고
신도 인간과 더불어 변한다
25장. 욥의 이야기
진아 안에 존재하는 악을 깨닫기
에필로그: 앙투안은 지금 행복할까?
옮긴이 해제: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융 심리학의 주요 개념들
참고문헌 소개
옮긴이 주
📖 책 속으로
프롤로그
인간은 살면서 다양한 위기를 겪는다. 가장 먼저 출생과 어린 시절의 위기를 맞는다. 이 위기는 우리 무의식에 깊은 두려움을 남길 수 있지만, 해당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우리의 합리적 마음으로는 쉽게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다. 십대는 다르다. 합리적 마음으로 위기를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좀 혼란스럽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위기는 중년의 위기이다. 이는 훨씬 더 발달된 합리적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썼을 당시 찾아왔던 중년의 위기를 아마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흔세 살에 걸작을 남긴 그는 이 단계를 초월했어야하지 않았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생텍쥐페리와 같은 사람들, 자신의 젊음에 엄청난 애착을 가진 푸에르 아에테르누스들은 삶의 이 단계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이다. 그의 정체는 심리학적으로 이해하자면 생텍쥐페리 자신이다. 이런 이유로 그를 ‘앙투안’이라고 불러서, 그가 우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해보고자 한다.
--- p.14
3장 지혜로운 노인
앙투안: 정말로 일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들고 계시네요. ‘진아’라고요? 그게 대체 뭡니까?
노인: 그래. 좀 쉽게 설명해보도록 하지. 네게 깃든 신성한 측면이라고 해 두겠네. ‘진아’에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인류의 모든 지혜가 들어 있다네. 거기에는 자네의 본능도 담겨 있지. ‘진아’는 ‘전체’라네.
앙투안: ‘전체’라고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네요.
노인: 물론이야. 자네가 지닌 신성한 측면을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지. 인간의 뇌는 수 세기를 통해서 인류 전체가 획득한 모든 경험을 끌어모아 왔다네.
--- p.43
4장 《성서》에 숨겨진 비밀
앙투안: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어요. 사실 《성서》에 나오는 이 부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선악과를 따 먹으면 선과 악을 알았을 텐데. 제가 보기엔 이건 좋은 일 같아요. 야훼는 사과를 따 먹으라고 격려했어야 해요.
노인: 사과를 먹고서 아담과 이브는 자신들이 발가벗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네. 그래서 무화과 이파리들을 엮어서 몸을 가린 거지. 이게 《성서》에 쓰인 이야기야.
앙투안: 그리고 또 뭐가 있죠?
노인: 그들은 더 이상 아기가 아니었다네. 자신들의 완전한 무의식 상태를 버렸던 것이지. 말하자면 자아와 ‘나’, ‘나의 것’이란 관념이 만들어진 것이라네. 그들은 자신들을 낙원의 나무나 동물들과 분리된 존재로 보기 시작했지. 그들은 자아를 깨닫게 되면서 자아와 진아의 공생 관계를 부수었다네. 이전에 그들은 자신들이 발가벗고 있는 줄도 깨닫지 못했지. 그들은 그걸 ‘의식’하지 못한 거야.
--- p.55
6장 어린이처럼 있는 법
앙투안: 인간은 어른이 되어도 아이의 자연스러움, 세상을 경이롭게 볼 수 있는 능력 등을 유지할 수 있나요?
나는 지혜로운 노인이 답해주기 전에 질문을 또 하나 했다.
앙투안: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창조성, 완벽히 살아 있는 느낌을 잃지 않고 자랄 수 있나요? 이런 것은 어린이만이 실험해볼 수 있는데 말이죠. 제가 어떻게 모자는 모자고, 보아뱀은 보아뱀인 줄 알면서 성장할 수 있죠?
노인: 잠시만 호기심을 접게나. 그게 바로 내가 자네에게 말하고 싶은 거야. 음, 인간은 미쳤거나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뒤로 걸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게. 영원한 어린이, 푸에르 아에테르누스처럼 살기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네. 가련한 자들이여! 그런 사람들은 혹독한 병에 걸리는 대가를 치르게 되지. 그들은 불가능한 것을 찾고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샹그릴라 7를 찾으면서 늘 불행할 거라네. 때때로 그들은 너무도 불만스러워 하고, 절망적이게 되며, 심지어는 자살을 하기도 하지.
앙투안: 전 모르겠어요. 어린이가 되는 것이 뭐 나쁜 건가요?
노인: 아니라네! 어린이는 상상력과 자연스러움을 내면에 담고 있지. 나쁜 것은 아무런 의식도 없이 푸에르 아에테르누스, 영원한 어린이가 되려는 것이라네. 이건 정말 문제가 되는 상태야.
--- pp.71~73
7장 영웅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 인간들은 신들보다 훨씬 더 훌륭할 거라네. 신들은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 이건 수 세기에 수 세기를 더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네. 하지만 그런 일은 반드시 일어날 거야. 그때가 되면 내 모든 고통도 옳다는 것이 드러날 테지.
앙투안: 오늘날과 같은 이런 참혹함이 있더라도 그런가요?
프로메테우스: 이는 불행하지만 인간 진화에 필수적인 하나의 국면이라네. 인간이 더 높은 의식 상태에 도달할 때 하늘나라가 지상에 실현될 걸세. 인간들은 신들보다 더 훌륭해질 거야.
앙투안: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우리는 또다시 수백만의 생명을 파괴하는 전쟁의 와중에 있어요.
프로메테우스: 이미 말한 것처럼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나도 이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 하지만 인간들이 에덴의 낙원으로, 의식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하네. 나는 인간들에게 불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주어서 이 기다림의 시간, 이 수치스러운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였지.
지혜로운 노인이 대화에 참여했다.
노인: 불은 의식을 상징하지. 그래서 프로메테우스와 인간들은 벌을 받았어. 생각해봐. 에덴의 신화에서 야훼도 인간들이 의식을 얻는 것을 원치 않았잖아.
--- pp.92~94
9장 융 박사와의 대화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항상 걱정하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린 왕자: 결국 제가 자란다면, 제가 사는 별에는 있을 만한 공간이 없을 거예요.
융: 어린이로 돌아가려 하는 어른이 푸에르 아에테르누스의 경우죠. 많은 이들이 이런 상태로 살다가 일찍 죽거나 신경증에 걸린답니다. 자기의 의식을 넓히기 위한 모색을 그냥 놓아버리는 것은 인간의 길이 아니에요. 그런 여행은 멈출 수 없어요. 인간은 자신의 길을 따라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누구라도 벌을 받게 될 거예요.
앙투안: 누가 벌을 주지요?
융: 아마도 진아겠지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겪을 때, 자신들은 유한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서 성장하려는 절박감을 느끼고 진아의 더 큰 부분들을 흡수하게 되지요. 이런 사람들은 보통 자신들의 자아 발달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주는 삶의 시기를 시작하곤 해요.
지혜로운 노인이 이렇게 덧붙였다.
노인: 델피의 아폴로 신전에는 입구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지. “너 자신을 알라.”
앙투안: ‘너 자신을 아는 것’이 인간의 성장과 무슨 관련이 있죠?
융: 진아는 여러분의 일부분이고, 그것은 여러분 안에 있지요. 그것은 여러분 안에 있는 신성함이에요. 추가적인 것들을 흡수하고 진아의 더 많은 부분들을 의식하게 될 때, 이 과정으로 인해 스스로를 더 많이 의식하게 될 거예요. 여러분은 자신을 아는 여행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를 ‘개성화’라고 부릅니다.
앙투안: 저는 아직도 뭔가 분명하지 않아요. 왜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진아와 계속적인 대화를 하면서 친밀하게 있을 수가 없나요?
융: 진아는 너무 밝고, 우리 안에 있는 신성한 측면이에요. 그 광채가 자아를 약하게 만들어서 자아도 밝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죠. 그러면 자아는 일종의 팽창 상태에 들어갈 수 있어요.
--- pp.119~121
12장 인간은 성장해야 한다
앙투안: 저는 왜 성장해야 하죠?
지혜로운 노인이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답했다.
노인: 인간들은 태어난 이래로, 아니면 그 이전부터 내면에 불안, 절망, 고뇌를 가지고 있네. 이것들로 인해 자신의 길을 따른다네.
앙투안: 어떤 길을 말이죠?
노인: 이 길은 인간을 어디로 이끌어 갈까? 인간들은 자신의 길에 대해 잘 모른다네. 그리고 이런 궁금증은 인간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서 일어난다네. 씨앗은 그 이유를 분명히 알지 못해도 싹을 틔워야 하지. 아기 독수리는 날아야 하며 어린 물고기도 헤엄쳐야 하네. 그리고 인간도 성장해야 하며, 의식에 도달해야 하지.
어린 왕자: 저는 성장하고 싶지 않아요!
앙투안: 저도요.
어린 왕자가 거의 고함치듯 말했고 내가 그 말을 받았다.
노인: 자네의 절망은 중요치 않아. 인간은 성장해야 해. 영원히 어린이로 있을 수 없어. 자네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어린이처럼’ 되는 것이야. 진화의 이 단계를 얻기 위해 자네는 먼저 완벽한 인간의 단계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거야.
어린 왕자: 하지만 저는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요.
노인: 씨앗, 아기 독수리, 어린 물고기, 아기들이 성장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하는 겐가? 그 대답은 적절치 않아. 만일 깊은 바다에 떨어졌다면 스스로 떨어졌는지, 누가 밀었는지는 중요치 않아. 최후의 결론은 똑같을 거야. 자네의 유일한 대안이란 어떻게 나는가를 배우는 것이야. 성장은 고통스럽지만 성장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이야.
앙투안: 하지만 전 깊은 바다로 떠밀리지 않았어요.
노인: 오, 그래! 자넨 그렇지. 하지만 누구나 삶이라는 깊은 바다에 떠밀려서 태어났지.
--- pp.140~142
13장 공허한 삶
노인: 우연은 존재하지 않아. 자네는 사막에 떨어져야만 했지. 모든 사람이 이러한 경험을 통과해야 해.
앙투안: 하지만…. 살아생전에 단 한 번이라도 사막을 구경할 일이 없는 사람도 많아요.
노인: 그들은 가까이 다가갔거나, 아니면 다가가게 될 거야. 꼭 사막일 필요는 없어. 상징적인 사막이지. 뉴욕에 사는 사람들 일부는 사막에 있다고 장담할 수 있지.
앙투안: 사막에요? 이해하기 어렵네요. 사막 근처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노인: 상징적 사막이야. 자넨 사막에 있다고 생각하지. 자네 안에 사막이 정말로 존재할 때 말이야.
앙투안: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노인: 정신적 가치를 상실하면 인간은 삶에서 객관성을 상실해. 자신의 삶에 대한 어떤 의미도 없이 살게 되지. 그런 사람들의 삶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어. 왜 살지? 부자가 되기 위해, 별을 더 모으기 위해, 충성스러운 신하가 되기 위해, 더 많은 술을 마시기 위해, 더 많은 등불을 켜고 끄기 위해, 더 많은 자동차를 소유하기 위해?
앙투안: 제가 잘 이해했다면 방금 말씀하신 것은 사업가, 지리학자, 술주정뱅이, 왕인데…. 이들이 사막에 갇혔나요?
노인: 그래, 그게 내가 이해시키고 싶었던 거야. 그러나 그들은 자기의 공허한 삶에 마음을 바쁘게 만들어주는 일들을 채우려고 애쓰고 있어. 자신들의 사막을 생각해야 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지. 《성서》에 나오는 요나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 pp.157~159
14장 단테의 길
노인: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것은 성숙해지고 더 심오해지는 거라네. 이미 셰익스피어와 괴테의 작품들을 말했지. 여기에 베토벤도 덧붙일 수 있어. 중년 이후에 지어진 그의 작품들은 훨씬 더 원숙했지. 만일 모차르트의 청년기 작품과 베토벤 말년의 작품을 비교한다면 그 차이점은 놀랍지. 모차르트가 자기 삶의 후반부를 살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네. 삶의 전반부에 남긴 음악이 신이 주신 보물이라면, 그가 마흔 이후에 작곡했을 곡들은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할 수 있지. 그것만큼 간단한 것은 없어. 스물세 살에 한 창작 과정은 삶의 후반부에 한 것들과 달라. 젊었을 때는 자발적이고 강렬한 방식으로 창작해. 작품은 실질적으로 준비된 상태로 마음에 떠오르지.
앙투안: 그게 제가 책을 쓴 방식이에요.
노인: 그와 비슷한 최고의 예가 바로 모차르트라네. 영화 〈아마데우스〉를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내가 말하는 것이 뭔지 알 걸세. 삶의 후반부에 살리에리 영감은 젊은 시절처럼 더 이상 강렬한 작품이 나오지 않아. 예술가들은 나이가 먹을수록 일을 더 잘해야만 해. 그 결과로 훨씬 더 성숙하고 심오한 작품이 생겨나. 베토벤이 말년에 남긴 교향악과 현악 사중주들이 이를 증명하지.
앙투안: 하지만 모차르트도 오페라 〈돈 조반니〉를 남겼잖아요.
노인: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한 작품이야. 예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막을 통과해야만 해.
--- pp.172~173
20장 꽃을 그리워하다
노인: 자네는 친구를 잃지 않을 걸세. 자기 별로 돌아갈지라도 밤이나 낮에 꾸는 자네 꿈속에서 만나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늘 그와 함께 즐겁게 지내는 것이 중요해.
앙투안: 그러나…. 저는 성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어른은 절대 놀지 않아요.
노인: 누가 그래? 본래 지닌 자연스러운 성향을 잃지 않고, 창조성을 버리지 않고, 내면에 있는 아이와 접촉이 끊어지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지.
앙투안: 겨우 네 살에 아버지를 잃고 열일곱 살에는 작은형이 죽었는데, 어떻게 내가 놀 수 있고 행복할 수 있겠어요?
노인: 네 아버지와 형은 죽지 않았다. 그들은 다만 우주의 다른 곳으로 옮겨갔을 뿐이야. 자네는 그들을 마음속에서, 꿈속에서, 자네의 귀여운 친구와 나를 찾은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다네. 자네의 아버지는 자네에게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상징하지. 그러니 그와 말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게나.
앙투안: 말을 하라고요? 어떻게요? 아버지는 이미 죽었는데.
노인: 이를테면 자네의 꿈속에서. 아님 적극적 명상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앙투안: 저는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요. 제게 가르쳐주시겠어요?
노인: 이 기법은 자신의 무의식에게 이야기를 하기 위해 융 박사가 창안한 것이지. 상상 속에서 내면의 이미지들과 대화를 시작해. 둘째 형이라면 그를 불러서 말을 걸어봐.
앙투안: 제가 그걸 할 수 있을까요?
노인: 자, 자네가 어린 왕자나 나에게 말하거나, 우리가 초대한 손님들에게 말을 할 때 자네는 무엇을 하고 있었지? 이게 적극적 명상이네. 앙투안: 그렇다면 좀 쉬워 보이네요.
노인: 바로 그래. 하지만 이미지들이 강한 감정을 싣고 있을 때는 주의해야 하네. 이런 경우에는 조심해서 해야 해.
--- pp.228~230
21장 자기 별로 돌아간다는 것
앙투안: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그렇지만 실제로 제가 어떻게 그 생명의 나무에 가서, 그 열매를 먹고 다시 ‘어린이처럼’ 되돌아갈 수가 있겠어요?
노인: 의식을 상실하지 않고 다시 어린이처럼 되돌아가는 것. 이것을 자세하게 기억해야 해. 이건 중요하기 때문이야. 이미 말했듯이 그리스의 아폴로 신전 앞에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문이 있지. 진정으로 자신을 안다면 마지막 단계에 이를 준비가 된 걸세. 바로 생명의 나무에 달린 열매를 먹는 거지.
앙투안: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노인: 물론 그렇지. 삶은 쉽지 않아. 내가 해줄 수 있는 첫 번째 조언이란 자네가 어린이가 되는 생각을 품은 채, 지상의 것들을 버리고 가려고 애써야 한다는 걸세. 삶에는 비디오테이프가 없어. 되감기가 안 되는 거야. 어른이 되지 않으려는 자네의 강박관념, 어른의 세계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반대하는 자네의 버릇은 건강하지 않네. 앞에 놓인 길을 차단했던 사람들, 그냥 주저앉았던 사람들, 의식을 얻으려고 싸우지 않는 사람들, 더 이상 의식의 나무에 물을 주지 않는 사람들, 트럼펫의 소리를 무시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사례를 찾는 것을 멈추게. 나쁜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성장하는 것에 대한 자네의 고뇌를 합리화하려고 애쓰는 것을 그만두게. 그렇게 한다면 자네는 결국 길을 잃고서 덧없는 삶에 머물게 될 걸세. 이는 자네를 자포자기의 기슭으로 쓸어가줄 수 있을 뿐인, 거짓으로 꾸며진 삶이네.
앙투안: 지금도 제가 삶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노인: 자네가 나와 어린 왕자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동안에 자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걸세. 하지만 기억하게. 어린 왕자는 꽃을 찾아 곧 떠나야 하지. 자네는 꿈속이나 적극적 명상 속에서 그와 이야기하는 것을 배워야 할 걸세.
--- pp.240~241
25장 욥의 이야기
노인: 당연하지. 무의식적인 악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야. 자아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지. 악은 우리를 통해서 뭔가 일을 저지르지. 악을 통제하는 자아가 없이도 말이야. 만일 우리가 진아 안에 존재하는 이러한 악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을 실행할 건지 말 건지를 선택할 수 있어. 하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선택은 불가능해. 우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될 거야. 만일 정서에 사로잡혔다면 실행하는 것은 우리의 자아가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이지.
앙투안: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노인: 융이 쓴 《인간과 상징》에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지. 어떤 아프리카 원주민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짜증을 내고 감정의 힘에 사로잡혀 있었어.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차단돼버렸지. 이 사람은 결국 자기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나중에서야 엄청난 후회를 하게 돼.
앙투안: 와우, 이건 좀 너무 심하지 않아요? 놀랍네요.
노인: 이건 실화야. 우리가 무의식의 힘에 지배될 때는 자유의지를 갖지 못해.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 어떤 아버지도 그런 바보 같은 이유 때문에 자기 아들을 죽이지는 않아. 그러나 무의식은 분별력이 없어. 그래서 그 순간 그 아버지란 작자는 자기 무의식의 통제를 받고 있었던 거지.
앙투안: 믿을 수가 없군요.
노인: 잠깐 생각해봐. 자네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들을 많이 했었는지. 감정에 휩쓸리고 무의식에 빠져서 말이야. 사소한 말다툼이나 하찮은 교통사고 때문에 일어난 살인들을 들어본 적이 없나? 별것도 아닌 미미한 교통사고로 다투는 일이 과연 총질로 끝장을 봐야 될 일인가?
앙투안: 글쎄 말이에요. 그런 일이 번번이 일어나죠.
노인: 그 때문에 우리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히는 것을 피하면서 더 많은 의식을 획득하기 위해, 우리 무의식의 더 큰 부분들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야. 우리는 자아와 진아의 창조적 관계 설정을 목표로 해야 하네
--- pp.285~286
🖋 출판사 서평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인생의 사막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융 심리학이 일러주는
가장 나다운 어른으로 성장하는 법
인생의 중반을 맞이할 즈음, 우리는 ‘중년의 위기’를 겪는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져야 할 것들은 늘어나고, 노력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삶이 제자리걸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제 나를 돌봐줄 사람 하나 없다는 고독함과 공허함이 밀려온다. 나이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아직 어른으로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도 하다. 어른의 고뇌를 그려낸 명작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른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어린 왕자’라는 인물이 펼치는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마음속 소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했다. 이러한 생텍쥐페리의 모습은 오늘날 어른이 되길 두려워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영원히 소년의 상태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순수성, 창조성을 잃고 회색빛 사고방식에 물들어가는 일이다. 그러나 《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는 성장을 거부하는 《어린 왕자》의 서사를 융 심리학으로 재해석하여 가장 나답게 어른으로 성장하는 로을 안내한다.
“소년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어라”
자랄수록 불안한 어른들에게 전하는
융 심리학 버전《어린 왕자》
이 책은 고유한 가치를 지닌 성숙한 인간이 되는 길을 의미하는 ‘개성화’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야기는 어느 날 주인공 앙투안이 사막에 불시착하며 시작된다. 그는 사막에서 만난 어린 왕자, 현명한 노인과 함께 자신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주인공들의 대화는 융 심리학의 ‘적극적 명상’을 중심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상상 속에서 내면의 이미지들과 대화를 펼치는 기법이다. 노인은 신화 속 인물, 문학·예술계의 거장까지 불러내어 앙투안에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을 일러준다. 이야기 내내 등장하는 인물들은 앙투안이 상상을 통해 불러낸 무의식의 원형(이미지)이다. 결국 무의식 속 인물들과 함께하는 내면의 대화를 통해 가장 나다운 어른으로 나아가는 법을 안내하는 것이다.
특히 원형 가운데 하나인 ‘푸에르(소년)’를 잊지 말라고 하는데, 소년을 간직하되 소년에 머무르지 않고 어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니, 너희가 변해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는 〈마태복음〉 속 예수의 말이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그리스 아폴로 신전 앞의 명문 등을 인용하여 어린이처럼 어른이 되는 것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더불어 성서, 신화, 불교 사상 등을 이용하여 위기를 맞은 중년에게 필요한 동서양의 지혜를 자연스레 전한다.
“내면의 대화에 귀 기울여라”
아이의 마음처럼, 노인의 지혜로
무의식 속 존재들로부터 찾는 ‘진정한 나’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 우리는 이따금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 한다. 누군가는 아기가 되는 것이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이라고 믿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기는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자신이 행복한지도, 불행한지도 알 수 없다. 행복과 불행은 의식할 수 있을 때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칼 융은 인간이 의식적이게 될 때만 그 삶이 진실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융 심리학을 녹여낸 《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변해야 함을 말한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고 알몸임을 깨달은 신화를 무의식에서 의식을 얻는 과정으로 설명하는 등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을 쉽게 전달한다. 또 그러려면 내면의 대화, 즉 자아와 진아의 대화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아와 우리 안의 신성한 측면인 ‘진아’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무의식 속 이미지들과 마주해야 어른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한다. 자아와 진아가 만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동양의 명상을 소개한다. 또 강을 건너던 중 목덜미에 태운 아이(신)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 성 크리스토퍼,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가 깃털이 녹아 바다에 빠져 죽은 이카로스 신화 등으로 자아와 진아의 거리가 적절히 유지되지 않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도 설명한다. 더불어 이 모든 것은 꿈이나 깊은 명상을 통해야 접근할 수 있으며 오직 의식적일 때만 가능함을 일러준다. 생소할 수 있는 자아와 진아의 대화를 인물들에 빗대어 표현하며, ‘아이로 돌아가지 않고 아이처럼 되는’ 성장의 비결을 전수한다.
“성장하거나, 남은 생애를 불행하게 살거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어린 왕자가 만난 어른 아닌 어른들
어린 왕자는 여러 별을 여행하며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아무 신하도 없이 명령을 내리는 왕, 아주 허영이 많은 사람, 술주정뱅이, 5억 개의 별을 가진 사업가, 가로등을 껐다 켰다 하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성장하지 못한 어른을 가리킨다. 《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는 이 세상이 이들과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음을 말한다. 삶과 그다지 관련 없는 잡다한 일들로 바쁜 별의 사람들처럼, 현대인들 역시 분주히 살면서 정작 중요한 삶의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삶의 유형을 본 노인은 인간들이 멈춰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삶에 붙잡혀 사막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삶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 사막, 즉 위기를 통과해야 한다.
이 책은 어린 왕자가 만난 사람들로 대표되는 ‘어른 아닌 어른들’에게 공허한 삶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오직 자신과 삶에 대한 충분한 숙고만이 텅 빈 마음을 채우고 사막 한가운데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사실을 말한다. 무엇보다 사막의 위기를 벗어나면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성장도 시작될 것임을 전한다.